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리가다! 아마존
미나미 겐코 지음, 손성애 옮김 / 이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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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그 이름도 유명한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은 우리와 다른 문명과 생활방식, 그리고 색다른 사고를 하는 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마치 우리의 문명세계에서 툭 떨어져나간 미지의 무언가를 관찰하는 듯 한 시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마존에 대한 시선이 '호기심'의 선을 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아마존과 만난 계기는 꽤나 드라마틱하다. 1989년경 스팅은 아마존의 인디오 장로와 함께 '아마존을 지키자' 월드 투어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인 찰스 스튜어트의 부탁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던 그녀는 까야뽀족의 추장 라오니를 만난 것을 계기로 RFJ(Rainforest Japan) 결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그전까지는 자신의 내면을 돌보기에도 벅찬 그녀였다. 심지어 자살시도까지 하고 우울증 약까지 복용했으니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는지 알만하다. 그런 그녀가 아마존의 여러 추장과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며 변해갔다. 나 같은 사람은 한 번 가려면 큰 결심해야 하는 아마존을 일 년에 두 달 이상, 10여년 이상 꾸준히 방문하고 있으니 그 열정을 감히 짐작해볼만하다.

어떤 사물이든 현상이든 무조건 옳은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옳은 면이 있으면 반대되는 면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내가 살고 있는 문명세계가 옳지 않고 아마존이 반드시 옳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폐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의 세계를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빚이 많은 브라질 정부는 갖은 핑계를 대고 인디오들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몰려오는 화폐 경제와 문명 세계의 침략 속에서 인디오들은 자신들의 터전과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의 그런 의지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햄버거 커넥션, 금을 캐기 위한 광산으로 인한 잘못된 욕심이 우리의 허파인 아마존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그와 동시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누군가의 터전을 불로 태우고 있다. 평화롭던 누군가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분명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책의 저자인 미나미 겐코는 아마존의 숲에서 굉장히 기이한 체험을 많이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UFO를 목격하기도 한다. 꿈이나 환각으로 치부하기에는 아마존에 신비하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나미 겐코가 처음 뿌까누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장로가 큰 소리로 방문 목적을 말해보라고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았음에도 겐코의 진심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아마 미나미 겐코가 이 책을 펴냈을 때도 그런 진심을 담아 펴내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내 마음 속 깊이 그녀의 진심과 마음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아마존을 돕기 위한 일을 찾아내서 실천해 볼 생각이다. 그것이야말로 그녀와 아마존과 그곳의 인디오들이 바라는 일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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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토리스 부인의 사랑
엘케 슈미터 지음, 김태한 옮김 / 황소자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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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레타는 겉에서 보기에 행복한 가정을 가진 주부다. 자신에게 끔찍한 남편 에른스트, 그리고 항상 사랑만 주는 시어머니 이르미, 그리고 하나뿐인 딸 다니엘라까지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가정을 가진 그녀는, 불행하다.

어쩌면 사랑은 열병 아닐런지. 쉽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열병으로 인하여 영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가레타는 후자였다. 그녀에게 있어 첫 번째 사랑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남자의 배경이나 외모를 보고 사랑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보고 알게 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다. 푸른 하늘이 나를 기쁘게 하지 못했고, 헐렁해진 옷도 나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치즈도 아무 맛이 없었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나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결혼은 하나의 도피처였다. 첫사랑의 결혼소식에 그보다 더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을 뿐이다. 그렇게 선택한 결혼은, 겉에서 보기에 편안해보였다. 남들처럼 집을 구입하고 자녀 계획을 하고 출근을 하는 일상적인 삶 - 그 속에서 그녀는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갔다.

나는 먹이를 기다리는 짐승처럼, 그를 기다려야 했다.
그녀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두 번째 사랑은 남들이 말하는 불륜 이였다. 하지만 그 사랑을 '불륜'이라는 단어에 구겨 넣기에는 그녀의 감정이 넘치고 폭발했다. 두 번째 사랑을 만나면서 그녀는 자신의 결혼이 첫 번째 사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두 번째 사랑을 만나고부터 이었다고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그를 사랑한다.

나는 내 펌프스가 흙 안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그 뒤를 따라 내 인생도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사랑의 크기는 늘 똑같을 수 없다. 함께 한 약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약속을 저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버려졌고,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을 내버렸다. 머리카락은 회색 빗자루처럼 뻣뻣해졌고, 다시 몸무게가 불었으며 그토록 증오했던 시골 아줌마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또 변해갔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삶은, 늘 잔혹했다. 숨 쉬고 있으니 살아있는걸 느꼈을 뿐 단 한 번도 제대로 살아왔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남들에게 재밌는 남편은 늘 따분했으며, 하나뿐인 딸은 그녀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엔딩은, 뺑소니 교통사고였다.
뺑소니 교통사고의 피해자 이름은, 정확히 언급되어있지 않다. 다만 책을 읽어나가며 추리하며 짜 맞출 뿐이다. 작가의 의도는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녀의 일생을 훑어오며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건을 통해 그녀는 비로소 자유로워진 거라고. 그녀의 독백처럼 조용히 서있기만하면 지나갔을 그 순간에 가속페달을 밟은 그녀는 마침내 숨을 쉬고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만의 자유를 찾은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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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대학교 - 고양이에게 배우는 마음공부
잇사이 쵸잔시 지음, 김현용 옮김, 이부현 감수 / 안티쿠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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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운 지 어느덧 1년이 되간다. 맨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는 수영선수들의 매끈한 S라인이 부러워서 시작했다만, 물에 자연스럽게 뜨게 되고 차례로 영법을 배워가면서 무언가 배우는 기쁨을 알게 된 것 같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운동이란 것이 모름지기 생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요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고양이 대학교'는 검도를 하기 전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쓰인 책이다. 우리나라 사람과 일본 사람의 생각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검도인데,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은 이기고 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본인들은 승부 자체보다는 마음가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본에는 예전부터 이런 책을 만들어 수련 전에 마음을 가다듬게 도와주었다.

기술을 수련하는 단계(검은 고양이의 수련), 기세를 단련하는 단계(호랑이 무늬 고양이의 수련), 마음을 다스리는 단계(회색털 고양이의 수련), 자연과 융합된 단계(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양이)를 통해서 무도를 통한 마음 다스림과 정진의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아무도 처치하지 못했던 쥐를 늙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제압한 사실은 고양이들에게 충격 이였고 그것은 곧, 어떻게 수련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안다고 말하는 자는 모른다.' (노자 56장)

위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수련이 아닐까 싶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고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자도 있고 혹은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늙은 고양이처럼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고 그저 눈빛만으로 쥐를 제압하는 진정한 무도에 있지 않을까.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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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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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혹은 지인들과 여행을 계획할 때 무조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무의식중에 '우리나라에 볼 것이 뭐가 있겠어?' 라든지 혹은 '우리나라는 언제든 가 볼 기회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작용하는 것 같다. 막상 좋다고 추천받아 떠난 여행에서도 제대로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죽 둘러보고 오는 게 전부다. 몸만 피곤하고, 남는 게 전혀 없는 일회성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이중적 잣대를 가진 한국 사람이라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과 유산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더 먼 나라의 더 웅장한 유산을 보는 것에 욕심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경복궁을 눈앞에 두고 옆 나라 중국의 자금성이 더 크고 웅장하고 멋지다며 부러워했었다. 그런 내 생각을 콕 집어내기라도 했는지 저자는 책의 첫 시작을 경복궁에서 출발했다.

"경복궁의 중요한 특징이자 자금성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위치설정에 있다..... 경복궁은 우리나라 건축의 중요한 특징인 주변 환경, 즉 자연과의 어울림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경복궁에 갈 때 한 번이라도 주변과의 어울림을 생각했었는지 고민해봤다. 늘 가까이에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 휙, 둘러보고는 끝이었다. 월대 모서리 석견의 짓궃은 표정이라던 지 근정전 앞마당의 박석이라든지, 양의문 굴뚝의 숨겨진 비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가까운 경복궁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으니 저 멀리 있는 유산들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람재에서 바라 본 도동서원의 아름다운 전경이라든지, 품위 있는 황산마을 돌담길이라든지 낙화암에서 본 백마강의 풍경은 비록 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었지만 꼭! 가보고 싶은 풍경 중 하나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니 구석구석 잘 알고, 모두 꿰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더랬다.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나라 문화 유산을 놔두고 툭하면 해외로 나갈 생각만 했었다. 친숙하고 정감 가는 곳인 만큼 그 곳에 직접 찾아가 내 발로 거닐어 보고 싶어졌고, 직접 내 눈에 담고 싶어졌다. 아직 나는 문화유산답사기 1권부터 5권까지 접해보지 못했다. 이 역시, '내가 다 아는 내용일 텐데'라는 자만에서 비롯했었다. 시즌 2로 새롭게 돌아온 유산답사기 6권을 읽으며 좋은 책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에 가슴을 친 건 나 하나만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제일 건성건성 넘겼던 경복궁부터 다시 시작해보련다. 꼭 비오는 날 제일 커다랗고 예쁜 우산을 들고 근정전 앞마당 박석 마당을 고즈넉하게 걸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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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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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책을 마주대했을때 '산행'이라는 단어만 보고는 책 속에 산에 대한 풍경과 정보들이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비산행 꼭지를 읽으면서 내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임을 깨달았다. 산에 대한 이야기는 맞되, 산을 오르는 자들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나 역시 작가가 말하는 대로 '평지형 인간'이였다. 산을 오르는 것에 극도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중학교 때였다. 중학교 무렵, 체력을 길러주겠다며 새벽마다 아빠는 나를 산으로 데리고 가셨다. 다 커서 다시 가 본 산은, 산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어렸을 때는 아침마다 가파른 곳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는 것이 곤욕 이였다. 아침잠이 절실했던 터라 어떻게든 산에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산에서 사랑했던 것은 꾸역꾸역 정상으로 오른 뒤 날 맞아주는 시원한 바람과 새벽 공기였다. 그래서 미치도록 가기 싫은 새벽 산행 이였지만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 일주일에 한 번쯤은 저절로 눈이 떠지기도 했더랬다. 

나와 마찬가지로 네팔 포카라에 머물면서도 히말라야 쪽에 눈길도 안주었던 작가가 산에 오르게 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다. 첫 번째는 아이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였고 두 번째는(제일 중요한 이유일수도 있는)제일 밑바닥에 마주한 자신과 마주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이 글은 산행기이되 산행기만은 아니다. 산을 오르며 쓴 글이되, 때로 산보다 더 가파르고 굴곡진 삶과 그 굽이굽이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백두대간을 오르며 산행 첫날부터 무언가를 발견하고, 내 안의 신비한 무엇을 발견했다고 호들갑스럽게 적었더라면 아마 끝까지 책을 읽어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소아우울증에서 시작된 우울한 유년기와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 그리고 워커홀릭이 되기까지 적나라한 자기성찰이 산행과 함께 펼쳐졌다. 가까운 누군가의 깊은 비밀을 알게 된 것처럼, 처음에는 '아...'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결코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작가와 함께 산행을 한 것은 솔직할 만큼 자신의 어두운 부분과 함께한 작가의 용기 때문이리라. 

<그야 당연히 산을 타는 게 더 어렵죠! 공부는 하는 척할 수도 있지만 산은 타는 척할 수 없잖아요?열네 살짜리의 말이 내 마음에 묵직하게 얹혀 있던 그 어려운 질문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산은 타는 척할 수 없고 삶은 사는 척할 수 없다. 죽은 척하고 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는 척 흉내를 내면서는 단 한순간도 온전히 살 수 없다. 산을 대신 올라줄 수 없는 것처럼 무엇을 위해 사는지는 누구도 대신 대답할 수 없다. 그러니 피투성이에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악전고투 끝에 절벽을 기어올라 닿은 정상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남에게 이러쿵저러쿵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산은 오직 스스로 올라야 그 끝에 닿을지니.>
여러 사람이 있는 만큼 여러 삶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진정 나를 위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혹은 남에게 보이는 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일까? 작가는 산을 오르며 정답을 찾아냈다.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오롯이 나만 길 위에 남겨져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정상을 오르고 그리고 내려오는 것은 '척'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나도 문득, 산에 가보고 싶어졌다. 백두대간처럼 높은 곳은 아직도 겁이 나지만 중학교 때 올랐던 그 곳에라도 올라보고 싶어졌다. 마음 먹은 대로 살아가기 힘든 인생이지만, 내면의 자아에 충실하게 오르다보면 결국 내가 만나보고 싶은 나와 만나게 될 것이란 믿음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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