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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마크 로그.피터 콘라디 지음, 유향란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쓴 <킹스 스피치>는
영국왕 죠지 6세의 감동실화이다.
말더듬이 왕 버티 역에 <맘마미아>, <러브 액츄얼리>의 콜린 퍼스와 언어치료사 역에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프리 러쉬가 배역과 딱 떨어지는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훌륭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우아한 영상, 시종일관 흐르는 잔잔한 음악 등이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반의 분위기는 곳곳에 스민 유머에 힘입어 마지막
명연설 장면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자연스럽게 흐른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의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했다.
왕위 서열 2인자인 알버트 왕자는 본의 아니게 왕위를 물려받는다.
그에게는 왕의 자리가 바꿀 수 있는 직업이라면 바꾸고 싶을 만큼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소심한 성격인 데다가 심한 말더듬이였던 그는 연설을 많이 해야 하는 왕의 자리가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그는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유모의 학대를 견뎌야 했다.
(어떻게 왕실에서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아버지 조지 5세의 엄격한 교육방식과 매사에 똑똑했던 형,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 등은 그가 자신의 속으로 깊이 숨을 수 밖에 없었던 슬픈 기억들이다.

버티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마.이.크...
이 모든 것들이 공포이다.
히틀러는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실의에 잠긴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평화와 정의에 대해 말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왕비역에 헬레나 본햄 카터.
그녀는 버티에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호화롭지 않으면서도 품격있는 영국 왕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버티 옆에 앉은 아이가 현재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다.

정식 학위도, 자격증도 없지만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언어치료사 로그.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는 그의 감성은 상처와 열등의식에 싸인 버티를 그만의 방식으로
이해한다.
그는 권위 앞에 당당하다.
버티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국왕에게 굳이 버티라고 부르면서 동등한 입장으로
치료에 임한다. 버티가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그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로그가 없었다면 말더듬는 것을 고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는 로그가 곁에 있었기에 누구에게도 터놓고 말할 수 없었던,
기억속에 가라앉혀 두었지만 언제고 떠올라 그의 성장을 방해하면서 트라우마로
작용했던 아픔들이 치유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은 나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 나의 결점마저도 인간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라고
여기며 받아주는 단 한사람의 온기만 있어도 구원되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라도 그에게 마음을 건네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다.



어눌하고 느리지만 진실이 담겨 힘이 넘치는 버티의 연설이 끝나고...
영화속 배우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질 때 하마터면 나도 같이 박수를 칠 뻔 했다.
(주변이 너무도 조용했기에 박수를 쳤다면 틀림없이 뻘쭘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우리편이 이기는 순간,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한마음이 되어 박수를 쳤다.
박수를 치며 우리편이 드디어 이겼으며 앞으로도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세상이
될거라는 생각으로 안도하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버티는 결국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왕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민들의
사랑과 신임을 받았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을까...
연설이 끝난 후 버티는 로그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는 친구"라고 말한다.
'버벅 버티'는 자신을 이해하는 로그와 함께 열등의식을 딛고 성장하고 변화했다.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 내면을 쓰다듬고 위무하는 이가 진정한 벗이다.
서로의 마음이 오갈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세상은 외롭지 않은 곳이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콤플렉스를 극복한 인간의 한 위대한 용기와
사람을 변화시키는 우정의 놀라운 힘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