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학교·나쁜학교 선입견만 심어”
일제고사 논란 가열
일부언론 “학생들 학습의욕 높인다”
학자들 “사지선다형만 가르치게 돼”
 
 
한겨레 유선희 기자 정민영 기자 김종수 기자
 








 

» 전국의 중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력평가가 일제히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염리동 서울여자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10월 초·중·고교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이어 23일 전국 중학교 1·2학년들이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일제고사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전국 단위 시험을 통해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교육학자들은 이런 주장이 교육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 시험이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인다? 일제고사를 통해 개인의 학력을 알려줌으로써 학력 신장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성열관 경희대 교수(교육학)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오히려 시험을 볼 때마다 ‘나는 공부를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오랜 연구 결과 시험 횟수와 성적 향상은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를 통해 ‘낙인찍기’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격차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일제고사로 학교 사이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어 차등적 예산분배 등 알맞은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성관 건국대 교수(교육학)는 “교육격차의 상당 부분은 부모의 소득 등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다”며 “중요한 것은 평가 뒤의 대책인데, 이를 보완할 적절한 시스템은 만들지 않으면서 격차만 확인하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성열관 교수도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담임교사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만큼 학교·반별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대책 마련은 결국 예산 문제”라며 “이는 교육당국의 의지 문제지, 일제고사를 보느냐 안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전국시도연합 학력평가 시험이 치러진 23일 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교사 부당징계 철회와 일제고사 중단을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교수·학습 방식 개선에 도움을 준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사지선다형 시험을 반복해 치르다 보면 교사들은 창의적인 교수법을 연구하기보다 답을 잘 골라낼 수 있는 방법만을 가르치게 돼 교육과정의 파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성관 교수는 “점수와 등수로 매겨지는 평가로는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별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결국 뒤처지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주입식 교육을 하는 학습방식이 도입될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 학교와 교사의 책무를 강화한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시험을 매개로 한 교사와 학교 평가는 학교와 학생의 줄세우기로 귀결될 뿐”이라며 “교사의 책무성을 ‘시험 잘 보도록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도 반교육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경쟁·수월성 강조 교육 방식 아래서는 결국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성관 교수도 “미국도 20여년 동안 전수시험을 통해 각 학교에 보상이나 제재를 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수십년이 지나도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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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별 평가이므로 줄세우기 아니다? 교육당국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우수·보통·기초·기초학력 미달’의 4단계로 평가하기 때문에 성적으로 줄을 세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상식 교수는 “학교정보 공시제 실시로 학교별 학력 정보가 공개되면 등급평가만으로도 학교·지역별 비교가 가능해져 결국 학교를 줄세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영상/ 김도성 은지희 피디 kds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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