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우리 아버지는 개성 사람이다 . 한국 전쟁 때, 폭격을 피해
강화도 쪽으로 쪽배를 타고 남으로 내려왔다가 7 년 전 돌아가셨다 .
(근데 폭격은 남자만 맞나 ? )어쨌든 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죽을 때까지 그리워했고
임종 때 내 손을 잡고 통일이 되면 북에 있는 성희(나는 성애)언니에게
현금 일천만원을 주라고 당부를 했다 .나는 그러마고 약속을 했다 .
그런데 만날 길이 없다 .
2 . 바리데기(황석영/창비)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다 . 식량난에 허덕이던
현대 북한에서 가족들을 잃고 중국을 거쳐 영국까지 가서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다 . 그들은 모두 디아스포라다 . 신자유주의 정책이 세상을 휩쓸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전쟁과 기아로 더 시달린다 . 초능력을 가진 바리데기도
이 미친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고달프다 . 바리데기는 기아를 겪던 시절
친한 아저씨가 준 과자(아마도 초코파이)맛을 잊지 못 한다 .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것이 인권을 지켜주는 일이다 .
3 . 송환 (푸른영상/김동원 ) 에 나오는 비전향 장기수들은 존경할만한
인물들이다 .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그런 삶을 사는 인간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한다 . 만약 내가 그런 처지였다면 ,
혹시 북에 자식이 있다면, 내 양심을 그들 (적들)이 재단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 그렇게 살다 죽는 게 고귀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눈물이 흘렀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 ?
한 인간의 삶을 짓밟은 체재란 게 그렇게 모든 걸 던질 만큼
가치 있는 목적인가 ? 좌파로 살 수는 있지만 비전향장기수로
살지는 못할 것 같다 .
4 .디어평양(양영희/체온)에 나오는 아버지는 존경스럽다 . 한 생을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건 삶의 정수를 맛보는 일이라고 생각 한다 .
그리고 그런 남편을 끝까지 돕는 아내(감독의 어머니)도 훌륭한 동반자다.
다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 나는 김일성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동상 앞에 고개 숙이기 싫고 자신의 신념이 그렇다 해도
어린 자식들을 미지의 나라로 보내진 못할 것 같다 .
그리고 판단 착오라고 느꼈을 때는 빨리 좌표 수정을 할 것 같다 .
전부 가정이니까...그러나 아버지의 신념을 배반하는 현실을
바로 보는 건 중요한 문제다 . 삶은 지속되니까......
5 . 크로싱(김태균/캠프B)에 나오는 차인표는 아무리 말라도
자본주의 사회를 보여 준다 . 아무리 북한말 교습을 받고
허름한 옷을 입고 죽자고 뛰어도 그는 미국물을 먹은 남한 사람이다 .
그만큼 자본은 인간 뼛속까지 스며들어 DNA로 현신 한다 .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순간적으로 , 아! 국민을 먹이지도 못하면서
붙잡고 있는 이데올로기란 얼마나 허망한 주술적 신념인가 싶다 .
영화에 나오는 어떤 부분은 과장되었을 것이다 . 6월 28 일에
서울 시청 앞에서도 경찰이 구경하는 시민을 때려
코뼈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금이 가고 손가락이 절단 나
을지백병원에 입원했다 . 내 친구 남편 얘기다 .
그러니 북한 병사가 주민들을 때려서 끌고 가고 고문하다 죽으면
대범하게 처리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여긴다 .
한 체재를 유지하려면 명암은 있겠지만 굶어죽는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그게 다 미제 탓이라고 외치는 인간들을 다시 보게 된다.
그래, 미제 탓이면 어쩔 건데 ? 적어도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국민들을 굶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
용수가 , 준이가, 아이 어미가 기아와 병고로 쓰러져 죽게 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
그래도 우리 모녀는 ‘크로싱’ 을 보고 와서 닭죽을 먹었다 .준이가
죽어가면서 본 몽골 고비 사막의 밤하늘, 별은 또 왜 그리도 우라지게
총총하게 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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