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공정성·인력 문제 도마에… "사교육 되레 조장" 우려도




한국일보 | 입력 2009.03.18 03:00 | 수정 2009.03.18 10:11

 















일부 대학선 탈락학생 이의 제기로 벌써 홍역
한명당 서류 5만장씩 검토 '날림 사정' 가능성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입학사정관이 사교육비 감소와 입시 지옥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 만큼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당면한 과제는 공정성 확보다. 입학사정관은 주관적인 판단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계량화 한 교과성적 외에 인성 창의력 잠재성 등 정성(定性)적 요소들을 두루 평가하는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특히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습계획서와 이를 토대로 진행되는 면접은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100% 작용하기 마련이다.

실제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한 일부 대학은 홍역을 앓기도 했다. 전형에서 탈락한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정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부산 A고 교사 정모씨는 "성적이 좋고 품행도 바른 학생이 떨어진 걸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기준이 없다 보니 지도 또한 막막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계현 교수는 "기본적으로 입학사정관제는 객관ㆍ정량적 평가가 아닌 주관ㆍ정성적 평가여서 지나치게 객관화 한 평가기준을 요구할 경우 시험으로 회귀할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입학사정관들이 참여한 건국대 자기추천전형에는 15명 선발에 1,105명이 몰렸고, 한양대 수시2학기 모집 입학사정관전형은 12명 모집에 627명이 지원했다. 다른 대학 비슷한 전형에도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정작 참여한 입학사정관은 5명 안팎에 불과했다. 짧은 전형기간에 학생들의 지원서류를 꼼꼼히 검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날림 사정' 지적이 대두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파악한 각 대학 입학사정관은 모두 218명(비정규직 201명 포함) 수준이다.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려는 인원이 1만 명 선인 점을 감안하면, 10배수가 지원할 경우 입학사정관 1명이 검토해야 할 서류만 5만 여장이 된다.

입학사정관 전문성 부분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도 사정관 연수 및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해 연수기관 인증제를 도입키로 했지만 정착까지에는 꽤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수준 높은 사정관을 확보하려면 대학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사정관의 지위보장을 위한 제도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계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취지와 다르게 사교육을 되레 조장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학들이 성적 비중은 줄이는 대신 비교과 영역을 강조할게 분명하고, 이렇게 되면 각종 대외활동, 수상경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수요에 대비한 고급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현행 공교육으론 학생들의 잠재성과 창의력을 신장 시키기엔 미흡한데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키로 한 것은 결국 사교육을 받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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