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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왜 하필 이곳에서 태어났는지. 그걸 알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왜 이곳인지, 왜 하필 여기인지, 왜 하필 나인지. 그것이 태어나는 존재들에게 가장 처음 내려지는 수수께끼다. 평생 답을 찾아 헤매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고 죽겠지.
누구는 그런데도 편안하게 죽겠지만 누구는 죽는 순간까지도 수수께끼의 출제자를 원망하겠지.p199 -이름 없는 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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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밤과 푸른 달
크람푸스에게 인류를 구하기 위해 전투에 투입된 사람들은 늑대의 유전자를 심는다. 곧 우주로 떠날 늑대유전자를 심은 명월을 만나기 위해 강설은 늑대 인간들이 있는 기지에 간다.
-바키타
제2의 지구 건설을 위한 배아통을 싣기 위해 지구를 찾은 탐사대원은 우주선 배터리가 충전되길 기다리는 동안 인간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바키타와 숲속의 인간, 문명의 인간을 차례대로 만나며 지구의 변화를 기록한다.
-푸른 점
위기에 처한 지구를 떠나 정착할 행성을 찾는 도중 우주선 함장인 시에라는 외부 선체를 직접 수리하러 우주선 밖으로 나가 멀어진 지구를 보지만, 푸른 지구는 보이지 않고, 화산재에 휩싸여 멸망한 지구를 보게 된다.
-옥수수밭과 형
자폐증을 가진 천재 주인공 푸코를 잘 챙기던 형이 백혈병으로 죽고, 슬픔 속에 지내던 중 형과의 추억이 가득한 옥수수밭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형이 나타나, 같이 살기 위해서 어떤 부탁을 들어 달라고 한다.
-제, 재
해리성 인격 장애가 있어 한 몸에 두개의 인격체를 가진 ‘재’와 '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름 없는 몸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주인공은 엄마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를 끝낸 후 고향집으로 간다. 고향 외면리는 음침하고, 섬뜩한 곳으로 수수께끼 같은 안개로 뒤덮인 마을로 산것은 하나도 없는 듯한 적막감이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할아버지를 뜯어 먹는 할머니를 본다.
-에게
이름을 잊어 성불하지 못한 채 오랜시간 구천을 떠돌며 다른 영혼들이 성불할 수 있게 돕던 주인공은 광화문에서 ‘잊지 않겠다’는 구호를 열창하는 한 시위대를 마주하게 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게 된다.
-우주를 날아가는 새
더 이상 살 수 없는 지구의 마지막 수송선에 절에서 함께 지내던 동자승 동생들을 모두 태워 보낸 효원은, 떠나지 않겠다는 스님 곁에 남기로 한다. 멸종한 새 저어새가 다리를 다쳐 절을 찾아와 치료를 해준 효원은 잠든 것처럼 세상을 떠난 스님을 발견하고, 그때 떠났던 수송선이 다시 온다.
-두 세계
유라는 ‘노랜드’ 에서 판매한 아락스 라는 책의 결말이 달라진것을 알게 되고, 아락스의 구매 명단을 열람해 35 번이나 완독한 사람을 찾아간다. 그녀가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다는 이질감을 느끼다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지구를 침략한 외계생명체와의 전쟁에서 한국군 중에 유일하게 부대에 남은 이인은 죽은 전우 벤을 추모하기 위해 그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장소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된 후 이인의 귀에 외계생명체가 내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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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으로, 그간 발표 했던 소설과 새로 쓴 단편을 함께 묶었다. 이미 읽은 단편이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때론 섬뜩하고, 때론 뭉클하고, 때론 애틋하고, 때론 안타까운 감정을 10편의 SF소설에 잘 녹여냈다.
기묘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무섭기도 하지만 감동이 있는 이야기들 속에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담고,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를 담고, 전쟁과 폭력을 담았다.
추악한 이기심으로 세상을 위기와 절망에 치닫게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으려는 뭉근한 노력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SF속에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는 천선란 작가의 특기가 잘 담겨있다.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