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자본주의


분류없음 2009/02/01 14:32

원래 처음에 풀어보려고 했던 세 가지의 문제가 age, gender, region, 이렇게 세 가지였다.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age와 region의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데, gender에 대해서는 아직 파편들만 있지, 이걸 모아낼 틀은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고민을 모을 틀을 별도로 만들려고 시도해 본 것은, 아주 조금 있기는 한데, 하여간 솔직히 별 거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연구 주제를 미리 정해놓고 있으면, 시간이 그냥 지나기만 했는데도 조금씩 뭔가 고이기 시작하는 때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나의 대학원 수업은 '생태교육론'이라는 주제로 3년간 진행되었었는데, 이 주제는 이번 <생태 페다고지>를 출간하면서 어느 정도는 한 번 정리가 된 셈이므로, 일단은 접으려고 한다.

이대의 김은실 선생과 연대의 조한혜정 선생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여성학 관련 대학원 수업이 있는데, 김은실 선생이 멋진 말을 생각해내서, 당분간 실험적인 시도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젠더와 자본주의>...

내가 원래 이 수업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에서 젠더의 위치나 역할과 같은 것에 대해서 좀 찾아보는 것과 함께... 그 시절 패비안 사회주의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버나드 쇼의 "Intelligent woman's guide to socialism and capitalism"이라는 책을 그 출입구로 삼으려고 하는 중이다.

그리고 정말로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젠더와 경제' 혹은 '젠더와 자본주의' 정도의 축으로 50개의 주제를 찾아내는 일이다. 물론 예전 하던 방식대로라면 그냥 내가 주섬주섬 모아서 50개 정도를 만들면 되는데, 어쨌든 나는 여성이 아니므로 여성들의 눈으로 50개 정도의 질문을 꾸려보고 싶은 게, 나의 진짜 의도이다.

그럼 50개 정도를 1주일치로 만들면, 1년간 1일 연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 될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을 것 같다. 강사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을 떠날 때 마지막 책으로 하고 싶은 게 <빨간 머리 앤의 경제학>이라는 책이다. 정말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 때려넣고, 미련을 남기지 않고 떠나기 위해서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마 <젠더와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1년짜리 여정을 한 번 떠나보면, <빨간 머리 앤의 경제학>의 내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대체적으로 내가 가진 학술적 여정의 밑그림의 출발점은, 고치기 전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의 서문에 담아놓았다. 이 서문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결국 개정판을 내면서 이 서문을 뺐는데, 참... 너무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라서 빼기는 했는데, 빼면서 좀 마음이 아쉽기는 했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다. 젠더에 관한 문제는 들어가는 출입구가 잘 찾아지지 않고, 너무 파편적으로 모든 게 흩어져 있어서, 몇 번이나 그만둘려고 했었는데, 어쩌면 내가 이런 문제를 정말로 분석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돌고 돌아서, 역시 또 그 질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니 말이다.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이 질문은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참 무거운 질문이다. 삶과 인식이 잘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식이 삶을 바꾸는 측면도 많다. 결국 풀고 싶은 문제는, 삶에서 나오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길게 보니까 그렇다.

나도 잘 못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이 지독할 정도의 마초 사회에서 살면서 나도 상당히 힘들었나보다.

모티브라는 말이 있고, 모티베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센티브라는 말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세 가지 용어 전부 우리 말로는 동기로 번역되지만,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인센티브는 돈에 관한 얘기니까, 빼고.

모티브는 벡터값에 관한 이야기이고, 모티베이션은 여기에 스칼라값을 더한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프로이드식 표현을 쓰자면, 에너지에 관한 문제라고나 할까?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peer group이라는 말이 있다. 이 몇 가지 것으로 대체적인 사람들의 행위가 어느 정도는 결정되는 것 같다. 돈으로 설명하면 기가 막히게 잘 설명될 것 같아보이는데,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 혹은 복지국가라고 하는 국가일수록, 그런 식의 설명이 종종 벽에 부딪히게 된다.

젠더나, 생태 같은 질문들이 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일은 학생들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가지고 스터디를 한다. 구조주의라는 프레임이 간단한 것 같아도, 생각보다 무거운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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