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는 분명히 실패한 사나이다 . 그는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산다 . 겉보기에는 갑갑해보이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충실하게 사는 거다 .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내도 없고 단 하나 있는 딸은 그를 미워한다 . 사람 취급도 안 한다 .  

그는  흔히 레슬러들이 그렇듯이 서로 짜고  테크닉을 구사하는 레슬러로 무대 에사 제왕 노릇을 했다 . 8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스타인 셈이다 .  레슬러 ‘랜디 “더 램”을 연기한 미키 루크는 성형수술 부작용과 마약 중독 흔적이 현저한 외모를  보여준다 . 아, 그 아름답던 나인하프 위크의 미키루크가 저렇게 망가지기도 하는구나 . 그를 보는 내내 숨이 가빴다 . 억지로 근육강화제를 주사하고 먹고  몸을 만드는 처절한 생존 .그 잘나가던 날로부터 멀어진  랜디나 미키루크나 동일한 존재같아 보였다 . 

스타시절에서  20년이 지나  심장이상을 걱정하며  간간이 레슬링 무대에 서는 랜디, 그는 레슬러 생활을 즐거워했다 . 다쳐도 피흘려도 ...그런 그가 식료품 상점에서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내다 단골 술집의 스트리퍼 ‘캐시디’(마리사 토메이)와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를 통해 일상적 행복을 찾아보려 하지만 다 좌절한다 .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잔인한 굿바이 경기였다 .  

 

나는 얼마나 인생을 좌절해보았던가 ? 나는 랜디처럼 마구, 혹은 함부로 살아본 적이 없기에 인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어떤 건지 생생하게 체험해보진 않았다 .  극중에선  안나오지만 랜디도 분명 술과 마약, 여자, 노름 따위롤 인생을 허비했을 것이다. <워낭소리>에 나오는 최원균 할아버지는 결코 이해못할 '아무렇게나 사는 삶' 끝에 랜디는 그렇게 남은 생을 작열하듯 마무리하는 것이다 .  

 

인간은, 거대한 담론을 들먹이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랜디가 혹은 미키루크가 사는 걸 보면 아, 저렇게 사는 건 정말 쓸쓸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 그렇다고 타인의  삶을 좋다 나쁘다고 재단할 수는 없다 . 다만 인생은 좀 더  정교하면서도 즐거울 필요는 있지 않나 싶다 . 랜디의 삶이 평균적인 미국인의 삶은 아니지만 그를 보고 겨우 삼백년 된 나라의 시민들이 근육강화제와 마약 후유증에 시들어가는 것 같은 몽환을 보았다 .  

 

성형, 마약, 술,도박, 타인에 대해 배려없음, 절제하지 못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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