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진출 막힐라’…중앙, 연일 MBC 때리기
‘불신임안’ 등 김형오 의장에 노골적 배신감 토로
지난 보름간 문화방송 보도 비판만 29건 쏟아내
 
 
한겨레 이문영 기자
 








 

» 전북언론노조협의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전북 전주 경원동 한나라당 전북도당 당사 앞에서 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규탄하고 ‘엠비 악법’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주/뉴시스
 
중앙은 <조선>과 <동아>보다 훨씬 강경한 언어로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김형오 국회의장을 몰아붙이고 있다. 중앙은 3일치 신문에서 ‘피 한 방울 안 묻히려는 김형오 의장…우리가 잘못 뽑은 듯’ ‘한나라 김 의장 불신임안 거론’ ‘직권 상정이니 뭐니 말만…이회창도 김형오 의장 비판’ 등의 기사로 김 의장을 정면 겨냥했다. 5일치 사설(‘민주당 국회 본회의장 농성 풀어야’)도 “(모든 질서회복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면 말 그대로 모든 조치를 강구했어야 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말 기가 막힌다”며 김 의장에게 배신감을 토로했다.

문화방송 보도와 노조 파업을 비판하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 지난달 19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정명’ 발언 이후 시작된 조·중·동의 문화방송 집중 비판에서도 중앙은 선두를 달린다. 지난달 20일부터 5일치 신문까지 문화방송을 비판한 조선·동아 기사는 각각 16건과 20건인데 비해, 중앙일보 기사는 29건에 이른다. 문화방송이 ‘뉴스데스크’와 ‘뉴스 후’ 등을 통해 중앙을 향해 포문을 연 지난달 31일 이후론 매일 3~5꼭지씩의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중앙일보의 국회의장 비판은 오랫동안 욕심을 부려온 지상파 방송 진출과 관련돼 있는 것 같다. 방송 진출이 가능하려면 김 의장을 압박해서라도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재벌과 거대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가능케 한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장 의욕적으로 방송사업에 뛰어들 신문사로 예상돼 왔다. 과거 <동양방송>(TBC)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삼성과 분산 출자해 지상파에 진입하거나, 보도·종합편성 채널을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앙의 지상파방송 진출 의지는 홍석현 회장의 올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홍 회장은 “2009년은 우리 제이앰넷(JMnet·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앞날에 분수령이 될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신문·방송·인터넷 등 미디어 영역간의 장벽과 국가 간의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멀티미디어와 글로벌 마인드’를 주문했다.

이미 중앙일보는 케이블을 중심으로 방송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자회사인 ‘중앙방송’을 설립해 ‘큐(Q) 채널’ ‘제이(J)골프’ ‘카툰네트워크 채널’ 등을 운영해왔고, 2006년 7월 미국 거대 미디어그룹 타임 워너와 합작법인 ‘카툰네트워크 코리아’를 만들었다. 2007년 2월엔 자회사 일간스포츠가 드라마 전문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지분 16.6%를 인수해 1대 주주로 등극했다. 남은 것은 지상파방송이나 보도·종합편성 채널로의 사업 확장이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중앙은 자신의 이해관계 뿐 아니라 어떤 재벌보다 지상파 진출에 큰 열망을 가진 삼성의 이해관계까지 대변하다 보니 유독 눈에 띄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중앙일보가 엠비시 보도를 ‘자사이기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신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부메랑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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