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겐 10 - 완결
나카자와 케이지 글.그림, 김송이.익선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운전하다가 신호에 걸릴 때가 있다 .  그때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본다 .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문득 , 하늘 저 멀리서 번쩍, 하고 무서운 빛이 명멸하는  환상을 본다 . 그 환상은  곧 버섯구름까지도 불러온다 . 그러면  부르르, 등골이 오싹해진다 . 나는 살만큼 살았지만 겨우 고1  딸아이와 여섯살, 두 살짜리 조카들이 떠오른다 . 그  어린 것들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원자폭탄 피해자가 될 거라고  상상하면 한반도 현실이 더오르고  그 무서운 환영이  제발 환영으로 끝나기를 기도한다 , 그러나 기도만으로는  안 된다 . 어떻게 해서든 실천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뒤이어 온다 .

 

" 맨발의 겐"을 2003 년 2 월에 처음 읽고 느꼈던 전율이 지금도 유효하다 . 겨우 초등 1 학년 자리 소년이 겪는 지옥같은 현실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기 때문에  더욱 시퍼렇게 현실감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 그림이지만 , 원폭으로 인해 죽거나 다친  사람들 그림이 10권에 걸쳐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

 

사람들은 흔히 원자폭탄 덕분에 일본이 항복을 했고 그래서 전쟁이 끝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일본놈' 들은 원자폭탄을 맞아야 싼 종족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를 깨닫는다 . 일본에서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은 천황과 군부이며 일본 백성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거기 끌려 다니는 것이다 , 겐의 아버지처럼  전쟁에 반대하면 '비국민' 이라고 놀림 받고 핍박 받는다 . 제 자식이  전쟁에 나가  장렬하게 죽었다고 기뻐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만든  것도 역시 전쟁광들이다 .

 

그러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가 ? 우리나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에 용병으로 나갔는가 하면  이번에는 미국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 제 돈내고 제 나라 병사를  수천 명씩 내보내놓고도 거기 깜짝 방문해서 '감도의 물결' 을 연출하고 오는  대통령과 그걸 '감동 먹었다고' 보도하는 언론과 그거 보고울먹이는 국민들이  병존한다 .

 

겐을 비롯하여 고오지와 아키라, '비까' 가 터진 날 태어났다가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가엾게 죽어간 도모코 , 주먹밥, 유타, 나추에, 가추코 , 아이히하 같은 아이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죽어가야 하는지 누가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 전쟁이 있어야 군수 공장이 돌아간다는 걸 숨기고 대량 살상 무기를 발견해야 한다고 이라크를 공격하는 부시에게 다시 표를 던진 그 많은 미국인들에게 절망을 느끼는 건 지나친 일이 아니다 .  자기네 땅에서 고엽제가 뿌려지고 열화우라늄탄과 원자폭탄이 터진다면 그들은 그렇게 호전적인 나라 국민으로  만족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

 

인간이 살고 있는 히로시마에,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린다는 발상 자체가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 그렇게 해놓고도 또 이라크에 열화 우라늄탄을 퍼붓고 다시 북한에 폭격할지도 모른다고 은근히 위협하는 미국과 그것을  부추기는 한국의 극우 전쟁광들은 제 정신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 그들은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므로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 그들은 인간이 불타고 원자병으로 죽어가는 걸  아련서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적을 몰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단 말인지 묻고 싶다 . 하긴 '구라모또' 같이 전쟁 덕분에  돈을 버는 자들은 전쟁이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 하지만 '맨발의 겐'을  일고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하여  절절이 느껴야 한다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 한국 전쟁 때 수백 만 명이 죽어간 이  한반도가 이제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이제야 겨우 이룩한  지상의 집 한 칸과 차 한 대와 아직 어린 자식들이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원자폭탄으로 인해  지옥같은 고통을 다시는 겪으면 안 된다 .  원자폭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면  그 누구의 입에서도 '전쟁' 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된다 . 어떤  전쟁이 일어나도 '겐'이 말한대로 늙은 군부 지도자들은 안전하고 안락하다 . 고통을  당하는 것은  죄없는 백성이다 . 가족을 잃고 재산과  학교 , 일터가 모두 사라진다 . 고아가 된 아이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며 인간의  비정함에 희생당한다 .

 

 

아무래도 사람들은  다른 나라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텔레비전에서 중계해주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가보다 .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능한대로 시간을 내서 이 책 '맨발의 겐"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 이 책은  그 어느 다큐멘터리 필름보다도 정교하고 생생하다 . 이 책을 읽고난다면  원자폭탄이야말로 세상을 하루 아침에 지옥으로 만드는  원흉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지구 어느 곳에서건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평화를 지키는 것만이 인류가 공존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절절이 깨닫게 될 것이다 . 나는 조용히 뇌어 본다 .

 

" 겐! 넌 어떻게 살았니 ? 긴 세월을 살았어도 사는 게 두려운 나조차  도저히 감당 못할 것같은 그 세월을 너는 어떻게 맨발로 뛰며 그렇게 격렬하게 살았니 ?네가 끝가지 뛰어다니며 지구상에 다시는  그런 무서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파해야 해 .  네 뒤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들이 있단다 ."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다 소우소우 2008-03-2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으흑,,, 저도 이 책을 읽고 잔인한데 손을 뗄 수가 없더군요...
다 읽는것이 피폭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

소금연못 2008-08-0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겐 2 부가 있다는데 번역이 안되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