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언젠가 한 번 운행 중에 라디오를 틀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올바르지 못한 태도라고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선진적인데 발음이 낯설었다 . 어떤 부분이 이상한지 잘 들어보니 낱말과 낱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휴지기를 가져야 하는 부분이 덜 자연스러웠다 . 누굴까 ? 조갑제랑 친하다는 일본 기자도 아니고 극우파 일본 교수도 아니며 귀화한 미국인 국제 변호사도 아닌데...
그러다 진행자가 왜 러시아인이 귀화한 한국 대학은 두고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까지 갔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대학에서 임용을 해주지 않아서 노르웨이로 갔다고 대답했다 .
아! 그렇구나. 박노자구나.......
박노자는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써서 알게 되었다 .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 이 글을 정말 이 사람이 쓴 것일까 ? 아니면 러시아어로 쓴 것을 한국인이 번역한 것일까 ?하는 게 늘 의문 이었다 . 이 책을 읽어보니 모든 글을 박노자가 직접 한국어로 쓴 걸 알게 되었다 .외국어를 이렇게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라니... 놀라운데 그 내용은 더욱 놀랍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고 표지에 있는 이 사람 얼굴을 들여다보고 표지 안쪽 경력을 읽어보곤 했다 . 우리와 전혀 다른 땅에서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사람이 우리를 이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니 섬뜩하고도 부끄러웠다 . 그렇다. 우리 모습을 타인이 가진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니 몹시 부/끄/러/웠/다. 그리고 박노자가 늘 객관적이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끝없이 우리에게 고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
우리가 흔히 ‘천민자본주의 ’ 라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돈 숭배 사상에 대해 그는 이런 시선으로 보았구나 하는 부끄러움을 말하자면 성찰과 통하는 것이다 . 내가 만나는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로부터 내가 느끼는 암담함, 갑갑함이 주는 실체가 뭔지를 비로소 알게 된 기분이다 . 세상의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환치되는 세상을 산다는 것은 정말 숨 막히는 일이다 .
며칠 전 초등학교 6 학년 아이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 인도가 보기에는 그래도 일년에 영화를 천 편이나 만들고 원자탄까지도 만들 정도로 과학이 발달됐다고 하자 그 아니는 대뜸 “ 그 나라 가난하죠 ? ”하고 물었다 .“ 글쎄, 단적으로 가난하다 부자다 하고 규정지을 수가 없다” 했더니 “거지가 드글드글 한다든대요 ” 했다 .
그런 말은 수없이 들었다 . 지인이 남아메리카 여행을 하고 오더니 “ 전체적으로 너무나 가난하고 애들이 다 냄새나며 어른들 이가 새까맣게 썩었고 여행지마다 애들 거지가 달라붙어 돈 달라고 해서 짜증나서 혼났다”는 것이다 . 또한 터키에 다녀 온 친구가 , 터키 사람들은 한국 여권만 보면 부러워한다고 , 듣기에 따라서는 경제적 우월감에 들뜬 소감을 피력했다 .내가 알 수 없는 것은 왜 그 나라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이나 사람들 삶이 보여주는 가치는 전혀 보려고 하지 않고 부자냐 가난하냐 하는 것으로 타인을 평가하려고 드는가 하는 문제다 .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속칭 ‘기러기가족’ 이라고 하면서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 뉴질랜드, 영국으로 아이들과 아내를 보내고 자신은 한국에 남아 돈만 보내는 가장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가 있어서 ’라고 변명을 하지만 사실은 우리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는 나라에 보내 ‘ 영어 ’를 배우게 하면 우월적 지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목적일 것이다 . 그들이 우리나라 교육을 좋게 바꾸기 위해 얼마나 실천했는지 묻고 싶다 . 그들이 존경하고 선망하는 백인과 그들의 언어 영어를 배우는 것이 뭐가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공중파 방송에 나와 ‘나의 자녀 유학 성공기’를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연예인을 보면 암담해진다 .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 영어 몇 마디 씨부리는 걸 자랑스러워하면서 ‘이런 거지같은 나라를 떠나고 싶다’ 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 ‘쓰레기’ 가 되어 이 땅에 남은 것 같은 기묘한 소외감조차 느낀다 . 그런가 ?
박노자가 지적하는 대로 나는 ‘민족주의자 ’ 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살아왔던 듯 하다 . 그러나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파시즘을 깨달았다는 것이 또한 이 책을 읽은 성과였다 .
특히 ‘바트자갈’ 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