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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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을 읽으니 마음이 서늘해지고 눈이 맑아진다.

올해 65세가 된 그의 글이 처음 세상에 나온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2010년 내놓은 <아불류 시불류>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는

단상(短想)들의 모음집이다.

책의 절반 이상이 여백이고 그림이다.

노작가의 삶에서 건져 올린 정수를 맛보는 일은 화가 정태련의 섬세한 그림과

함께 여백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일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아득하게 사라진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리고 만났던 사람들과

헤어진 사람들, 그리고 만남 중인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어린아이의 정서를

맛볼 수 있다면 그가 어쩌면 의도했을지도 모를, 여백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아닐까.

예술가들의 기본덕목이라고 주장하는 자아도취에서 비롯된 자신감 넘치는 글은

지친 심신을 쉬게 하는 시원한 샘물이 되고 길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는

이정표가 된다.  
 


글 곳곳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통찰력, 세태 풍자, 유머와 해학이 살아 숨쉰다.

글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은 반문하고 되새길수록 깊게 다가온다.

저자의 고운 감성은 이별과 고독, 그리고 그리움과 사랑을 말하고 어느 사이

반짝이며 부서지는 해비늘, 쏟아지는 달빛, 단풍, 별, 하얀 함박눈을 노래한다.



코끝을 스치는 향기가 난다.

냄새에 둔한 나는 한참을 모르다가 꽃그림에 코를 대보니... 아하! 꽃에서 나는 냄새였다.

잠자리에도, 잎에도, 글에도 향기가 배어있다.

그의 글과 꽃그림에 취하라는 말인가 보다. 
 


작가 이외수가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트위터를 하고 젊은이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 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나이를 내려놓고 대접 받으려는 마음을 비워야 가능한 일이다.

그의 근황과 글을 보며 잠시 아버지를 떠올려 본다. 
 
아버지는 언제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귀를 열어 의견을 물으셨다.

그것은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나이가 드니 알아간다.

키가 크고 몹시 마르셨던 아버지는 여름이면 흰 모시옷을 입고 학춤을 추시곤 했다.

참으로 고아(高雅)하고 아름다운 분이셨다.

지상에서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 노래했던 시인 천상병의 '귀천'을 좋아라 낭독하시던

아버지는 지금쯤 어느 하늘 나라 별자리를 떠돌면서 소풍을 즐기고 계시리라.... 
 

  

"나 어릴 적 겨울밤에 찹쌀떡 장수와 장님의 구슬픈 피리소리. 그 풍경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겨울 밤이 깊어서 외로움도 깊었던 시절." ~ 48쪽

 
어릴 적 긴긴 밤. 머리에 바람 들면 춥다고 털모자를 쓰고, 달게 자던 할머니의

'푸우 푸우' 숨소리에 잠이 깨어 아득한 외로움이 깊었던 어느 시간이 떠오른다.

"메밀무~~욱" 과 "찹쌀떠~~~억"을 사라고 구슬프게 외치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저자의 글이 어린 시절을 두드려 끝도 없이 기억하게 만든다.

 
"잠시만의 머무름 속에도 아픔이 있고 잠시만의 떠나감 속에도 아픔이 있나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아픔이라는 이름 아닌 것이 있으랴." ~ 98쪽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는 것, 머무름과 떠남,

만남과 이별이 그 말보다 훨씬 더 슬프다는 것을... 나이들면서 깨닫게 된다.

그래서 저자도 그냥 아는 것과 깨달음은 다른 것이라고 했나 보다.  
 


"감성마을 몽요담에 해의 비늘 흩어져 반짝거리고 있다.

사랑아, 오늘은 저 비늘로 목걸이를 만들어 그대 목에 걸어 주리니,

행여 흐린 세상이 오더라도 울지 말고 살아라." ~ 46쪽


"창문을 열었습니다. 하늘이 흐렸습니다. 나무들이 흐린 하늘에 그물을

걸어두고 새들이 날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69쪽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하면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로 불타겠느냐.

가을단풍." ~ 109쪽

 
"지난밤에는 바람이 심해서 감성마을 마당에 별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마시면 모두 시가 되는 술을 담갔다." ~ 159쪽

 
"달 밤에 홀로 숲 속을 거닐면 여기저기 흩어져 빛나고 있는 달의 파편들.

몇 조각만 주워다 그대 방 창틀에 매달아주고 싶었네." ~162쪽

 
"가을 찻잔에 달빛 한 조각을 녹여서 마셨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187쪽

 
"세상 그 어디에도 기쁨과 행복만을 가져다주는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언제나 그 크기와 깊이에 비례하는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 244쪽

 
"진실로 사랑했으나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낱말들은 하늘로 가서 별빛으로

돋아나고 역시 진실로 사랑했으나 이별 끝에 흘린 눈물들은 모두 벌판으로

가서 풀꽃으로 피어난다. 우리 사는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피맺힌

슬픔 한 모금씩을 간직하고 있다." ~ 244쪽 



하느님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했는데 일용할 고독을 주셨다고

투덜대는 이외수, 그는 고독하기에 글을 쓰지만...

고독은 충만의 다른 이름이다.  

온 우주만큼 귀한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그는 글을 쓰기 때문이다.

"때로는 글 한 줄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도 한다." ~ 182쪽  



저자 이외수는 <아불류 시불류>의 마지막 장에서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을.사.랑.합.니.다.

그에 의하면 하늘 아래 타인은 아무도 없으며 모두 동일한 인연의 거미줄에

연결된 존재들이니 온 우주를 통틀어 나와 무관한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이다. 

 
"사랑은 너를 위해 내가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다." ~ 232쪽

쿵,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 말에 굳게 잠근 마음의 빗장을 연다.

그리고 고백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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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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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녀에 대하여>는 네이버에서 연재되어 480만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소설이다.

열대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필명을 지닌 저자는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문학'이라고 말한다.

표지의 애처로운 소녀 그림이 암시하는 대로 이 소설은 어린 영혼에게 바치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이자 헌사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었다. 두 번을 찬찬히 읽어야 했다.

처음 읽을 때 쉽게 읽히면서도 안개가 낀 듯 모호한 분위기의 글들은 반전이 있음을

알고 두번째 읽어보니 글의 짜임이 치밀하고 적절한 복선들과 이중의 의미를 가진

단어들의 배열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소설이 국내에서 영화 <헤드헌터>로 소개된 다리오 감독의 영화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썼다고 밝히는데 영화 <식스센스>와 <디 아더스>, 그리고

<사랑과 영혼>이 연상되는 부분이 많았다.

영혼의 구원을 주제로 한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다소 의외의 소재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이다. 

마녀학교, 백마녀, 강령회, 집단자살, 클리닉, 저주, 이 대에 걸친 마법의 계승 등이

그것인데 어린 소녀에게 주어진 가혹하고 극단적인 운명을 말하고자 차용했음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우리와 다른 일본 문화의 일부에 속하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영혼은 과거의 상처들과 마주 하면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운명과 맞닥뜨린다. 

인간은 운명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겁을 집어먹게 마련이다.

나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것들의 힘과 기세는 때로 엄청나서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을 슬픔과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순식간에 내동댕이칠 수도 있다.

나름대로 위기 관리에 열심이지만 어느 순간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것이 인간이다.

유리같이 깨지기 쉬운 삶이기에...

이 소설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전조들을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어느날 한 순간에

황망하게 닥친 부당한 운명 앞에 설 자리를 잃어버린, 가엾은 영혼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잊고 싶은 기억들과 아픈 상처,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속에서도 소녀가 이모와

쇼이치의 사랑과 도움으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멋진 것인지를 깨닫는 결말은

가슴 뜨거운 감동으로 남는다.

 

줄거리

마녀 학교에서 공부하고 공인된 백마녀가 된 할머니는 이단종교를 만들었다.

강령회 때 모인 사람들이 이상한 암시에 걸려 집단자살하고 이를 옷장 속에서

숨어 보던 쌍둥이 자매였던 유미코의 엄마와 쇼이치의 엄마는 충격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는다.

엄마와 이모의 연대가 강했던 것은 입원해 있는 동안 서로만을 바라보며

보듬으며 살아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모는 빈틈없이 처신했고 엄마는

이모에게 의지하며 목숨을 부지했다. 그 시기에 엄마의 마음에 이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더불어 광기가 뿌리를 내렸고 이모는 훨씬 냉철했기에 같은 기질을

가지고도 일상의 삶에서 행복을 가꾸었다.

엄마는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고 신비로운 힘과 예언 덕에 벼락부자가 되었지만

할머니의 저주가 되풀이된다.

결국 엄마 역시 강령회를 열었고 악령이 씌었다는 이유로 아빠를 죽이고

엄마 자신도 자살하고 만다.

이층 방에 있던 유미코는 그 충격으로 사건 언저리의 기억을 도통 할 수 없다.

그 이후의 기억마저도...

 

유미코는 쇼이치를 통해 친부모의 저주를 풀고 어린 시절의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이모의 유지를 전해 듣는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친부모가 건 저주를 풀기는 쉽지 않단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종종 너를 엄습할거야. 그것은 땅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불안에서 오는거야." ~ 24-25쪽

 

유미코는 쇼이치의 도움으로 과거의 장소와 사람들, 시간들을 마주하면서

고통속에서도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며 상처를 치유해 간다. 




엄마, 아빠, 옛 집, 클리닉 등의 장소들, 결국 과거의 시간들과 조우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소녀는 다름아닌 우리 내면의 모습이다.

순간 순간들의 고통과 슬픔에 맞닥뜨려 몸부림치면서도 선(善)하게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자신의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상처들을 보듬어 안을 것이고 가슴 따뜻한 추억을 들여다보며 위무를 받을 것이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생의 한순간, 영혼이 떨릴 정도의 감격과 기쁨이 있더라도 어느 한부분은 슬픔을

등에 이고 평생을 사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도 삶은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

저자는 유미꼬의 입을 빌어 전한다.

"살아 있다는거 이런거잖아. 이렇게 살아도 충분하잖아." ~ 139쪽


 좋았던 시절의 엄마에 대한 기억..

 


 멋진 일은 없었지만 나름으로 온갖 것을 느끼며 보낸 자신의 애처로운 소녀시대를

기억하게 된다.



그녀를 변함없이 위로해 주었던 정원..



"떠나온 곳에서의 일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빛난다." ~ 47쪽

 
"토대는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안겨 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의 여지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 148쪽
 

시간이 흘러갔고...흐르고...흐른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좋은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은 기억속에 묻히지만 어느날, 어느 순간에 우리 내면에 환히 비치는

따뜻한 기억들이 있기에 그 힘으로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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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 선생님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임옥상.주철환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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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 잘했어요"는 보라색 동그란 도장 안에 써있는 말이다.

숙제 노트나 일기장에 "참 잘했어요"도장을 받을 때면 반아이들 모두가

받는 것임에도 나혼자 받는 것 마냥 기뻤다.

도장과 함께 노트에 크게 그려진 빨강색 색연필의 동그라미 갯수를

세어 보면서 자랑스러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들들이 어릴 적에도 "참 잘했어요" 도장이 있었고 선생님께 받은 도화지에 그려진

포도송이에 달린 포도알 하나씩을 채워 나가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했다.

칭찬 도장은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생들에게 유효한가 보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듣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이 "참 잘했어요"이다.

어른이 되면 쑥스럽기도 하고 둔감해져서 잊고 사는 말이기도 한

"참 잘했어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와 같은 말들이 자주 오간다면 

우리 사는 사회는 한층 밝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제목대로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칭찬이기도 한 책 <"참! 잘했어요>는

참교육으로 세상을 밝히는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인, 소설가, 화가,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저자들은 과거 어느 한순간

씨앗으로, 소금으로 자신의 삶에 커다란 빛을 비추었던 선생님들에 대해 술회한다.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불신이 팽배한 현실이다.

매스컴을 통해 좋지 않은 소식들이 자주 들리지만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키며

사랑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마음 든든하다.

참스승과 참교육이 없다는 한탄은 이 책 <참! 잘햇어요>를 보면 저만치 사라진다.

이 책에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선생님들의 이야기,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춘기 제자에게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

소외된 아이와 장애아를 살뜰히 배려하고 같이 사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

함께 그러나 다르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음을 가르치는 선생님,

보이는 이미지와 겉치레에 후한 세상에서 듣기 좋은 말보다 마음 씀씀이와 행동이

소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치는 선생님,

공부를 못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마음을 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감동적이고 세상이 얼마나 살만한 곳인지 알게 한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선생님이 있고 그들이 소신과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천사같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참! 잘했어요" 하고 싶다.

 

에피소드들 사이에 가는 펜으로 그린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그림들과 내용에 어울리는

적절한 명언들은 책의 내용을 더욱 알차게 만들고 묵상거리를 제공한다.

 

시인 윤제림은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선생님의 깊은 자기 성찰과 진실하고 엄숙한

고백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술회한다.

고전을 가르치던 할아버지 선생님은 연로한 탓인지 글씨를 잘못 쓰시곤 하였다.

글씨가 틀렸다고 지적하면 "이거 정말 미안하구만.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가벼운

인사를 하신다) 벌써 40년 넘어 교단에 서는데 아직도 틀리고 있어.

그러니 처음 선생 노릇을 할 때 배운 학생들은 얼마나 엉망으로 배웠을까.

여러분한테도 그렇지만 옛날 그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해 죽겠어.

자다가 생각해도 미안해."

 

소설가 임철우는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끈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떠올린다. 

가출사건 이후 엄청난 매를 맞으리라 각오했던 자신의 손을 잡으며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 나이에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자, 어서 교실로 들어가 공부해야지."

따뜻한 선생님의 목소리... 그후 그의 오랜 이유없는 반항의 시절은 막을 내렸다.

 

교장 김용기는 성인이를 보면서 처음에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장애란 원래 없는 것임을, 없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심한 청각 장애를 가진 데다 머리가 좋지 않아 특수지도를 받는 성인이는 핸드볼에서

골키퍼를 맡았다. 아이는 운동장에서 빛이 났다.

팀은 어려운 훈련을 이겨내고 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엄마도 넌 안될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막 신이 났어요. 골키퍼만이

골을 막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을 바로 살기란 퍽이나 어려운 것 같다',

철학자 김용석은 고등학교 급훈을 기억한다.

급훈의 키워드는 '퍽이나'와 '같다'이다.

선생님께서는 '인생을 바로 살자' 거나 '인생을 바로 살기는 어렵다'라고 하지 않은 것이

가르침의 깊이와 넓이를 더한다는 화두를 던지신 것이다.

'조용히 궤뚫는 생각'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되새기는 급훈이다.

조용히... 궤뚫는... 생각...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에게 준 지혜의 깊이와 넓이가 참으로 대단하다.

 

촌지의 양과 질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소설가 박정애는 13년 전 겨울을 떠올린다고 한다.

스웨터 한 벌로 겨울을 지내는 가난뱅이였던 자신이 서울 소재 대학에 원서를

냈을 때 자신에게 서울과 대구를 오갈 여비 3만 원을 넣은 흰 봉투를 건네시던

선생님, 또 다른 선생님이 불러 화장실 뒤편에서 건넨 흰 봉투를 떠올린다. 

그녀는 단 한 분의 존경할만한 선생님만 있어도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

지금도 내 곁에 엄마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슬픔의 바다다."

교사 류시호는 유진이의 일기를 보며 아이의 아픔을 치유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바른 길로 이끌자고 다짐한다.

'선생님은 영혼의 조각가'라는 말을 상기하며 유진이와 반 아이들 모두에게

칭찬과 사랑, 열정을 쏟아 잊히지 않는 스승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결심한다.

 

"다른 사람의 영혼에 귀 기울임으로써 그 사람의 삶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봉사다." ~ 105쪽 더글러스 스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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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 -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보라. 그때 고생은 의미가 된다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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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자인 저자는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에서 부모 세대,

우리 세대, 자식 세대의 삼대를 통해 각 세대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고생하면서 살았는지, 살고 있는지 삶의 발자취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부모 세대의 물러설 곳 없는 전쟁과도 같았던 보릿고개 시대의 고생,

변화와 저항의 시대 한가운데 있었던 삼겹살 세대의 고생,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자식 세대 즉, 피자 세대의 고생에 대한 이야기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어느 세대의 고생이라도 그 고생이 만만치 않게 여겨진다.

특히, 굶주림으로 고통받던 부모 세대의 지난했던 삶과 절약과 희생으로 일관된 

삶은 안스럽고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논어>, <맹자>등의 고전, 현대 소설과 가요등의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저자의

해석을 접하며 막연히 피하고만 싶었던 고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제1대 부모세대는 1900~1950년대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험한 일을

가리지 않던 세대이다.

가을 농사지어 겨울을 넘기고 나면 보리가 익을 때까지 빈 쌀독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다 보릿고개를 넘기던 세대...

저자는 부모세대를 떠올리며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듣는다고 한다.

"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 쉬듯 물어 볼까요.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당신 목에 음식 넘기기가 아깝고 남루한 의복으로 헐벗으면서도 아이들의

의복과 먹을 것을 먼저 챙기고 교육만이 가난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부모세대야말로 희생으로 점철된 세대이다.

자식들을 어떻게든 굶기지 않고 키우고자 했던 부모세대는 <명성왕후>의

슬픈 주제곡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진다.

부모 세대에게 인생은 한마디로 고생길이었다.

그러나 굶주림의 극한 상황에서 살아난 만큼,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질곡의 세월을 견뎌온 부모 세대는 그래서인지 유독 자기식대로 고집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면서 무에서 유를 일구면서 터득한 세상살이 이치는 절대적이기에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겠지만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하겠다.

 

제2대인 우리 세대는 빠르게 변화하던 1960~80년대에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살아온 세대, 40~50대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이다.

생존의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부모 세대처럼

절박하거나 절실하지는 않았다.

부모 세대가 무에서 만든 유를 키우고 불렸으며 더욱 여유롭게 살기 위해

열심히 뛴 세대이다.

1973~1974년과 1978~1980년의 석유파동, 그리고 IMF를 겪었고 국제 경기의

침체 영향으로 한국의 산업과 개인의 살림살이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했다.

늘 위기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개혁과 혁신보다는

안정과 수구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민주적인 목소리와 토론을 거쳐 해답을 찾기보다 기업과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사회 분위기는 권위적인 문화를 낳게 했고 자유와 민주를

열망하는 목소리를 누르고 있었다.

특히, 분단 상황과 군사 정권의 장기 집권으로 권위주의가 자리잡게 되었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으로 인해 사회 각 분야에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변화의

물결이 태동하면서 고도성장의 결실을 맺게 된 것도 우리 세대가 일군 기적이다.

저자는 이제 우리 세대도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여러 가치들을 주도해 나가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 기성세대가 보여왔던 독선적인 자세를 벗어나 미래 세대와 함께

호흡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부모 세대가 자식들과 함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죽어라 땅을 판 반면에

우리 세대에게 인생은 기회의 장이었다.

공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으며 고향을 떠나서 대학 졸업장을 받고 능력에 따라

직업과 부를 늘릴 수 있었다. 부동산과 주식, 선물과 환차익 등 때를 맞추어

부자가 되는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한 푼 두 푼 모아 목돈을 마련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수익률을 쫓아서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빈부 격차와 상대적인 기회 박탈, 그리고 상대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노래말로 권진원의 '살다 보면'을 예로 든다.

"살다보면 하루하루 힘든 일이 너무도 많아 가끔 어디 혼자서 훌쩍 떠났으면 좋겠네.

수많은 근심걱정 멀리 던져버리고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그랬으면 좋겠네."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났다지만 남과 비교되는 삶은 여전히 무거운 현실이다.

저자는 우리 세대에게 '한 번 뿐인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라,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에게 맡겨두고 하나씩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나가라고 조언한다.

 

제3대 자식 세대는 1980~1990년대에 태어나 풍요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풍요로운 만큼 자식 세대는 재미를 찾고 즐거움을 누리는 것에 당당하다.

게임, 휴대전화, TV, 스포츠, 음악, 팬클럽, 애완동물 기르기 등

자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한다.

자식 세대는 고통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해병대 캠프, 국토순례,

봉사 활동, 체험캠프 등으로 고통을 스펙으로 쌓으면서도 사소한 고통과 불편함,

그리고 가벼운 고생마저 참지 못한다.

자식 세대는 정보화, 세계화로 인해 이전 세대보다 훨씬 경쟁이 심하고 짧아진

변화의 주기에 대응해야 한다.

자식 세대에게 인생은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넓은 무대이지만 청년 실업 문제는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취업을 위해 이전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학 연수와 취업을 위한 각종 자격증, 높은 학점 등의 온갖 스펙을 쌓아도

취업문은 바늘구멍처럼 좁다.

 

인생살이가 각자의 바람처럼 고생아, 없어져라 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생은 삶의 곁에 있기도 하고 복병처럼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삶이 마냥 고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생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지만 고생 끝에 즐거움과 희열의 순간이 찾아 오는

인생은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고생(苦生)과 락생(樂生)이 릴레이하면서

수놓는 자수"와 같을지 모른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 인용되고 있는 <논어>의 공자를 성인 공자로 키웠던 것은

공자 자신이 정면으로 부딪쳤던 가난과 고생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공자를 두고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코피를 흘려가면서

하려고 힘쓰는 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맹자 역시 고통이 큰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시련의 일종이라고 간주한다.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커다란 임무를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들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힘들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몸을 헐벗게 하여,

그들이 하는 것이 해야 하는 것과 어긋나도록 한다. 왜냐하면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고 성질을 참고 견뎌서 그들이 '할 수 없다' 또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 169-170쪽 <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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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긍정 철학 - 선악을 뛰어넘는 강인한 삶
헨리 해블룩 엘리스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니체와 동시대를 살았던 저자 헨리 해블록 엘리스는 괴테 이후로 가장 위대한

정신력과 지성을 갖춘 인물이 니체라고 주장한다.  

그는 <니체의 긍정철학>에서 젊은 니체와 만년의 니체, 사상의 변화, 니체의

저서들을 통해 살펴본 니체 철학의 본질과 핵심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한 권의 책에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서구 철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니체의 사상 전부를 담는 것은 역부족이지만 저자의 세세한 묘사는

니체의 철학에 대한 열정적인 삶에 대한 이해를 보다 쉽게 만든다.

아버지가 일찍 죽었던 니체가 음악가 바그너에게 느꼈던 우정 이상의 감정,

우연히 헌책방에서 만난 쇼펜하우어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가

청년 니체에게 끼쳤던 영향, 루 살로메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한 일,

평생에 걸쳐 심취하고 읽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책, 존경해 마지 않던

셰익스피어 등의 이야기들을 통해 니체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점 등은

이 책이 주는 잔잔한 재미이다.

 

오랜 세월 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30년 연상의 음악가 바그너와 

결별하게 된 것은 <니벨룽의 반지>상연을 보고난 후였다.

위대하지만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는데 모든 것을 이용하는 노회한 바그너가

작품안에서 지극히 민족적인 이교신앙을 구현한 점에서 자신과는 다르다는,

매우 강렬한 자신에 대한 깨달음에 이른다.

젊은 니체는 자신의 철학적 근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했다.

그는 인생 자체가 가장 숭고한 예술이라고 믿었다.

"나에게는 자기훈련이 필요했다. 바그너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근대의 삶을 포함해

나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모든 대상과 내 안에 병적인 모든 것에 반대할 아군이

필요했다. 그리고 철학자의 눈으로 가능한 한 먼 곳에서 혹은 한없이 높은 곳에서

세계를 볼 필요가 있다." ~ 46-47쪽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는 그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니체가 진정으로

그들에게 동화된 것은 아니었다.

니체는 비관주의자도, 민족주의자도 아니었으므로.

그럼에도 대철학자의 마음 깊은 곳을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오랜 시절 의지하고 존경하던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를 마음으로부터 떠나 보내면서

얼마나 큰 심적인 절망을 겪었을지 짐작이 간다. 

 

니체 철학의 핵심은 근대 종교와 도덕에 대한 니체의 관점이다.

그는 사물간 상호관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감지했으며 독일 문화, 그리스도교,

현대 도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리스도교 성직자 집안 출신인 니체는 평생 그리스도교에 대한 정열을 유지했다

그의 "신은 죽었다"는 단순한 종교적인 공격이 아니라 서구의 지성사를 궤뚫고

유럽 문명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선언인 셈이다.

"부처가 죽은 후 사람들은 몇 세기에 걸쳐 한 동굴 안에서 부처의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그림자를 가리켰다 - 신은 죽었다. 그러나 사람의 세상인지라 아마 몇 천 년에 걸쳐

신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많은 동굴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이 신의

그림자와 싸워 이겨야먄 한다.!" ~ 84쪽 <즐거운 학문>

"그리스도의 이름을 사칭하고 있지만, 정반대인 것 앞에서 인류는 엎드려 절한다.

그리스도가 자신의 배후에 놓인 모든 것이 '교회'의 개념으로 신성한 것이라고

단언되었다. 그리스도교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십자가 위에서

못박혀 죽었다. '복음'은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 ~ 77쪽 <안티크리스트>

니체는 그리스도교의 구원에 대한 가르침이 마음이 약한 사람을 비탄과 절망감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마약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니체는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을 위한 종교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는 증오를 담아 <안티크리스티>의 끝을 맺는다.

" 나는 그리스도교에 유죄 판결을 내린다. 나는 그리스도교 교회에 대해,

예전의 고소인이 말할 수 있는 고소 중 가장 무서운 고소를 행하려는 사람이다. 

나는 그리스도교 교회란 세상에서 가장 부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니체의 교회에 대한 비판은 그리스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곡해하고 몰이해하는 교회에 대한 비판이다.

올바르지 못한 교회는 동굴 속에 있는 신의 그림자일 뿐이다.

저자는 <안티크리스트>에서 죽음을 앞둔 니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그가 올바른 정신상태였다면 그리스도교에 대해 달리 말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의 예술가로서의 기질이 발휘되었고

그의 독자적인 언어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다.

후세에 길이 남을 작품임에 분명하지만 만년에 니체는 과대망상으로 인해

"나는 인류에게 , 인류가 가진 가장 깊이있는 책, 나의 차라투스트라를 보냈다."

고 말한다. 이후 자기찬미적인 성향이 더욱 강해져 자신을 인류의 천재라 여겼다.

저자에 의하면 니체가 분투한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데로 도덕 세계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일까. 너무 많은 노력을 쏟은 니체의 뇌는

소모되어 무너지고 말았다. 1889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착란이 찾아오고

그는 완전히 미치고 말았다.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와 같은 기질을 지닌 니체는 철학이 책과 학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근대 일반 철학자와 달리 철학을 삶 그 자체로 여겼다.

니체는 철학이 '진리'보다 완벽한 삶의 본질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행과 풍경, 시와 음악, 도시를 사랑했고 사람들을 사랑했으며 무엇보다

고독을 사랑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할 때만 말해야 한다. 그것도 극복한 것만을 말해야 한다.

그 외의 것은 모두 쓸데없다." ~ 124쪽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가 얼마나 도덕적이고 자신에게 단호했는지 알게 하는 말이다.

 

저자는 니체의 사상이 니체 자신의 고통에서 생겼다고 한다.  

"고뇌와 병조차도 철학자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큰 고통이야말로 긍극적인 정신의

해방자다. 말하자면 살아있는 장작으로 우리를 불태우는 오랜 시간에 걸친

고통이야말로 말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고통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를 의심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를 깊이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 124-125쪽

니체는 파스칼, 스위프트, 루소와 같이 비운을 겪었고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니체가 미쳤다는 사실로 니체의 삶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니체는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정신력과 도덕 관념을 제시한 소중한 인물이다.

 

"사람은 나름대로 삶을 긍정해야 한다. 인생 최대의 문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문제의 답을 다른 사람에게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삶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긍정이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피와 뇌를 가지고 천천히 조용히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을 긍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인생이라는 계곡을 지나가는 동안에 우리를

격려해 줄 아군을 찾을 수 있다." ~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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