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학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19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손명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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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손명현은 <시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은 '비극의 정의와 질적 부분의 분석'을 다룬 6장이라고 본다. 역자의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시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비극의 정의를 담은 다음이다.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요, 쾌적한 장식을 한 언어를 사용하고 각종의 장식은 각각 작품의 상이한 여러 부분에 삽입된다. 그리고 비극은 희곡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애련(pleos)과 공포(phosbos)를 통하여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1449b 24~28) 전체 26장 중 6장부터 20장까지가 비극에 관한 논의를 담은 이 책은 불균형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서사시 및 희곡과 유사하다고 말하고 있다(1448a26~27). 비극과 희극 및 서사시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점에서 보면 우리는 비극 분석을 통해 다른 장르의 문학 창작을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비극 분석만 전해지더라도 <시학>은 창작 장르 전반에 관한 분석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모방의 대상, 매개체, 양식, 목적에 따라 정의한다. 비극이 모방하는 대상은 "완결된 행동(teleias praxeos)"이며, 그 매개체는 '쾌적한 장식을 한' 예술적 언어요, 비극의 양식은 희곡, 비극의 목적 내지 효용은 '애련과 공포를 통한 카타르시스'에 있다. 대상, 매개체, 양식을 더 구체적으로 쪼개면, 비극은 여섯 사지 구성 요소를 가진다. 즉, 플롯, 성격, 사상(이상 모방의 대상), 그리고 조사(措辭)와 가요(모방의 매개체), 마지막으로 장경, 즉 배경(모방의 양식)이다.

이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mythos)이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생활과 행복과 불행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하여진 것, 즉 스토리 내지 플롯이 비극 목적이요, 목적은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 행동 있는 비극은 있을 수 없을 것이나, 성격 없는 비극은 가능할 것이다."(1450a15~25).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플롯 역시 완결된 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시작-중간-종말로 구성된다. 이 셋은 하나의 목적을 따라 필연적 연관으로 상호 연결된다. 그러므로 잘 구성된 플롯은 선행하는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시작과 행동을 마치지 않는 결말, 시작이나 결말과 연결되지 않은 채 고립된 중간을 배제하여, 통일적이며 자기완결적이다. 사태가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 방향으로 변화하는 급전과 무지에서 지로의 이행인 발견이 애련과 공포를 환기하기 위해서는 플롯 자체의 구조로부터 발생하여야 한다. 우수한 플롯은 권선징악처럼 선인과 악인의 운명이 반대뇌는 "이중의 결말"을 취해선 안 되고 파멸의 비극적 효과를 잘 일으키기 위해 단일한 결말을 가져야 한다. 이중의 결말에서 얻는 쾌락은 "희극적 쾌락"이다.



통일성은 개연성과 필연적 연관으로 확보할 수 있다. 비극의 목적은 공포와 애련의 환기이므로, 비극의 플롯은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짜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인 상호 인과관계에 따라 사건이 일어날 때 효과를 거둔다., "시에 있어서도 스토리는 행동의 모방이기 때문에 하나의 전체적 행동을 모방해야 하고, 그 여러 사건의 부분은 그중 하나를 바꾸거나 제거하면 전체가 지리멸렬이 되게끔 구성되어야 한다."(1451a31~35) "시인의 임무는 실제로 일어난 것을 말하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 즉 개연성과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kata to eikos e to anankaion) 가능한 것을 말하는 점에 있다."

비극의 주인공은 "덕이 높은 사람(epieikes)"이나 "극악한 자"가 아니다. 그들의 파멸은 도리에 어긋나거나 비극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비극의 주인공은 "양 극단 간의 중간에 위치한 인물...즉, 덕과 정의에 있어서 월등하지는 않으나 악과 죄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결정에 의해서 불행에 빠지게 된 인물이 그와 같은 인물인데, 그는 명망과 번영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러한 인물은 "우리들 이상의 선인"이다. 이런 인물의 성격은 네 가지 준칙을 지켜야 한다. 1) 성격이 선량해야 하고, 2) 성격은 등장인물에 적합해야 하며, 3) 전설과 유사하고, 4)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모방의 대상이 일관성이 없는 인물이면, 한결같이 일관성이 없어야 한다.

창작의 목적은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통일된 행동의 모방을 통한 카타르시스이기에, 비극에서 그리는 '보통 이상의 인물'이 설령 신화나 역사에서 소재를 따왔다고 해도, 작가는 그 인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초상화가처럼 "실제 인물의 고유한 형상을 재현하고 그 초상을 그리는 동시에 실제 인물보다 더 아름답게 그린다." 이는 이상적 기법을 통한 인물 묘사이다. 그리스 비극의 완성자인 소포클레스도 자신을 "이상적 인간"을 그린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비극 등장인물의 사상은 그들의 언어, 곧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데, 이는 시학보다는 수사학에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한 주제이다.

서사시는 그 길이, 운율, 허구적 개연성의 허용 정도 등에서 비극과 차이가 나지만, 여러 점에서 유사하다. 우선 서사시도 극적인 구성을 통해 전체적이고 완결된 통일적 행동을 모방한다. 둘째, 그것은 비극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건이 아니라(이는 역사에서 다루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건의 일부만을 필연적인 연관으로써 취급한다. 셋째, 서사시의 플롯은 단일하거나 복잡하며 성격적이든지 혹은 파토스적이다. (단일하고 파토스적인 서사시의 예는 <일리아스>이고 발견적이고 성격적인 서사시는 <오뒷세이아>이다.)

그렇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서사시보다 우수하다고 본다. "비극은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형식은 더 풍부하고 생동적이며, 더 짧은 시간 안에 카타르시스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행동의 통일성이 더 많아 공포와 애련의 환기에 기인하는 쾌락의 산출이라는 시의 목적을 더 잘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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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6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동아리회원들과 시학읽고 우리끼리 ˝세상은 시학을 읽은 사람들과 시학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나뉘어˝라고 하며 서로 격려하던 생각이 나네요
이 리뷰 읽으니 다시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우 2022-06-06 13:06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전 이제 시학을 읽은 사람이 되었군요. 저도 더 공부해고픈 텍스트입니다.

mini74 2022-07-0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만 있는 책 ㅠㅠ 그래서 차마 댓글 못 달고 조용히 읽고 지나간 리뷰네요 ㅠㅠ
당근 되실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김민우 2022-07-09 07:42   좋아요 1 | URL
당연 되실 줄 알았다니 과찬이십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미니님!

이하라 2022-07-08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김민우 2022-07-09 07:42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7-08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김민우 2022-07-09 07: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시학을 읽은‘ 그레이스님!ㅎㅎ

러블리땡 2022-07-0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김민우 2022-07-11 18:35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하루되시길

thkang1001 2022-07-1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김민우 2022-07-11 18:34   좋아요 0 | URL
thlang1001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