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 아이와 함께 근교에서 즐기는 도시락 나들이
박혜찬 글 사진 / 나무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주변에서 심심찮게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고 사진 동아리에 들어

풍광이 멋진 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진은 확실하게 예술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하다.

흑백으로 된 작품 사진들은 사진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감동을 안겨주고

분위기있는 명암 처리와 자연스러운 구도로 피사체를 잡아낸 멋진 사진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작년에 '카쉬 사진전'을 보며 사진이 잡아낸 생생한 얼굴 표정, 손, 주름살 하나

하나가 인생을 드러내고 그 사람의 성품과 살아가는 모습을 짐작하게 해서 

사진이 주는 색다른 재미를 느꼈지만 그때 뿐, 배워볼 엄두까지는 나지 않았다.

어쩌면 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 안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여서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찍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들을

들여다 볼 때마다 기분좋은 미소가 떠오른다.

책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순간에 잘 포착한 사진집이다. 

아이와 함께 가볍게 행장을 꾸려 가볼 만한 서울 근교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햇빛, 날씨, 역광, 조리개 등을 이용하여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 말미에는 간단한 도시락 레시피까지 실려 있다.

아이들과 함께 주말 나들이를 할 때 참고한다면 장소에서 사진, 도시락까지 막힘 없이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책인 셈이다.

조금의 여유와 시간으로 - 물론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아이와 부모가 교감하고 가족끼리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고,

사진을 통해 같이 한 시간들을 오래 간직하는 저자의 살뜰함이 어여쁘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들을 보니 어릴 적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곳이 많아 반갑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저자의 레시피를 흉내내 맛있는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을 가고프다.

 







물과 나무와 아이의 만남 물향기 수목원

 



여름,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제부도.

 

아이와 나들이 가기 좋은 근교 여행지를 테마별로 추천하여 아이와 함께 그곳을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선유도 공원의 놀이터

 

아이 사진 예쁘게 찍는 법, 사진 찍기 좋은 장소, 카메라 조작법, 좋은 구도 잡는 법 등을

상황별 실례를 들어 쉽고 자세하게 알려 준다.

 



 

간단한 여행지 소개와 함께 위치, 교통편, 전화번호, 홈페이지, 이용요금,

주변 볼거리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시락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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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염창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죽음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은 마음가짐을 엄숙하고 겸허하게 만든다.

여러번의 생을 살 수 있다면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지금과 다를 것이다.

삶은 딱 한번 주어지기에 더욱 치열하게 자신을 다지며 살고도 싶고,

두번 다시 살아보지 못할 생이기에 하고 싶은 일은 원없이 해보고 싶기도 하다. 

생의 마지막에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잘 살아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감도 있겠지만

그럭저럭 흘려 보낸 시간들을 안타까워 하며 후회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더 많을 것 같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어떤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인생의 마지막을 공평하게 만드는 죽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며 인간이 교만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식하건 하지 못하건 모두의 시간은 흐르고...

잡을 수도 움켜쥘 수도 없는 시간은 하루 하루 지나간다.

 

책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는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감사와 애틋함을 

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완화의학과 교수이자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는 유명인사부터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2,000여 명의 마지막을 지켜 보았다.

저자는 늘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킨다 해서 '지킬박사'라는 따뜻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환자들의 마지막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그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 바로 지금

자신을 위한 일뿐만 아니라 남을 위한 일들을 꼭 하라고 당부한다.

 

암 선고 후 마라톤에 도전해 아픔과 좌절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다독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환자의 이야기,

노숙생활을 전전하다가 피부암에 걸린 전과자가 부모를 만나 마지막을 같이 하는 환자,

암에 걸렸으면서도 암환자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끝까지 미사를 집전했던 외국인 신부님,

자식의 부제서품을 보고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캄보디아로 달려가는 어머니의 간절함,

죽음을 앞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효심 등등.

17명의 죽음과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눈물겹다.

 

생의 종착역을 앞둔 사람들에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하루만이라도 세상의 공기를 마주 하고 편안하게 숨쉬기를 원하는 간절한 바램들이다.

그들은 어제보다 좀 더 수월하게 숨 쉬고, 소변을 쉽게 보고, 물 한 모금을 달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한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기쁨으로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그들은 하루가 아쉬운 만큼 그 하루를 더욱 감사해 하고 사랑한다.

이 책은 삶과 죽음, 그리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통찰하게 한다.

죽어가는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삶의 하루 하루를 감사와 겸허함으로 채우고 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 이 해인 '감사와 행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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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동시와 동화로 아이들의 감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작가 권영상이

첫 산문집으로 <뒤에 서는 기쁨>을 내놓았다.

명예와 부, 권력,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남보다 많이 소유하고

앞서 나가려는 세상에서 '뒤에 서는 기쁨'이라는 말이 주는 여운이 매우 크다.

살다 보면 가끔, 아득한 인생이 목마를 때가 있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할 일 없이 목마름을 느낄 때마다 긁적인 것들이

<뒤에 서는 기쁨>에 실린 셈인데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그는 가장으로 집안을 이끌어야 했고 동분서주했던 지난 날들의 소회를 풀어 놓는다.

아버지로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어머니의 지병과 가족들의 생계 걱정으로

어깨에 인생의 등짐을 가득 인 채 고단해 했을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자식을 바라보는 자신의 심정에 빗대어 가난한 시절 자식의 교육을 포기시키면서

마음 아팠을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감사와 애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회한에 대해서도 털어 놓는다. 

그는 산행을 하며 등에 짊어진 등짐의 무게로 중심을 유지하듯이 인생의 등짐도

이와 같다는 가르침을 던져 준다.

소박하고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고 나지막히 말하는 그는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들 중

눈물을 보이지 않은 아빠는 없을거라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눈물겨운 아버지이다.

 

그는 자신의 나이 마흔 살과 오십 살을 이야기한다.

마흔 중반에 너무나 먼 데 놓여 있다는 이유로 사막을 그리워했다.

별자리에 의존하여 한없이 사막을 걷고 싶은 그리움, 

그곳에 가면 고단한 생애가 신기루처럼 행복한 인생으로 바뀔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그러다 그는 꿈처럼 사하라에 갔고...

온갖 진부한 것들이 부서져 내리고 새로운 것들이 알 수 없는 내면에서 깨어났다.

오십을 먹고 가끔은 누구에겐가 안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느라 돌볼 겨를 없는 자신이 가여웠다.

그는 오십 나이가 시인이 진부해지는 자신의 시를 두려워하듯 세속화되어 가는 자신의

인생을 괴로워할 나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그렇게 외로워하고 뭔가를 그리워하며 나이를 먹는가 보다.

저자가 인생 곳곳에서 사하라를 그리워했듯이...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움켜쥔 욕심들을 빈 들판에 툭 내던지고 싶다.

새로운 힘을 얻어 살고 싶다.

 

그는 대관령 아래 호숫가 주변의 고향 마을을 그리워하고 농사를 짓던 아버지와 

땅에 대해 그리워한다.

아마도 나의 유전자 안에 뿌리깊게 각인된 땅에 대한 그리움도 이와 같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는 저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연히 최근에 읽었던 책들 몇 권이 출판사 '좋은 생각'의 책들이다.

생각을 일깨우고 감동을 주는 책에 감사하다.

글을 읽으며 잘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곰국 2인분

지병으로 몸져누운 어머니가 우렁이국을 먹고 싶다고 했다.

비 내리고 천둥치는 6월에 비에 가득한 무논을 뒤졌다.

손을 뻗어 논바닥의 우렁이를 찾다가 문득 아버지의 구부린 등허리를 봤다.

흥건히 젖은 등줄기에 사정없이 비가 내리꽂혔다.

아버지의 휜 등엔 어머니의 병환이라는 무거운 짐이 얹혀 있었다.

아버지는 그 힘으로 사셨다.

짊어진 짐의 무게로 고단한 삶을 달갑게 받아들이며 사셨다면 사셨다.

 

노래 한 곡 불러다오

아버지는 어려운 분이셨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할 때에도 아버지를 똑바로 올려다보지 못했다.

어느 밤, 아버지는 술에 취해 중학생인 나를 무릎에 앉히고 노래를 청하셨다.

"아무거나 해 봐라." 아버지의 목소리가 간곡하게 들렸지만

"별로 아는게 없는데..." 나는 주르르 눈물이 흘러나왔다.

"못 배운 아버지와 다를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목소리는 빈 밭의 바람소리처럼 허전하게 들렸다.

내 뒷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무얼 생각하셨을까.

어머니가 병석에 길게 누워 계셔도 내색 한 번 안하셨는데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공부를 많이 하면 무얼 하나. 아버지를 위해 노래 한 곡 불러 드리지 못한 공부를.

 

자, 이쪽에 서라

내가 시골에서 다니던 중학교는 집에서 10여 리나 떨어져 있었다.

그 길에는 귀신이 산다는 느티나무 숲이 있었고 밤이면 호랑이가 나온다는 고갯길도 있었다.

달도 없이 깜깜한 비 오는 밤, 늙은 느티나무 숲이 보이면 두려움에 가슴이 뛰었다. 

책가방을 겨드랑이에 끼고 숨죽여 걷고 있을 때였다.

"영상이냐?"

아버지는 아직 먼데 서 계시고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지만,

거기 아버지가 계신다는 것 때문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자, 이쪽에 서라."

아버지는 비가 들이치는 쪽에 서시며 내쪽으로 우산을 씌우셨다.

이미 온몸이 젖을 대로 젖은 아버지는 당신의 몸으로 비를 막아 주셨다.

사실 아버지가 고갯길에서 마중오신 날은 단 하루이다.

단 하루! 단 하루 아버지가 나를 마중해 주셨는데 늘 그러셨다고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뒤에 서는 기쁨

딸아이와 함께 동네 산을 오른다.

자연스럽게 나는 딸아이 뒤에 서서 산을 오른다.

나는 여태껏 가족을 위해 늘 앞에 서서 여기까지 왔다.

전셋방 하나를 얻어 옮길 때도, 명절에 고향을 내려갈 때도 가족을 데리고 앞장서 갔다.

나는 의무감에 앞이라는 자리를 지키며 살아왔다.

계단 길과 호젓한 소로의 갈림길에서 딸아이는 젊은이답게 계단길을 택한다.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니지만 서슴없이 내 방식의 길을 버리고 딸아이의 길을 따르며 기뻤다.

나의 길을 고집한다 해도 세상의 모든 순서가 그렇듯 언젠가 나는 내가 가는 길을

누군가에게 비켜 줘야 한다.

자식을 앞세우고 산에 오르는 이들이 왜 부러웠는지 알겠다.

삶의 이치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기쁨 때문이 아닐까.

 

"만주의 어느 호수 밑에 떨어진 연꽃 씨앗이 천 년이 흐른 어느 날,

사람의 손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났다.

꽃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씨앗은 죽지 않는다.

비록 비좁은 씨방이지만 씨앗은 그 안에서 천 년 뒤의 어느 봄날을 꿈꿔도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승에서 그냥 한 생을 살고 마는 것 같지만 어쩌면 연꽃 씨앗처럼 먼 억 겁의

세월 밖을 꿈꾸며 살아 내는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 4-5쪽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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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단배 떠가네 - 오늘 하루,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111가지 인생의 지혜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책 <꽃단배 떠가네>는 제목만큼  아름다운 시어들과 선이 고운 그림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같은 느낌을 주는 묵상집이다.

일상을 마주하며 행복의 의미를 찾고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저자는 오늘 하루,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인생의 지혜를 들려 준다.

탄탄한 철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언어들은 의미를 되새길수록 빠져들게 된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아하! 그럴 법하다.

<좋은 생각>은 아주 조그마하지만 보석같은 글들이 가득 실린 책이다.

저자는 바로 그 '좋은 생각'의 편집인이라고 한다.

진정성이 묻어나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 삶 속에서 빛나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까운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커진다.

제목의 꽃단배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하루'의 다른 이름이다.

오늘 하루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열심히 노를 젓다 보면 어느 누군가도 반갑게 만나고 간절하게 바라는 무언가도 이루어질 것이고

어느 순간 슬픔도 아쉬움도 남겠지만 때로 벅찬 희열과 감동을 안겨주는 삶을 향해 떠가는 꽃단배...

행복한 항해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선물과 함께 귀한 인연들이 감사하다.

 

손 이야기

이 세상에 소풍을 보내준 손. 태어날 때 처음 잡아주고 지금까지 이끌어 준 손.

슬며시 다가와 따뜻하게 잡아준 손.

꼭 잡고 함께 걸어 주고 놓지 않은 손. 고개 끄덕이며 눈물을 닦아 준 손.

감사합니다. 모든 손들이여. 당신의 손이 오늘도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당신의 손이 오늘도 나를 살려주고 있습니다. 갚을 길이 없습니다." 

 

손을 생각하면 돌아가신 엄마의 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거칠고 투박했던, 그러나 내게는 한없이 다정했던 엄마의 손은 배가 아플 때 가장 많이 그립다.

솥두껑같은 커다란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 어느새 잠이 들곤 했다.

 

대가大家

대가들은 세상을 이끌어 가고 바꿔 놓기도 합니다. 거저 된 이가 없다 할 정도로 엄청나게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배워서 쓸 지혜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어도 주눅 들 건 없습니다. 대가에게만 진리와 사랑이 허락된 것도,

그의 열심에만 혼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가든 보통 사람이든 있어 마땅한 자리에서 각자의 얘기를 할 뿐입니다.

그의 쉼표는 그가, 나의 쉼표는 내가 각각 찍으나

그와 나의 마침표는 신의 시간에 판단되고 찍혀질 뿐입니다.

시대마다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사람의 가슴에 있음을 보여주고

사랑이 순도의 문제가 아니라 온도의 문제임을 보여준 사람들,

'왼손의 기적'의 주역이었던 사람들, 이분들이 과연 대가 중의 대가가 아닐까요.

 

보통 사람이어도 주눅 들 건 없지만... 대가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생각이 든다.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정진하여 이룬 땀의 대가로 불리워지는 대가라는 이름,

그 이름을 가질 수는 없지만 내 삶의 자리, 여기가 바로 꽃자리...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련다.

 

뒷산이 당신에게

그동안 당신을 오래도록 만나 왔습니다. 늘 우리에게 미소하며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알고

진가를 알아주는 당신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저기, 오늘도 당신이 올라옵니다.

꽃들은 분주히 단장하고 잎들은 초록을 내뿜습니다.

다람쥐는 당신 앞을 가로질러 뛰어갈 준비를 합니다.

 

숲과 나무, 자연을 사랑하지만 자연이 나를 알아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시인의 눈은 다른 게 아닌 모양이다.

내가 못보는 것을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으니...

 

왜 나만?

고통이 찾아올 때 '왜 나만?'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로 인해 참 혼란스럽습니다.

뒤집어 보세요. 행복할 때 그런 질문을 하는 바보는 없습니다.

복을 누리느라 바빠서 '왜 나만?' 하고 미안해할 겨를이 없습니다.

다시 뒤집어 보세요. 늘 괴로운 생각때문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주저앉아 넋두리할 시간에 빠져나올 방법에만 필사적으로 골몰하세요.

되짚어 보세요. 고통 속에서 선한 이유를 하나라도 찾는다면 당신은 아주 특별한 사람입니다.

신의 관심 속에 있음이 분명하니까요.

 

고통 속에서 선한 이유를 찾는다는 말이 참 좋다.

사람이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는 그 말처럼 모두에게 꼭 감당할 만큼의 고통만

허락하시길...

 

1승 1패

오늘도 두 번을 연속해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한 번 이기면 한 번은 지는 인생.

교만해지도록 놔두지 않는, 요행을 바라도록 놔주지 않는 신의 섭리입니다.

이기고 난 다음에는 지는 일을 잘 지러, 지고 난 다음에는 이기는 일을 잘 이기러

오늘도 씩씩하게 갈 뿐입니다. 나를 향한 신의 배려는 '균형'입니다.

 

질 때 지더라도 겸손하게 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 주시길...

 

명품, 좋아하세요?

시대의 명품들에게 공통점을 봅니다. 당당한 브랜드 이름, 희소가치, 부여된 의미,

비싼 가격입니다. 그러고 보니 명품은 사람을 닮았습니다.

당당한 브랜드 이름 - 이 얼굴로 생긴 사람 중에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이름.

희소가치 -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증하는 작품 중의 작품.(부모님께 바로 확인 가능.

"그럼, 내 새끼가 어떤 새낀데!")

부여된 의미 -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이 세상의 중심

비싼 가격 - 최고의 명품들을 다 합해도 이보다 더 비쌀 수는 없다!

 

내 부모에게도 나는 최고였고 내 자식들 역시 내게 최고이다.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명품 잘 알지도 못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거리에서

문득 가슴이 열리고 묻어 둔 그리움이 쏟아져 내리다. 도대체 어이없다.

그리움이 봄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지다. 어떻게 주워 담을 엄두도 나지 않다.

애써 태연한 낯빛으로 가끔씩은 있는 일인 것처럼 능숙하게 도로 가슴에 넣다.

그리고 곧 그 길을 떠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다가 보니 그리움 하나가 눈물을 쏟으며 쫓아오고 있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라는 노래를 듣고 나의 청춘을 생각하며 마음껏 그리워했다.

돌아가 보고도 싶지만... 그래도 오늘 열심히 살 것이다.

 

나그네는 길에서 뛰지 않는다

누군가와, 무엇과, 어느 것과 비교할 대상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사랑, 행복, 성공의 의미도

이와 같음을 인정하면서도 또 무심히 빨라지는 걸음을 봅니다.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에게 독촉까지 합니다.

우리 인생살이, 다만 나그네라면서요.

만약 도착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에 동의하겠지만

잘 가는 것도 목적이라면 '나그네는 길에서 뛰지 않는다.'라고 믿겠습니다.

 

잘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길에서 쉬엄 쉬엄 가고 싶다.

고갯길에서는 올라왔던 길도 내려다보며 한숨을 돌리고 주변의 소리들과 풍경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같이 하면서 가고 싶다.

 

'당신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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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잊혀진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생애를 그렸다.

저자는 알려진 몇가지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 사이에 상상력을 더해 그녀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덕혜옹주에 대한 역사적인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고 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덕혜를 중심으로 복순, 김장한, 기수등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묘사했다면 소설이 주는 감동이 더했을 것 같은데... 다소 아쉽다.

한 권의 책에 아픔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와 그 안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쳤을

참담했던 한 사람의 일생을 전부 담으면서 재미와 감동까지 선사하라고 하는 것은

작가에게 지나친 요구일까.

작가의 감상적이고 다큐 고발적인 책의 흐름은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 덕혜옹주의

비참한 삶에 대한 연민, 아픈 역사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소설이 주는 감동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그 이름에 걸맞게 살지 못했던 여자.

조국과 운명을 함께했지만 종국엔 철저히 버려졌던 여자.

온몸이 아플 정도로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여자의 이야기.

역사서로도, 인문서로도, 소설로도 남아 있는 게 없습니다.

일본 번역서가 한 권 있을 뿐입니다.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것은 그녀를 위한 진혼곡입니다.”~ 작가의 말


일본으로 떠나기 전 덕혜옹주의 모습

역사가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아 그렇게 흘러왔는지...

역사를 이루는 주체들이 현명하지 못해 다를 수도 있었던 역사가 그렇게 정해진건지...

그 또한 운명인지...

망한 나라에서 왕후가 시해당하고, 자신은 강제로 왕위에서 물러나게 되고, 

아들은 볼모로 일본에 붙잡혀 있어야 했던 고종의 처지가 새삼 안스럽다.

고종은 무능했던 것일까.

12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아버지 대원군과 부인 명성왕후의 강한 기에

눌려 자신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던 고종.

환갑 나이에 보았던 어린 딸 덕혜를 얼마나 귀히 여겼던가.

그 딸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일본에 보내야 했던 고종과 양귀인의 비애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절망을 견뎌내는 일이 죽음처럼 고통스럽다는 것을 왜 일찍 알려주지 않았소?" ~ 23쪽

꼿꼿한 눈매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명성왕후를 생각하며 고종의 탄식이다.

절망을 견디는 것은 죽음보다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절망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절망이 나를 좀먹지 않도록, 절망에 굴복당하지 않고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살기 위해 절망에 굴복하고 자신 안으로 깊숙이 숨어드는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고종과 백성들이 절망했듯이 덕혜 역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망해가는 나라의 황녀로 태어나 한번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했기에.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강제로 나라를 떠나 낯선 땅 일본에서

이지메를 당하고, 독살을 두려워하다가 결국 강제결혼을 하게 되고 자신이 낳은

딸에게조차 버림받으면서 그녀의 끝없는 두려움은 자신 안으로 깊이, 더 깊이 숨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운 조국을 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두렵기만 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당했던 그대로 자신의 딸이 이지메 당하는 현실을 잊고 딸의 자신을 향한 원망과

비난을 잊기 위해 마음의 병은 우울증으로, 정신분열증으로 깊어갔을 것이다. 

약한 나라의 설움이 그녀 한 몸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래도 그녀는 왜 싸워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안으로 도피해야 했을까?

그녀 어깨 위에 얹힌 무게가 절대로 감당못할 만큼 큰 것이었을까?

자신이 당하고, 당해야 했던 비참한 역사적 현실에 대해 훗날 햇빛 쏟아지는 밝은

곳에서 자신의 육성으로 당당하게 소리치지 못하고 깊은 병 속으로 숨어야만 했을까...

일국의 옹주답게 자신이 처했던 어둠을 고발하여 우리의 마음을 더욱 비분강개토록

하지 못했을까.

아니, 증언을 하지 않아도 좋다.

견딜 수 없었던 절망일지라도 참고 이겨냈다면 일본은 패망하고 그녀는 해방 조국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남았던 포로들은 전범들을 죄주는 법정에 나와 그들을

고발, 증언하여 전범들의 죄상이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났다.

덕혜옹주여!

왜 떳떳이 살아남아 저들을 고발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볕을 피하고

숨어 지내야 했습니까?

병이 들기 전에 조금만 덜 상처받고 조금만 더 세월을 기다리지 못했습니까?

 

일본과 관계된 원한과 가슴속에서 치미는 울분의 감정들은 이제는 정리해야

할 구시대의 묵은 감정일지도 모른다.

비록 독도 문제와 종군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난제로 남아 있지만...



"나는 돌아가리라. 어머니 계신 곳으로 돌아가리라.

덕혜의 가슴 속에 세월이 만든 상처가 밀물처럼 들어차기 시작했다." ~160쪽

"내 곁에는 바람소리도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곁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세월이여, 진정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나를 모른다 하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도 나를 모르다 하오. 나를 낳은 나라도 나를 모른다 하오.

나는 부유하는 먼지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소.

이토록 삶이 무겁다니. 이토록 고단하다니...... " ~ 337쪽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 407쪽 덕혜옹주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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