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 선생님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임옥상.주철환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참 잘했어요"는 보라색 동그란 도장 안에 써있는 말이다.

숙제 노트나 일기장에 "참 잘했어요"도장을 받을 때면 반아이들 모두가

받는 것임에도 나혼자 받는 것 마냥 기뻤다.

도장과 함께 노트에 크게 그려진 빨강색 색연필의 동그라미 갯수를

세어 보면서 자랑스러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들들이 어릴 적에도 "참 잘했어요" 도장이 있었고 선생님께 받은 도화지에 그려진

포도송이에 달린 포도알 하나씩을 채워 나가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했다.

칭찬 도장은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생들에게 유효한가 보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듣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이 "참 잘했어요"이다.

어른이 되면 쑥스럽기도 하고 둔감해져서 잊고 사는 말이기도 한

"참 잘했어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와 같은 말들이 자주 오간다면 

우리 사는 사회는 한층 밝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제목대로 등장인물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칭찬이기도 한 책 <"참! 잘했어요>는

참교육으로 세상을 밝히는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인, 소설가, 화가, 교사 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저자들은 과거 어느 한순간

씨앗으로, 소금으로 자신의 삶에 커다란 빛을 비추었던 선생님들에 대해 술회한다.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불신이 팽배한 현실이다.

매스컴을 통해 좋지 않은 소식들이 자주 들리지만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키며

사랑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마음 든든하다.

참스승과 참교육이 없다는 한탄은 이 책 <참! 잘햇어요>를 보면 저만치 사라진다.

이 책에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선생님들의 이야기,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춘기 제자에게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생님,

소외된 아이와 장애아를 살뜰히 배려하고 같이 사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

함께 그러나 다르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음을 가르치는 선생님,

보이는 이미지와 겉치레에 후한 세상에서 듣기 좋은 말보다 마음 씀씀이와 행동이

소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치는 선생님,

공부를 못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마음을 주는 선생님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감동적이고 세상이 얼마나 살만한 곳인지 알게 한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선생님이 있고 그들이 소신과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천사같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참! 잘했어요" 하고 싶다.

 

에피소드들 사이에 가는 펜으로 그린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그림들과 내용에 어울리는

적절한 명언들은 책의 내용을 더욱 알차게 만들고 묵상거리를 제공한다.

 

시인 윤제림은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선생님의 깊은 자기 성찰과 진실하고 엄숙한

고백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술회한다.

고전을 가르치던 할아버지 선생님은 연로한 탓인지 글씨를 잘못 쓰시곤 하였다.

글씨가 틀렸다고 지적하면 "이거 정말 미안하구만.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가벼운

인사를 하신다) 벌써 40년 넘어 교단에 서는데 아직도 틀리고 있어.

그러니 처음 선생 노릇을 할 때 배운 학생들은 얼마나 엉망으로 배웠을까.

여러분한테도 그렇지만 옛날 그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해 죽겠어.

자다가 생각해도 미안해."

 

소설가 임철우는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끈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떠올린다. 

가출사건 이후 엄청난 매를 맞으리라 각오했던 자신의 손을 잡으며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 나이에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자, 어서 교실로 들어가 공부해야지."

따뜻한 선생님의 목소리... 그후 그의 오랜 이유없는 반항의 시절은 막을 내렸다.

 

교장 김용기는 성인이를 보면서 처음에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장애란 원래 없는 것임을, 없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심한 청각 장애를 가진 데다 머리가 좋지 않아 특수지도를 받는 성인이는 핸드볼에서

골키퍼를 맡았다. 아이는 운동장에서 빛이 났다.

팀은 어려운 훈련을 이겨내고 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엄마도 넌 안될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막 신이 났어요. 골키퍼만이

골을 막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을 바로 살기란 퍽이나 어려운 것 같다',

철학자 김용석은 고등학교 급훈을 기억한다.

급훈의 키워드는 '퍽이나'와 '같다'이다.

선생님께서는 '인생을 바로 살자' 거나 '인생을 바로 살기는 어렵다'라고 하지 않은 것이

가르침의 깊이와 넓이를 더한다는 화두를 던지신 것이다.

'조용히 궤뚫는 생각'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되새기는 급훈이다.

조용히... 궤뚫는... 생각...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년에게 준 지혜의 깊이와 넓이가 참으로 대단하다.

 

촌지의 양과 질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소설가 박정애는 13년 전 겨울을 떠올린다고 한다.

스웨터 한 벌로 겨울을 지내는 가난뱅이였던 자신이 서울 소재 대학에 원서를

냈을 때 자신에게 서울과 대구를 오갈 여비 3만 원을 넣은 흰 봉투를 건네시던

선생님, 또 다른 선생님이 불러 화장실 뒤편에서 건넨 흰 봉투를 떠올린다. 

그녀는 단 한 분의 존경할만한 선생님만 있어도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

지금도 내 곁에 엄마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슬픔의 바다다."

교사 류시호는 유진이의 일기를 보며 아이의 아픔을 치유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바른 길로 이끌자고 다짐한다.

'선생님은 영혼의 조각가'라는 말을 상기하며 유진이와 반 아이들 모두에게

칭찬과 사랑, 열정을 쏟아 잊히지 않는 스승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결심한다.

 

"다른 사람의 영혼에 귀 기울임으로써 그 사람의 삶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봉사다." ~ 105쪽 더글러스 스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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