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네

 

 우리 어머니는 고향은 울진이고 '해주 오씨'였다 .

왜그런지는 모르지만 우리 어머니는

'해주오씨'가 똑똑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

어쨌든 우리 어머니는 똑똑한 분이었다 .

시절을 잘 만났다면 고등교육을 받고 남들  앞에 나서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

 

그런데 엄마네  가족(해주오씨네)들은 모두 목소리가 컸다 .

그리고 감정 조절이 잘 안되어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

남이 듣기 싫어하는지 어떤지 고려하지 않고 하고싶은 말을 '직빵' 으로 했다 .

그리고 보증서달라는  말을 잘 하고 돈 빌려달라는 말도 취직 부탁도 서슴없이 했다 .

그런 다음에 만나면 상대에 대해 서운했던 점을  필터에 거르지도 않고

바로 뱉어서 분쟁을 야기하거나 술마시고 용기 백배 한다음 욕을 하며

싸우고 울고 뒤집어졌다 .

 

그런데 다음에 제사나 명절이나 잔치에서 만나면

지나간 분쟁은 다 잊고 또 웃고 떠들고 술마시고 가문 단위로 놀러갔다 .

물론 비용을 대는 잘 사는 친척이 있었다 .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런 모든 교류는 '0' 이 되었다 .

내 DNA는 오씨와 임씨 절반일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오씨'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

참! 어머니네 어른들은 거의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

 

2 . 아버지네

 

아버지는 개성에서 인삼농사를 짓던 중농이고 '안동 임씨'가문인데

가문이라기도 낯간지러운 게 전국에 2,497명(2000년  통계)이라니

지금도 별로 늘었을 것 같지 않고 아마도 안동김씨 가문을 도와 종노릇을 하다가

조선중기에 족보를 만든 기층계급일 것 같다 .

 

우리 가문에는 (-.-;;)뛰어난  사람도 별로 없고

집안에서도 미국가서 수학박사라는 5촌외에는 출세한 사람도

소름끼치는  악당도 없는 그냥 그런 집안이다 .

 

그런데  이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표현) 얼마나 '개성사람' 스러운지

모이면 절대로 큰소리를 안 낸다 .

보증서달라는 소리는 하는 걸 들어본적도 없고

굶는 게 뻔해도 친척끼리 돈빌려달란 소리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

또 돈 있다고 티내는 사람도 없고  좋은 일했다고 신문에 난 사람도 못봤으며

명절이나 잔치에도 넘치도록 뭘 사오거나 감동을 주는 퍼포먼스라는 것도 절/대/ 없/다 .

 

또 하나 명절이나 제사에 모이면 다른 가족 애들 성적도 묻지 않고

승진 상황도 묻지 않고 남의 연봉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

식사도 한 끼만 먹고 게임을 절대로 안하며 바로 일어나고

붙잡지도 않으며 방학이나 휴가에 친척끼리 놀러가지도 않는다 .

집들이 하는 것도 못봤고 가문단위로 여행같은 건 있/을 /수/도 /없/다 .

당연히 싸움도 없고 서운한 것도 없고 기대도 없고

정도 없다 .

 

내 DNA는 오씨와 임씨 절반일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임씨네 사는 방식' 이 재수없어서 가기가 싫다 .

임씨가 아니었던 홍씨 백모님이 오라고오라고 해도

사촌들 오촌들 다 면대하기 껄끄러워서

좀처럼 가지 않다가 올 봄에 구순 백모님 별세하시고

초상집 다녀온 뒤 내 동생들 외에는 임씨네하고

좀처럼 만나지 않는다 .

 

3. 박씨네

 

딸의 아비는 삼대 독자 외아들이어서 서발 막대 휘둘러도 아무도 없다 .

그래서 잘 모르겠다 .

 

4. 섞어찌개

 

얼마전 끝난 '엄뿔' 이나 요새 하는 '너는 내 운명' 같은  복합가족 시스템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지만  그런 집 며느리하라면  정주영네라도 못할 것 같다 .

오래도록 딸과 둘이 살았고

동생들은 이웃에 살아도 같이 두끼를 먹지 않고 같이 여행도 가지 않는다 .

 

그러나 복합가족 체계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미덕이 있다 .

싸우기도 하고 흉도 보고 비교당하고 열통도 터지지만

왜그런지  정치적이고 음모 가득한 서스펜스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

그런 드라마 주인공 혹은 조연으로 살다보면

참을성, 친화성, 능구렝이처럼 넘어가는 법을 배울 것 같다 .

우리 모녀는 오래도록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서

강한 충격에 약하다 .

누가 언짢게 굴면 그냥 문을 닫거나 가벼운 중이 절 떠나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

 

중앙당게에 보면 참 쓰잘데기 없는 일로 싸운다 .

진보신당이 가져야 할 가치와  곧 닥쳐올 엄청난 경제 쓰나미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시점인 것 같은데

지엽적인 문제로 피를  흘린다 .

 

재수없는 '아버지네 ' 같은 방식도 문제지만

상대 가슴에 무수한 상처만 남기는 야생의 담화방식을  못 고치는'엄마네' 같은 경우도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다 .

 

5. 좀비정권에서 살아가기

 

오늘도 뉴스를 들으면

1997 년, 어린 거 데리고 집도 절도 없이

빚만 잔뜩 진 채로 하루하루 수강생 끊어지는 소식을 듣던

그 아득하도록 암담한 날들이 떠오른다 .

이제는 내성이 생겨서  수강생이 '0' 이 되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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