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둘이 사는 게 그렇게 힘든 건 없었다 . 혜준은 원래 굉장히   잘살겠다는  꿈을 꾸지 않았다 . 잘 사는 친구들이 있으면 안 만났다 . 시집 잘 간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 아주 잘 나가는 사람들도  물론 만나지 않았다 . 영화에서 보는 건 괜찮았다 . 이상하게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저건 ‘뻥이야 ’ 하는 게 느껴졌다 . 그래서  아무리 호화롭게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해도 부러워서 가슴 깊이 질투를 느끼는 실감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현실로 보여주는 부유함과 여유로움, 호화로운 모습을 참아내는 건 힘들었다 . 그래서 의뢰가 들어오면 그들이 알려주는 집이 어느 동넨가를 보고 우선 사는 정도를 짐작하고 간다 . 동네에 따라 아파트 평수에 따라 재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 또 막상 가서 가재도구를 보면 그 집이 어느 정도 살림규모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재산이 있건 없건  석 삼년을 가르쳐도 물 한 잔 안 주는 집도 있다.  다과를 내오는 경우 그릇과 음식 종류에 따라 사는 처지를 짐작하는 게 가능했다 . 종이컵을 쓰는 집도 있었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컵을 쓰는 집도 있었다 . 빵집이나 동창회에서 주는 기념 물잔을 내오는 집도 있고 특별히 손님용으로 쓰는 금테 두른 찻잔을 내오는 집도 있었다 . 오비맥주에서 주는 로고 박힌 유리잔에 물을 담아서 받침도 없이 주는 집도 있고 크리스탈 잔에 물을 담아 얌전하게 컵받침을 받쳐서 쟁반에 담아 갖다주는 집도 있었다 .훼미리 오렌지주스를 주는 집도 있고‘오렌지맛오렌지’를 주는 집도 있고 자기네 먹다가 남아 유통기한 아슬아슬한 우유나 두유를 주는 집도 있고 삼 년 동안 똑같은 잔에 똑같은 봉지에서 나온 우롱차를 주는 집도 있었다 . 갈 때마다 간식을 만들어 주는 집도 있고 천원에 한 팩짜리 꿀떡만 주는 집도 있고 냉동실에 자리만 차지하는  오래 된 음식을  해동해서 주는 집도 있었다 . 그런 음식에선 오래된 이끼 냄새 같은 게 풍겼다 . 자기네는 안 먹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음식을 처리하기에 좋은 대상이 사교육 강사인가 ? 어쨌든 그런저런 대접을 받으면서 혜준은 이십 년째 사교육 강사를 했다 .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이 필요 없어지면 보리밥장사를 해야지 생각하면서 이십년 째 그 일을 했다 . 잘 살면서 어이없는 음료를 주는 사람들에게 복수라도 하듯 이마트에서  게산원하는 중년여성들이 시간당 사,오천 원 받을 때  오륙 만 원을 받으면서도 분했다 . 듣자하니 변호사 새끼들은 시간당 이십만 원을 받는다며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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