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빛 속에 소녀 하나가 오도카니 서있다 .
소녀는 무대의상 아닌 평범한 일상복을 입고 서서
첫차를 기다리는 심정에 대해 노래한다 .
소녀 주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관객들은 그 목소리에 울컥, 그리움에 젖는다 .
그 소녀는, 박은옥이다 .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사랑하던  소녀 .

5 년여 만에 다시 공연을 하는 정태춘과 박은옥.
걸그룹을 비롯한 아이돌이 대세를 이루는 이런 시대에
이런 자본주의 세상에
정태춘과 박은옥은 어쩌자고  염색도 안한 머리에
돋보기를 썼다벗었다하며  악보를 보는가 .
박은옥은 어찌하여 미용실에 들러 머리도 올리지 못하고
그냥 빗은 머리에 그냥 입던 옷에
그냥 신던 신발을 신고 무대에 서는가 .

세상이 달라지고
사람들은 풍요롭고 차별받으며  너절하면서도  비루하게 살아가는데
소녀 박은옥과 청년 정태춘은 여전히 장마지던 종로거리와
시인의 마을과 정동진을 못 잊고 있는가?
관객들은 또 어찌 그 음악에 경도되어
<우리들의 죽음>을 들으며 눈물을 닦는가? 흐느끼는가 ?

갑자기 튀어나온 문소리와 김제동.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그래서 저미도록 마음 깊은 곳까지 적시는 공연,
다시, 첫차를 기다리는 정태춘과 박은옥의 공연은
희망을 주는 울림이었다 .
이 가파른 세상에 아직도  번쩍거리지 않아도 귀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다는 걸 깨달았으므로 .

한 가지 아쉬운 건,
"저 들에 불을 놓아", "이 어둠을 박차고"를 못 들은 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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