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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토리스 부인의 사랑
엘케 슈미터 지음, 김태한 옮김 / 황소자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마가레타는 겉에서 보기에 행복한 가정을 가진 주부다. 자신에게 끔찍한 남편 에른스트, 그리고 항상 사랑만 주는 시어머니 이르미, 그리고 하나뿐인 딸 다니엘라까지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가정을 가진 그녀는, 불행하다.
어쩌면 사랑은 열병 아닐런지. 쉽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열병으로 인하여 영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가레타는 후자였다. 그녀에게 있어 첫 번째 사랑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남자의 배경이나 외모를 보고 사랑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보고 알게 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다. 푸른 하늘이 나를 기쁘게 하지 못했고, 헐렁해진 옷도 나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치즈도 아무 맛이 없었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나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결혼은 하나의 도피처였다. 첫사랑의 결혼소식에 그보다 더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을 뿐이다. 그렇게 선택한 결혼은, 겉에서 보기에 편안해보였다. 남들처럼 집을 구입하고 자녀 계획을 하고 출근을 하는 일상적인 삶 - 그 속에서 그녀는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갔다.
나는 먹이를 기다리는 짐승처럼, 그를 기다려야 했다.
그녀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두 번째 사랑은 남들이 말하는 불륜 이였다. 하지만 그 사랑을 '불륜'이라는 단어에 구겨 넣기에는 그녀의 감정이 넘치고 폭발했다. 두 번째 사랑을 만나면서 그녀는 자신의 결혼이 첫 번째 사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두 번째 사랑을 만나고부터 이었다고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 그를 사랑한다.
나는 내 펌프스가 흙 안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그 뒤를 따라 내 인생도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사랑의 크기는 늘 똑같을 수 없다. 함께 한 약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약속을 저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버려졌고,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을 내버렸다. 머리카락은 회색 빗자루처럼 뻣뻣해졌고, 다시 몸무게가 불었으며 그토록 증오했던 시골 아줌마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또 변해갔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삶은, 늘 잔혹했다. 숨 쉬고 있으니 살아있는걸 느꼈을 뿐 단 한 번도 제대로 살아왔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남들에게 재밌는 남편은 늘 따분했으며, 하나뿐인 딸은 그녀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엔딩은, 뺑소니 교통사고였다.
뺑소니 교통사고의 피해자 이름은, 정확히 언급되어있지 않다. 다만 책을 읽어나가며 추리하며 짜 맞출 뿐이다. 작가의 의도는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녀의 일생을 훑어오며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건을 통해 그녀는 비로소 자유로워진 거라고. 그녀의 독백처럼 조용히 서있기만하면 지나갔을 그 순간에 가속페달을 밟은 그녀는 마침내 숨을 쉬고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만의 자유를 찾은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