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힘 - 표현력 + 스타일 + 자기세계 + 아이디어 + 몰입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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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식은 ‘나누고’ ‘묶음’으로써 탄생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사이토 다카시처럼 뚜렷하게 보여주는 이도 드물 것 같다. 다카시의 이런 없어 보이는(?) 접근 방법이 실은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더없이 적합한 방법 중 하나이고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Expression, Style, World, Idea, Flow.. 다섯 개의 컨셉으로 명화가 명화인 이유에 대해 풀어나가고 있는데, 그 분류의 애매함이 걸린다. 산뜻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표현력의 베스트 10 화가로 꼽은 이 중에 앤드루 와이어스가 들어가 있는 것이 반갑다. 내가 좋아하지만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필라델피아 뮤지엄 전시회에서 본 그의 두 작품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늘한.. 일종의 살기가 느껴지는, 그림이 촉각을 얼마든지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앤드루 와이어스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그런 감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얀 반 에이크나 히에로니무스 보슈를 다룬 것도 좋았다. 나로써는 나 스스로가 좀 독특해서 뭐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나 싶었는데.. 그런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 똑같이 좋아하고 높게 평가해준다면 그것처럼 기쁜 일도 드물다. 예전에 읽었던 다카시의 책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이나 <독서력>보단 훨씬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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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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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욕망을 드러내는데 서슴없는 캐릭터들의 각축장이다. 잉글랜드의 왕 헨리8세부터 저 어린 시종 마크까지. 그 중심에 ‘그’ 토머스 크롬웰이 있다.

힐러리 맨틀은 비트루비우스의 <극장에 관하여>라는 작품 서두의 인용문을 통해 초반부터 벌써 소설의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즉 스타일에 대한 팁을 던져 준다.

비극, 희극 그리고 풍자극. 작품을 읽으면 ‘그’ 크롬웰의 생각 부분은 주로 서사적 묘사로, 울프들의 거친 숨소리 같은, 때론 교활하기 그지없는 여우 같은 인간의 본성이 서로 불꽃을 튀기며 경쟁하는 부분에서는 ‘대화체’로, 마치 ‘희곡’처럼 쓰여져 있음이 분명히 보인다. 소설적인 부분에서는 진중하고 치밀하고 회상적인데 반해, 희곡적인 부분에서는 신랄하고 미묘하며 현재적이고 심리적이다. 대립된 인물들간의 대화에서 그들의 은밀한 욕망과 처한 지위, 맛봐야만 하는 치욕, 승리감에 젖은 오만함 같은 것들을 날것으로 대하게 된다.

태생적 지위로서 아직 ‘왕’과 ‘귀족’이 있는 시대였지만, 근대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크롬웰을 위시한 상인계급들은 또 다른 권력의 중심 ‘교황’을 헨리8세의 앤 불린에 대한 사랑(또는 욕망)을 발판 삼아 해체시키고 만다. 마지막에 토머스 모어(이 소설에서 그나마 내가 사전지식으로 알고 있던 거의 유일한 인물. 바로 유토피아의 그 모어)의 참수형으로 이 승리는 (비록 토머스 크롬웰도 결국 반대파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위키피디아 검색을 통해 알게 됐지만, 더 긴 시간으로 본다면 결국 토머스 크롬웰의 승리는 역사적 대세가 되고야 만다.는 것도 안다.) 절정에 이르는데, 이 모든 대결은 무대 위에 있는 사람- 소설 속 등장인물이자 역사적 인물들인 그들뿐 아니라 거의 비슷한 배경에서 비극, 희극, 풍자극을 채 인식하지도 못하면서 연기하고 있는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명징하게 자각하게 한다.  



메멘토 모리.
그 격언이 어둠 속 짙은 안개가 되어 나를 휩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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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동물 우화 - 해학으로 가득 찬 스피노자의 철학 동물원 철학 스케치 1
아리엘 수아미 지음, 강희경 옮김, 알리아 다발 삽화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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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에 끌렸다.

거미로 있음과 거미가 뭔가를 할 수 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한 개체의 본성은 바로 그 개체의 역량이다.

이러한 문장 뒤 <이성>, <상상>이라는 낱말들이 나오고 뒤이어 <언어적 존재>라는 개념도 따라 나온다.

인간의 역량. 다른 동물과 다른 역량은 어디서 나올까? 딱 생각나는 것이 ‘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호몬쿨루스(homunculus)라 불리는 혀와 손만 엄청 큰 사람을 그린 이미지가 생각났다.

얼른 검색해 보니,, 역시 다들 생각하고 있던 거였군. 심지어 그 옛날 칸트조차 손가락이 대뇌의 파견기관 이라는 말을 했단다. 나름 신선하게 연결하려고 했더니 전혀..

그런데 ‘혀’는 어디로 쏙 빼고 ‘손’에 대해서 말하는 글들만 넘쳐난다. 검색되는 글들도 불균형적이다. 손의 우월성만을 얼마나 강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새삼스럽다.

만들고 맛보고.

인간의 역량이 이렇게 진화되어 왔다는 사실이.. 전 같으면 우습게 보였을 텐데 이젠 그렇게 못하겠다. 이 단순하다면 단순한 역량을 통해 사람들이 이룩한 것들을 보자. 많은 것들이 실망스럽지만 정말 경이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글 자체. 한글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인터넷, 전기는 또 어떻고? 나 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통 속에 누워있는 사람들만 득실거렸겠지.

갑자기 연필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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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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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세가지 방법. 이라는 챕터를 본다.
첫 번째는 제거. 부수적인 가치의 제거.
둘째는 분열. 고유의 색깔을 드러내기.
셋째는 변형. 제품이 아닌 컨셉의 변형. 인식의 변형.

제거, 분열, 변형.
제거, 분열, 변형.
제거, 분열, 변형!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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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104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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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야기가 있고 위의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의 이야기는 가령 이런 것들.
노아의 방주 안에서 깨끗한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분리한 것, 납치된 유람선 안에서 국적에 따라 분리된 관광객들, 난파선에서 나온 보트와 뗏목에 분리되어 피신한 사람들..
분리된 이편이 아니라 저편, 즉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

위의 이야기는 이런 것들.
1장에서 노아의 방주에 승선했었다고 주장하는 나무좀의 이야기, 홀로 핵폭발에서 탈출했다고 말하는 여인/정신병원에 있었다는 주장의 격돌, 마지막 장에서의 이런 말. 원하는 것을 항상 얻게 되면 잠시 후에는 원하는 것을 항상 얻지 못하는 것과 매우 유사해지죠.
인간사가 돌아가는 이치, 일종의 부조리, 그리고 쓰여진 역사에 대한 회의..

분리로 인해 소외되고 고통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운이 좋거나 얕은 꾀를 내어 살아난 이들에 의한 허구의 역사.
아래의 이야기는 아픈 현실, 위의 이야기는 허망한 메타현실.

10장으로 구성된 세계의 역사는 이렇다. 라고, 베일을 걷어내어 인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삽입 장(1/2장)에서 진실, 사랑에 대한 믿음을 피력하는 문장 문장들이 그렇게나 사람을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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