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인생
김하경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주변에는 파출부를 다니는 여자와 파출부를 쓰는 여자가 공존한다 .
"우렁각시" 라는 호칭으로 다니지만  하는 일은 역시  파출부다 . 그런데 이 두  계층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다 . 우렁각시는 79평
 넓디넓은 집을 청소하느라 골빠진다 하고  사용자는 우렁각시가 별로 일도 안 하고
돈만 꼬박꼬박 챙기는 것 같아 눈을 흘긴다 .
그래서 "우렁각시' 가  그만 두던 날 , 점심값이나 하라고   주인 여자가 준 봉투에
단 돈 만원이 들어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힌 여자 얘기를 듣고 나는 함께 마음 아팠다 .
그동안 수고했다고 일당 말고 준 돈 , 만 원.

"속된 인생" 에 나오는 윤수녕은 50 대에도 파출부를 한다 . 즉  도시빈민 여성의 길을 
별 수 없이 걸어왔다 . 하지만 수녕은 젊은 시절 ,일하러 가기 위해 아가를 놀이방에 맡기면서
"잘난 여자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질투가 샘솟듯 솟았다 . 내가 그토록 되고싶은 여자 , 그러나
나는 결코 될 수 없는 여자 , 그 여자가 바로 임보배 (20쪽 )"를 만난다 . 그리고 놀이방교사
임보배와 친구가 되어 "변화의 가능성 , 이 변화의 가능성이야말로 미래를 밝혀줄 나의 희망 (25 쪽 )"
이라고 느낄 책을 접한다 . 보배가 권해준 책은 지금은 황광우가 된  정인의
"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였다 .


"보배는 나를 통해서, 나는 보배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씩 허물을 벗고 새롭게 거듭났다 (29쪽 )"
하는 진술처럼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연대한다 . 그리고 철거민 투쟁을 한다 . 그 와중에
남편이나 남성들은 굉장히 비겁하거나 소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  . 여성들은  거의 혈육애와 같은
동지애로 뭉쳐서 싸운다 . 그러나 연대의 끈은 끝없이 시험당한다 . 그리고  핍박받으며
나중에는 절망한다 . 보배는 최선을 다했지만 철거민들은 살아온 전철을 훌쩍 뛰어넘지 못하고
약하게 무너지고 만다 . 보배를  희생양으로 삼아. 주민들은 보배를 솎아낸다 . 그러나 그건
그 사람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조종한 수구의 마수이며 자본의 잔인한 승리였다 .

보배가  끔찍한 비극을 당하는 동안
수녕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 보배에게 돌아갈  길은 막혀버렸다 .
수녕은 절망한다 .

"보배가 남편과 나를  한통속으로 본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끼고 "
"보배의 입가에 언뜻 야릇한 냉소가 스쳐 지나갔고"
"보배와의 사이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
"우정은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서걱거리며 "(37 쪽 )
두 사람은  멀어졌다 .
"눈물이 핑 돌았다 .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41 쪽 )
그리고 의심하고 그 불신에 상처를 받으며 수녕은 긴 세월 "속된 인생"을  산다 .
20년이 흘렀다 .
수녕은 진술한다 .
 "현실이 꿈이 되고  꿈이 현실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보배에게 현실이자 꿈이었고
보배는 나에게 꿈이자 현실이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
산다는 건  꿈과 현실을 함께 엮어나가는 것이다 . "(44 쪽 )

그리고 보배는 '주연희변호사' 가 되어 '직장내 성희롱 방지 교육'을 하러 수녕의 딸
진희의 직장으로 강연하러 온다 . 수녕은 여전히 파출부로 살지만
" 혼자 꿈을 꾸면  몽상에 불과하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54 쪽 )다는 사실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 그렇다 . 수녕과 보배가 연대하고
철거민과 의식있는 지식인이 연대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

이 소설에는 애들 말로 '럭셔리하고 그레이스하며 반따스틱한 ' 연애와
해외여행과 신데렐라와 스타먹스 커피향은 없다 .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마음쓰며 살아가야할 현실이고 꿈이다 .
소설이  허구이고 드라마가 허구인걸 알지만
땅에 발붙이지  않고 사는 사람들 얘기만 듣다가
이 소설을 읽고 숙연해졌다 .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치열하고 눈물 흘리며
살아야하는 현실에 대해 새삼스럽게 눈뜨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이  척박한 현실을 꿈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는 모두 눈물로 연대해야 한다 .
언제 어디서건 수녕이을 만나면  뜨겁게 손잡을 수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동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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