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들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 근데 내 나이 쉰하나 , 산전수전 공중전 시가전

다 겪고 살아와보니  평생을 칼날 위에서 살아온 것 같다 . 그래서 더 힘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늘 힘들다 . 다만 탐욕과 만족의 임계점을 최대한 낮추면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 뿐이다 .

어느 해라고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자살 사건이 없으리오만 올해는 유독 “자살” 이 세상을 재단하는 열쇳말이 된 기분이다 . 누가 자살을 했다 해도 오늘 허덕거리며 사는 서민이나 빈민들은 별 충격을 안 받은 지 오래됐다 . 다만 유명 연예인이 그 많은 재산과 화려한 삶을  접고 자살했다는 게 희한하게 느껴져 장례 생중계까지 하는 건지도 모른다 .

그런 많은 죽음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건  10 대가 택하는 자살이다 . 이건 어쩌면 자살이라기보다 시대 환경이 등 떠미는 폭력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우리 집은 23 층이라서 소심한 고3 딸아이에게 심한 말 한 번 제대로 못해봤다 . 나는 안 했다고 하지만 딸이 들으면 “심한  말 좀 들었는데요...”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우리 동네도 역시 다른 동네나 마찬가지로 낮으면 15 층 높으면 30층이 즐비한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 그래서 10대들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하면 대부분 투신자살이다 . 올해도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자살 사건이 들려오는데 전부 ‘성적 비관 ’자살이다 . 그리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1 등 하던 애가 2 등으로 떨어져서 ’ 라고  한다 . 그러면 10대들 반응은, “그러면 우리들은 전부 죽어야 하냐 ? ” 고 학부모들은 , “얼마나 볶았으면 애가 죽냐 ?” 다 .

그러면서도 자살은 쉬지 않고 진행되고 사람들은 무감각해져서 성적이 떨어지면 자살해야하고 우리 애만 자살 안하면 된다고 생각을 굳히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

실제로 작년에 서울 유명한 외고에서 남학생 둘이 자살을 했다고 재학생에게 들었다 .그냥 평준화 중학교에서도 자살하니까 외고라서 자살하는 건 아닐 거다 . 평준화중도 자살하고 일반고도 자살하고 외고도 자사고도 자살한다면 대한민국 중고교생은 모두 자살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건데 그게 정말 별 거 아닌 건가 ?  아무도 10대들 자살에 대해 고민하거나 자살방지를 위해 애쓰는 어떤 운동도  벌어지는 걸 못 보았다 . 다만 십대 자살의 중요 원 인이 되는  학벌 사회를 폐지하자는 운동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래야 한다고 공감하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 그러니까 전부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넣고 사교육을 시키기 위해  어머니들은 사교육비 벌려고 일을 한다 .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데 그냥 다 따라한다 .

그래서 이번에 공정택  교육감이 ‘국제중’을 설립한다고 한 게 주효해서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 그것은 바로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는 길이기 때문이다 . 실제로  청심국제중 지원하는 초등 6 학년을 사교육 지도한 사람 말을 들어보면 지원자 학부모가 상장이 필요하다며 상을 탈 수 있게 글짓기 몇 편을 강사에게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 초등 6 학년이 청*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방학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 어학 연수가고 논술강사에게 글짓기 써달라고 해서 수상실적 올리고 학교 회장해서 리더십 키워서 청심국제중을 간다 . 그렇게 간 소년소녀들이 어학영재로 영어몰입교육을 해서 국제고를 가고 대학에서 특목고 우대로 ‘스카이대’를 가서 사회지도층이 되어서 상위 2% 되는 걸 학부모들이 ‘로망’ 으로 삼는다면 우리나라 미래는 없다, 고 단언한다 . 세상에는  영재도 있고 천재도 있는 건 사실이다 . 하지만   학부모 사비 들여서  사교육으로 영재 만들고  그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 리더가 된다는 건 어쩐지‘ 구린 냄새’가 난다 . 그건  영재나 리더가 아니라 돈으로 만든 인형이기 때문이다 . 돈으로 그렇게 만든 부모는 ?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사와 다름없다 .

그리고 거기서 낙오되거나 좌절한 많은 십대들이 오늘도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거나 압박붕대로 목을 매서 자살을 한다 . 그러고도 어른들은  여전히 국제중을  만들고 국제고를 만들며 학원버스들은 “이제부터 전쟁이다! 무슨무슨 학원  방학 특강! 1 등급  만들” 이런 걸 차 옆구리에다  펄럭이며 다닌다 . 그리고 많은 학부모들이  거기에 동조한다 . 

넉넉한 사람들은 자녀들을 조기유학인지 뭔지를 시키고  그렇잖은 사람들은 ” 애들아! 미안해 “ 하면서 눈물짓는 게  현실이다 .  그러고도 나라가 굴러가고 폭동이나 혁명이 안 일어나는 게 희한하다 . 십대가 자살을 해도 성적만  올리면 되고 어떻게든 애들을 점수 노예로 만들어 ’스카이대‘를 보내 졸업시켜 ‘삼성맨’ 이나 ‘국가공무원’ 이나 ‘의사’ 나 ‘변호사’를 시키려고 한다 .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만든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다 . 아름다운가 ?

딸아이를 제도 교육 속에서 12 년을 보낸  내 경험에 의하면 전혀 아름답지 않다 .이건 정상으로 사람 사는 게 아니다 . 왜 부모들이 사교육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살아야하며 왜 십대들이 놀지도 못하고 성적 노예가 되어 허덕거리거나 낙오되면 자살해야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 홍세화 선생,  김상봉 선생같은  이들이 ‘학벌을 폐지해야하고 대학 평준화를 이루어야 한다’ 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갈피를 잡지 못 한다 . 그런 세월은 전혀 올 것 같지  않아서 일단 내 애는 국제중이나 특목고나 ‘스카이대’ 에 집어넣어야 안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그게 말이 되지 않는다 . 그 모든  학교에는 정원이 있어서 물구나무서기를 해도 그 학교에 들어가는 애들은 한정되어 있다 .

그렇다면 다같이 그런 걸 거부하면 되지 않겠는가 ? 다른 건 다 좋다 .  하지만  적어도 우리들이 세상을 꽤 살아본 어른이라면 눈을 감고 ...십대 소년, 소녀들이 그 잘난 성적이 뭐라고 그것 때문에 고층 빌딩 옥상에서 저 아득한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 “아! 그냥 여기서 떨어져 으깨지면 이제  이 모든 고민은 끝이야 ” 하고 허공에  몸을 날리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 일제고사를 보아 십대들 손에 등수를 매긴  성적표를 주고 너희들은 몇 등 짜리 인간이야, 등수가  안 되면  몸을 날려, 라고 등 떠미는 인간이 과연 어른인가 ?

이미 자살한  십대 소년 , 소녀들아! 아줌마가 아무 것도  못해서 미안하다 . 하지만 나도  ‘학벌없는 사회http://www.antihakbul.org/ ’회원이고 앞으로 더욱 그 운동을 지속하겠지만  미안하다 ,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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