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
7 년 전에 77 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서민병원에 입원하셨다 .
병원 측에서 심장 수술을 하면 좀 더 사실 수 있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펄쩍 뛰셨다 .
살만큼 살았다고 그냥 놔두라고 하셨다 .
그리고 눈감으시기 하루 전날, 일요일 이었는데
앨범 갖고 오라고 하시더니 사진을 골라 영정 사진으로
액자에 담아오라고 하셨다 .
동생이 친분있는 남문 사진관에 가서 억지로 문을 열게한 다음
확대해서 액자에 끼워 보여드렸더니 흡족해하셨다 .
그리고 아버지는 남아있는 통장을 다 나에게 주시며
사이좋게 나눠쓰라고 하셨다 .근데 많지 않아서 내가 다썼다 -.-;
아버지는 당신 수첩에서 장례식에 부를 사람 명단을
일일이 체크해주셨다 .-.-;;
그리고 다음 날 (월요일 ) 낮 1 시에 돌아가셨다 .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 사신 건 많은 부분 삶을 긍정적으로
사신 덕분같다 . 아버지는 좀처럼 속을 끓이지 않는 법을 아셨고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으며
선경도서관을 자기 사무실처럼 이용하셨다 .
내가 어린 시절엔 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북문에서 남문 아버지 가게까지 가며
상점 간판을 역순으로 사라고송, 점과제욕뉴, 시낚울서...하는 식으로
읽으며 한글을 깨쳤다 .
아버지는 말년에 새벽 세 시면 일어나 한겨레신문 지국에 가서
신문 두 부를 가져와 한 부는 우리 집에 넣어주고 한 부는 통독한다음
우리 집으로 와서 그 날의 시사토론을 하는 거로 낙을 삼으셨다 .
우리 형제들도 어린 시절엔 아버지 자전거를 틈틈히 타는데
다리가 짧아서 엉덩이를 실룩하면서
페달을 밟던 어린 동생이 이제는 아버지랑 똑같이
머리카락 숱 적은 사십 대 남자가 됐다 -.-;;
나는 아버지 자전거를 타다가 신풍학교 옆 도랑에 처박혀
(예전에 복개가 안 된 도랑이었다)
핸들이 비뚜러진 자전거를 간신히 끌고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
유산도 안 남겼다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가장 고마웠던 건 딱 한 달 아프고 돌아가셔서
자식, 며느리 고생 안시키신 거다 .
2. 바보새끼들
딸이 지난 주 수시시험을 보러 서울에 갔다 .
외숙모 휴대전화를 빌려들고 아침 6시반에 전철을 타고 갔다 .
학교에 8 시에 도착한 딸이 전화를 했다 .
" 엄마! 여기 엄마랑 안 온 애는 나 하난가봐 . "
" 아니 ? 전부 바보새끼들이라니 ?전철 타고 가서 걸어가면 학교 보이는데
왜 엄마 손은 붙잡고 간다니 ? 우리 삼촌들은 개성에서 서울까지도
기차타고 가서 중학교 입시를 봤다고 하더라 . "
" 예~ 어머니!안 바보새끼는 시험보러 들어가겠습니다 . "
나중에 수강생들에게 물어보니 세 명 모두 어머니나 아버지랑 함께 갔다고 한다 .
이유는 ? 점심 사멕이려고 아니면 기도하려고 ......@@
3. 시골집
월요일에 벗들 세 명과 의왕에 있는 '시골집'이란 밥집에 갔다 .
한 벗이 거기가 무지 싸고 맛있다기에 간 건데
6 천원 선불이 뭐가 싼 건지 모르겠고
그 밥상을 왜 줄을 서서 받아먹으러오는 건지 모르겠더라 .
우리 쌀을 쓴다고 쌀 포대를 쌓아놓긴 했는데
그건 뭐 당연한 거 아닌지 .......
갈치구이를 <무한리필> 해준다는 게 그 벗들 마음을 끌었는지는 모르지만
줄서서 뭐 먹는다고 서있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참! 처녓적엔 명동칼국수랑 금강섞어찌개, 카사돈가스집에서
줄서서 먹었던 기억이.......-.-;;
4. 조카
내사랑 조카들!
남동생네 아기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그애들 놀리는 재미에 산다 .
여섯살 짜리 조카가 전화했다 .
" 고모!"
" 왜 ? 이쁜이 ?"
" 저 자장면 먹고 싶어요 . 언제 오세요 ?"
"고모 지금 일하는 건데......"
" 언제 끝나시는데요 ?"
" 한 삼 년 걸려 . "
"(제 어미 보고 )엄마! 삼 년 있어야 끝난대.(끊는다 )"
5. 광교산
친구들이 광교산 가자고 전화했다 .
오전에 잠깐 다녀오려고 나섰다 .
친구들은 등산복입고 배낭메고(이 속에 물이랑 오이, 배가 들었다)
등산화 신고 나왔다 .
평소대로 치마입고 납작한 슬리퍼 신고 나온 나를 보고 째려본다 .
왜 ? 내가 신풍학교 ,수여중 다닐 때 슬리퍼 신고 올라가던 앞산이 팔달산
뒷산이 광교산인데 등산화는 무슨......
이제는 등산 후 거기 백운보리밥집 보리밥도 지긋지긋하다 .
그냥 집에 와서 물말아서 오이지 반찬이랑 된장찌개해서 한 술 먹고 말았다 .
6 . 남산
지난 주 후암동 수업 11 시 반에 마치고
그 집 어머니와 남산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빙빙 돌며 내려와 국립극장 거쳐 그 집까지 내려오니 두 시다 .
고속도로는 안 막혀서 좋았는데
내년 일 년 더 신으려던 샌들은 외피 다 벗겨지고 거덜났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