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씨의 위대한 결정 - 내 인생과 세상을 구하는 단 하나의 길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앤디 앤드루스의 <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은 2003년 출간하여 100만의 독자가 읽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완결판이다.

전작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40대 중년 남성이던 폰더는 <폰더 씨의 위대한 결정>

에서 부와 명예를 손에 쥐었지만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70대 노인으로 등장한다.

지구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시간여행자였던 폰더는 대천사 가브리엘의 인도로

천상의 정상회의에서 사회자를 맡게 된다.

대천사는 인류의 역사를 이끌었던 시간여행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내놓는다.

 

"인류는 성공적인 문명으로 가는 길을 회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부에 대한 꺼질 줄 모르는 욕망, 권력 추구와 이기주의의 팽배, 이웃에 대한 무관심...

인류는 점점 더 참다운 진리로부터 멀어졌고 파괴적인 속성을 키워왔다.

인류는 문명의 발전으로 편리한 삶을 영위하면서 순수했던 인간성을 잃고 신이 벌준

노아의 홍수 대신 빠른 속도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과연 인류의 문명을 올바른 방향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폰더가 이끄는 정상회의에는 인류의 역사를 밝은 빛으로 이끌었던 위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이끌었던 최고의 가치들을 설파하고 그 과정에서 대천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저자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거기에 흥미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몇가지 장치를 두고 있어서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는 지점까지 다섯 명의 여행자에게만 도움을 요청해서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과연 최고의 가치, 혹은 정답이 무엇일까

마지막까지 수수께끼를 푸는 마음으로 긴장하며 읽게 된다.

 

첫번째 여행자 ~ 잔다르크

흔들림 없는 희망을 가진 사람은 기적을 일으키는 힘을 가진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만져지지 않는 것을 만지게 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성취하게 한다. 삶은 때때로 역경의 강풍을 맞아 흔들리기도 하고

무기력의 홍수에 떠내려가 익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센 희망을 가진다면

모든 상황이 '포기하라'고 소리칠 때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

 

두번째 여행자 ~ 링컨

지혜는 사물을 분간하는 능력이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균형감각이며 조화로움이다.

지혜는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영위해야 한다는 깨우침이며 인생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에

유머 감각을 가져다주는 힘이다.

지혜는 좋은 판단을 가져오고 동요하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세번째 여행자 ~ 에릭 에릭슨

용기는 지혜로 가는 다리이다.

많은 상심과 고뇌가 있지만 인생이라는 게임은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우리가 오늘 아침을 용기와 지혜로 맞아들였다면, 상심과 고뇌의 과거는

극복될 수 있다." ~ 206쪽

 

네번째 여행자 ~ 다윗왕

자기단련은 자신의 마음을 통제하는데서 시작한다.

자기단련은 현재의 당신과 앞으로 되고자 하는 당신을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마음이 자신을 다스리게 된다.

'당신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별로 원하지 않는 어떤 것도 연습할 용의가 있는가?'

우울함을 느낄 때,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재미있는 책도 읽고 싶지 않고

명랑한 음악을 듣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간절하게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미소짓기, 산책하기, 친구를 만나기- 억지로 부과하는 자기단련을 하라.

 

다섯째 여행자 ~ 조지 워싱턴 카버

성품은 지금 현재의 당신 자신이다.

성품은 자기 혼자 있을 때 드러나는 그 사람의 인간성이고 남이 보든 말든 한결같이

올바른 자세이다. 성품은 사람들이 세상을 관찰하고 동료와 이웃에게 반응하는

방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 277-278쪽

 

다섯 명의 여행자가 말하는 가치들은 가브리엘이 낸 문제의 정답이 아니다.

물론 희망의 회복, 지혜의 추구, 용기의 발휘, 자기단련, 좋은 성품의 도야 등이

정답을 구성하는 일부는 될지라도...

정답은 '뭔가를 하라'이다.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뭔가를' 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겁먹고 낙담되는 순간에 사람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는 있다.  

'뭔가를 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어놓아 온 유일한 것이다. ~ 328쪽

 

할 수 있는 뭔가를 지금 당장 하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인류가 서로를 배려하고 울타리와 가두어진 삶에서 벗어나 온정을 보일 때,

우리 사는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밝게 빛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할머니, 아버지와 엄마, 형제들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켜켜로 쌓여있는 목포...

눈을 감으면 선연하게 떠오르는 선창가 부두 풍경,

바람을 타고 언제나 출렁이던 바다, 손에 닿을 듯 보이던 섬들, 

짙은 안개와 뱃고동 소리, 뱃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

어디서건 스며 있던 짠내와 생선 비린내, 바람에 섞여있던 진득한 소금기,

유달산과 노적봉 그리고 일등바위, 오거리와 목포극장, 그리고 완도선구점...

육덕진 엄마의 짝짝이 젖무덤 아래에서 깊은 강물 속같은 평화가 스르르 찾아드는

잠과 함께 머물던 곳. 내 고향 목포...

저자는 치유의 장소가 굳이 목포가 아니더라도 부산, 인천, 강릉, 군산이거나

어디이건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목포인 것이 너무도 고맙다.

목포에 가면 어느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설움들이 그 징하디 징한 정겨움으로

소리없이 치유될 것만 같다.  

설렘으로 기다린 책 <영란>을 읽으며 그리운 목포와 기억속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 공선옥은 책 <영란>에서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한 사람이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보여준다.

사고로 아이와 남편을 잃은 한 여자가 우연히 갔던 목포에서 사연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보며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게 되고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슬픔과 마주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다가오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가.

그녀는 어느 여름날 한낮의 열기와 답답함을 누르며 왜 오르는지 의식조차 못하면서

산을 오른다.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전율하게 하는 과거의 한 장면이다.

그 시간 자폐아였고 천사같았던 그녀의 아이는 서서히 물에 가라앉고 있었다.

견딜 수 없었던 남편은 겨울 어느날 언덕길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이와 남편의 죽음은 그녀를 어둠의 세계 깊숙한 곳으로 내동댕이쳤다

찰나의 순간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단 한번이라도 주어진다면...

신의 의지로 어찌해 볼 수 있거나 돌이킬 수만 있다면...

인간은 삶이라는 고해의 바다를 평화롭게 건널 수 있을까.

 

목포 '영란여관'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그녀는 여관주인 할머니가 지어준 이름인

영란이로 살아간다. 저자의 슬픔에 대한 묘사는 참으로 절절하다.

"아이가 좋아하던 반찬들을 만들며 '그리움'과 '슬픔'의 서늘한 감정들이 한 움큼씩

회오리를 일으키다 가슴을 지나 창자 깊숙한 곳을 지나는 것을 느끼며 그냥 내버려 둔다.

대신 그녀는 침을 몇 번 꿀꺽 삼킬 뿐이다." ~ 61쪽

그녀는 영란여관에서 투박하고 걸쭉한 남도 사투리를 따라하고 눌은 밥을 끓여 먹고

뱃고동 소리와 이난영의 테이프를 듣는다.

바람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아이가 물에 잠겨가던 그때 하염없이 산을 올랐던

그 여름의 한낮을, 그 강가에서 아이를 지켜보고만 있었어도 아이는 살아서 웃고

말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고...

남편의 옷자락이 스치는 기미를 흘려버리지 않고 붙잡았다면 남편은 곁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동안 흘릴 수 없었던 눈물을 마음껏 흘린다.  

그녀는 영란여관에서 저마다의 사연은 다르지만 이별하고 사랑하고, 떠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누구도 다른 이의 슬픔을 대신할 수 없지만 같은, 또 다른 삶의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손을 내밀고 음식을 같이 하며 눈물을 흘릴 때 서로의 상처를 보게 되고

같이 기대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녀에게 삶은 막걸리와 빵만으로 버티던 힘겨운 고통의 시간들이었지만...

그녀의 아픈 기억들은 언제고 일렁이면서 삐죽이 삶의 자리마다 떠오르겠지만...

그녀는 아이와 남편에게 용서를 청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삶의 자리에서 굳건하게 살아가리라.

 

"어느 날에 문득, 나의 옛집과, 그 집에 피어나던 장미와 그 장미 그늘 아래서의 사랑과,

그 사랑들과의 예고없는 이별과...... 그런 것들을 아무런 마음의 동요 없이 무심하게

말할 날이 올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젊은 날의 상처와 부끄러움을 남의 일인 듯,

훌훌 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는

장미를 심었다." ~ 255-256쪽

 

"복숭아꽃잎이 뚝 떨어져 내릴 때 화들짝 놀라는 것이 실은 눈물이 출렁하는 순간임을,

바람이 건듯 불 때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실은 내 눈물이 흩날리는 순간임을,

내 사랑들이 남긴 눈물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인 것을 나는 알겠다.

간재미를 토막 내 막걸리에 빨다가 그만 눈물 몇 방울이 막걸리와 함께 섞이고 말았다.

내 눈물이 섞인 간재미회는 또 그것을 먹는 누군가의 눈물에 섞일 것이다.

눈물과 눈물이 섞여서 살이 되고 피가 될 것이다." ~ 261쪽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슬픔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다독였으면 좋겠어요.

내 속의 슬픔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다 보면 마음의 눈이 깊어져서 다른 사람의

슬픔도 볼 수 있게 되지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면 세상도

아름다워지지 않겠어요." ~ 저자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메멘토모리 - 조선이 버린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자살이 삶의 고통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정치인, 재벌, 유명연예인에서 시민들과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자살 보도가 끝도 없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고 자살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인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네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고 한다.

 

수능시험 전후로 자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실로 마음 아프다. 

중.고 학생들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왕따로 인한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것 또한 못내 안타깝다.

그 시기를 인내롭게 넘긴다면 후일 틀림없이 웃으며 힘든 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자신을 단련시켰던 시간들에 감사하면서 더욱 알찬 삶을 꾸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살하는 이들의 심적 고통을 다는 이해할 수 없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의 극한점을 헤메었을 것이고 타인이 이러니 저러니 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자살은 이기적인 행위임에 틀림없다.

여러 종교에서 강조하듯이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용납할 수 없으며 고통에서 도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발달한 현대문명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사회 전방위에 걸쳐 물신화로 인한

극심한 인간 소외 현상을 초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웃과 직장 등의 소집단 내에서,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고 챙겨주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생명과 행복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일이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당사자들의 극심한 고통을 살피지 못하고 연민 없는 냉정한

시선들이 혹여 그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검토와 자기 반성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모든 경우의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행해지는 것 같은 자살이라 해도

반드시 사회 구조 내부에 원인과 문제점이 있고 그 안에서 해결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찌기 사회학자 에밀 뒤르껨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피력했다.

'자살은 사회적 사실이며 이는 다른 사회적 사실에 의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조선의 메멘토모리>에서 '조선이 버린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부제로

조선시대의 자살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메멘토모리는 철학용어로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자살을 선택했을까?

저자는 당시 조선 사회를 지배하던 정치, 사회 상황과 더불어 유교적 가치관 등이 

자살의 근본 원인이라 진단하고 그 실태를 서술하고 있다. 

조선의 사회 문화를 오랜 세월 연구해온 저자의 이력에 힘입어 다양한 시각의 글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임금과 신하, 양반과 하인, 중국에 바쳐진 처녀들과 환향녀, 절개를 지키고자 목숨을

버린 여인들, 전장터에서 목숨을 버린 병사들과 민초들의 가여운 죽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행해졌던 자살 묘사에서 당시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라 하겠다. 

 

 목차

1장 ; 왕실을 둘러싼 자살사건

2장 ; 정치적 암투와 그 패자들의 죽음

3장 ; 여인들의 한스러운 자결

4장 ; 전쟁터에서의 의로운 결단

5장 ; 민초들의 마지막 선택

6장 ; 애도할 수만은 없는 죽음

 

저자는 조선시대에 자살을 하려 했던 임금들로 선조와 인조를 들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조선 최대의 전쟁에 직면, 백성을 버리고 피난을 갔던

두 임금이 외적을 물리칠 생각 대신 무책임하게 자살 운운했으니...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치열한 당쟁과 당파싸움이 낳은 자살들 역시 비극적인 역사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희대의 독부라 알려진 장희빈 역시 숙종이 남인에서 서인으로 돌아 서면서

정치적 숙청 대상이 되어야 했다. 당파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반대당파의

벼슬아치들 뿐만 아니라 궁궐과 규중의 여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선사회에 뿌리박힌 유교적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자살을 유인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조선 사회에서 수많은 여성들은 남편이 죽은 후 오랜 세월 정절을 지키며 살았다. 

남편이 죽으면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는 여인네들을 장려하여 열녀문을 세운 사회였으니 

순결과 정절의 미덕은 은장도 등과 함께 여성에게 따라 다니는 족쇄라 하겠다.

병자호란 직후 5만이 넘는 백성이 포로가 되어 청나라로 끌려갔다.

대부분이 부녀자인 그들은 후일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들을 환향녀(還鄕女)라 부르며 천하게 여겼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란에 의해 치욕을 삼키고 참아 내다가 그리운 고향땅에 돌아왔지만 싸늘한 냉대 속에

시름 시름하다 죽거나 마음 아파했을 그녀들의 처지에 연민의 감정이 절로 인다.

고려에 이어 조선 역시 건국 초기와 후기에 명나라로 공녀를 보내야 했다.

처녀들은 공녀로 선발되지 않기 위해 자살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고

공녀로 뽑힌 이들은 중국으로 끌려가는 도중에 자살했다고 한다.

여인들은 약소국의 설움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지만 조선은 그들을 품어주지 못하고

백안시까지 했으니 참으로 못난 사회였던 셈이다.

 

자살 이야기 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신숙주의 부인 윤씨의 자살이다.

윤씨부인은 남편인 신숙주가 문종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고 세조를 따르자 그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다.

사육신과 달리 세조의 단종 폐위에 가담하고 이후 고위 요직을 거쳤던 신숙주는

후대에 변절자로 비판을 받았다.

윤씨의 자살설은 이광수의 <단종애사>에도 실려 있지만 소설가 김동인 외 여러 역사학자들은

자살설을 부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윤씨의 자살설이 속설에 그친다고 해도 과연

왜 그러한 속설이 생겨났느냐는 의문이 든다.

어릴적에 성삼문, 박팽년 등의 전기를 읽으면서 사육신이 전왕에 대한 의리와 변치않는

충성심으로 권력에 빌붙지 않고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아마 후대에 사육신을 숭배하는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가 사육신과 반대의 행보를 통해

부귀영화를 누렸던 신숙주한테 내리는 징벌의 의미로 그러한 속설을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왕족들의 자살, 벼슬아치들과 사대부 양반들의 자살에 비해 민초들의 자살은

훨씬 절실하게 다가온다.

조선시대에는 탐관오리들의 수탈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백성이 많았다.

백성이 있고서야 관리가 있고 나라가 설 수 있다는 간단한 이치를 모르지 않았을텐데

참으로 한심하다.

일신의 부귀영화만을 추구하던 어리석은 관리들 때문에 백성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군역의 고통 또한 극심하여 처자를 이끌고 목을 매거나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이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하니 그 참상을 짐작할 만 하다.

농사를 지어야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해야 했을 장정들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자살을 택했을까.

그 당시도 양반의 자제들은 학업을 핑계로 군역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고 하니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만 군역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모양새가 오늘날 고위 정치인들과

그 자제들의 경우를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혜연 2012-07-3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나라가 저래서 자살률이 높아진이유가 너무 감정을 절제하기 때문에 그런것같아요~!
 
비바리
고봉황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 <비바리>의 시간적 배경은 '제주 4.3항쟁'이다.

오늘날 4.3 사건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과거

저편으로 사라진 비극이 되었지만 소설은 4.3항쟁 전후의 시간들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여실히 보여 준다.

방송작가인 고봉황의 첫 장편소설 <비바리>는 역사소설이 아니다.

저자는 4.3사건 당시 그 세월을 살아낼 수 밖에 없었던 개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스스로 주관하는 시간 안에 존재하지 못하고 역사의 흐름속에 존재하는 인간은

언제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간들 속에 갇히게 된다.

소설은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나약한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되고 휘둘리는지 바라보게 만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되찾아야 할 땅, 자식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세월을 헤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라산 너른 초원의 아름다운 제주를

떠올리게 하면서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쉼없이 따라가다 보면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통한의 한 세월과

지난했던 민초들의 삶에 직면하면서 마음이 숙연해진다.

제주도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설 곳곳에서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지던 스칼렛처럼,

박경리씨의 <토지>에 나오는 서희처럼 가문의 명예를 되찾고 땅을 되찾으려는

주인공 송지하는 역경을 딛고 강인하게 일어서서 그 빛을 발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진 여인과 그 뱃속의 아이를 지켜야 했던 지하.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살리는 조건으로 원수의 아이를 잉태해야 했던 지하.

원수의 핏줄인 딸을 증오했지만 딸의 죽음 이후 그 슬픔을 견딜 수 없었던 지하. 

신분을 넘어 지하에 대한 평생의 해바라기 사랑으로 바다 건너 일본의 야쿠자가 된 우찬.

자신의 사랑이 처참히 짓밟혀진 것도 모른 채 이념을 위해 북송선을 타고 떠나는 

지식인 부시원. 엄마의 애증을 견뎌야 했던 강진과 부건 등등.  

엇갈린 시간들과 빗나간 사랑, 알지 못하는 운명과 싸우며 절망에 몸부림치는 그들

모두의 삶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들 모두에게, 그리고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져지는,

제주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평생 물질을 하며 아들을 기다리던 오순순의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힘겨운 삶에 대한 통한을 넘어서 삶의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견디려고 하는 기다림의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난한 역사를 헤쳐 온 그들의 삶에 경배를 드린다.

제주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 버린 민초들 모두를 싸안았고 말없이 우뚝 서있다.

땅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들의 정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제주,

비바리의 땅, 바람과 돌과 여인들의 땅, 아름다운 제주의 아픈 역사가 소설 <비바리>에

가득 펼쳐진다.

 

"지하는 허리를 숙여 푸르게 돋아난 목초 한 웅큼을 땅에서 뽑아냈다.

제주땅의 검은 흙이 고스란히 뿌리채 묻어 있었다.

지하는 목수건을 풀어 그것을 통째로 싸서 가슴에 품었다." ~ 145쪽

 

"지하는 멀리 보이는 물영아리 오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소유가 된 수망리의 너른 목초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너무 긴 시간을 돌아 이곳에 다시 섰다. 스무 살 봄, 불타버린 땅, 검은 재로

뒤덮혔던 땅은 세월이 흘러 초록의 기운을 되찾았다. 초록의 풀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 사이로 떠나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 280-281쪽

 

"지하는 땅에 귀를 대고 엎드렸다. 멀리서 파동이 느껴졌다. 어쩌면 땅속 깊은 곳,

섬의 뿌리 어딘가에서 전해져온 대답, '살암시민 살아진다'

그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지하의 귓가를 오래도록 맴돌았다. 제주 땅에 모진 바람

맞으며 살다 간 비바리들이 건네는 말이었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녀의 지난했던 과거도 모두 살아내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것만 같았다. ~ 388쪽 

 

제주 4.3 항쟁

8.15광복 이후 제주도민들은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했고 이에 대해 경찰 및

우익단체는 무차별한 테러를 자행, 도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좌익세력은 제주도민들과 함께 남한만의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반대, 반미. 반경찰.

반서북청년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민중봉기를 주도하였다.

이에 미군정은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진화하려 했으나 사태가 더욱 악화되자 군을

투입하여 제주도 전체를 초토화시켰다. 해발 200~600m 사이의 중산간 마을들은

적성지역으로 간주돼 불바다가 됐고 9만 명의 이재민과 엄청난 재산피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인 3만 여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했다.

이 사건은 발발 1년 만인 1949년 5월 종결되었지만 봉기의 여파로 인한 완전진압은

6.25전쟁을 거쳐 1954년에 가서야 가능하였다. ~ '네이버 테마 백과사전 출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생 필요한 비즈니스 스킬
이성용 지음 / 김영사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

예비 CEO를 비롯, 직장인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성공을 위한 

멘토링을 원하지만 역할 모델의 부재와 그들이 모방해야 하는 비즈니스 스킬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유명 CEO들이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의 스킬은 최고가 아닐 수 있으며 미래 경영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저자는 책 <평생 필요한 비즈니스 스킬>이 젊고 의욕적인 직장인들에게 멘토링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베인 앤드 컴퍼니' 회사의 임원으로 경영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저자는 1,000개 이상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3만 명 이상의 임원들을 만나며 탁월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스킬을 가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바로 '평생 필요한 비즈니스 스킬'인 셈인데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도 적용되고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초 비즈니스 스킬이다.

 

성공한 임원들의 공통된 특징 3가지

첫째 ; 결정적 계기를 살려라.

축구 경기를 예로 들면 승패가 갈리는 시점은 게임의 주도권을 뺏는 페널티킥이나

허를 찌르는 패스 혹은 단순한 상대팀의 실수나 파울이 될 수도 있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그 순간이 게임의 주도권을 뺏거나 빼앗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이 결정적인 계기는 승부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발생하는 찰나와 같은 순간이다.

일상에서도 결정적인 계기를 경험한 순간은 뇌에 영구적으로 각인되어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저자는 20년 전 김우중 회장을 하버드 캠퍼스에서 만난 일을

자신의 결정적 계기로 기억한다. 김우중 회장의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저자의

영혼을 울렸고 그때의 경험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장벽을 넘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고 한다.그는 현재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회상을 통해 무엇을 놓쳤는지 되짚어 보라고 조언한다.

둘째 ;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단, 일찍 시작하라.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는 실력과 재능을 갖췄지만 5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반복학습과 조기교육의 수혜자이다.

30대가 되었을 때 그는 30년의 경력을 갖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된 것이다.

한국 여성 골프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 많은 유태인들이 은행가로

진출하고 흑인들이 농구를 잘하는 이유 등도 일찍 시작할수록 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것을 거울삼아 같은 실수들을 줄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공은 적응력이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우등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비즈니스계에서 성공한 임원들 역시 커리어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겪으면서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세째 ; 훈련, 훈련, 또 훈련 밖에 없다.

미국의 메이저 리그 야구에서 12번의 타격 기회 중 3번의 안타를 치면 타율이 0.250,

4번의 안타를 치면 0.333이다. 차이는 불과 0.08, 즉 8푼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초래한다. 평균 타율이 0.333인 선수의 연봉은

무려 25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0.250인 선수의 연봉은 23만 달러 정도이다.

타율 8푼의 차이에 10배의 연봉 차이가 난다. 3할의 타격이 가능할 수 있는

치열한 반복훈련을 통해서만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비즈니스 스킬도 이와 같다. 제대로 습득하면 미세한 차이라도 커다란 힘을

발휘하며 성공의 과실을 맺을 수 있다. 커리어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스킬을 연마해야 하며 꾸준한 자기 계발을 해야만 한다.

 

저자는 스펙제일주의의 우리 사회에 대고 스펙이 성공의 안전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다. 일리가 있다.

너도 나도 따는 스펙은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21세기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은 붕어빵처럼 쏟아져 나오는 틀에

박힌 인재가 아니라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도전하는 진취적인 인재를 원한다.

피카소는 사회가 인정하는 그림의 분위기에 맞춰 그렸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주어진 틀 안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는

자신의 전 세대에도 후 세대에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의 뒷골목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했고 우리가 기억하는 '피카소'가 되었다.

비즈니스계에서도 남을 앞서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야생의 정글과도 같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 열정을 자신이 진정 꿈꾸던 분야,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창출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년 동안의 비즈니스 현장 경험이 녹아 있는 저자의 조언들은 멘토가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성공한 저자의 확신에 찬 글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에서 젊은 청춘들이 짜안하다.

젊음은 좋지만...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젊기 때문에 

누리는 자유와 여유로움 등의 특권마저 어렵게 한다.

스펙쌓기는 남들이 다 하니까, 혹은 불안하니까 안할 수도 없고...

거기에 창의성과 불굴의 도전정신, 혁신적인 사고방식, 남과 차별화되고 독특한

나만의 개성과 능력 등을 갖추기 위해 청춘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까...

 

"미래를 내다보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피하지 않고 직접 창조하는 것" ~ 피터 드러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