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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모든 인간은 다르다. 비슷할지언정 같을 수는 없다. 다르다고 해서 동질영역이 전무 한 것은 아닐 테지만 다른 것에 비하면 그 정도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같다는 건 기껏해야 본능범주에 한정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능을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다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누구나 식욕을 느끼지만 선호하는 음식은 천차만별이다. 예전에 유행하던 뷔페식 반찬선택 식당은 이점을 노렸던 것 같다(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미루어 성업은 못하였나 보다).
몸을 움직이려는 것은 자연에 따르는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육체를 고정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움직임의 본능을 실현하는 방식은 개인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는 대목이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본능의 일영역을 충족시키려 했다. 달리기는 그의 천성에 매우 적합한 움직임이었다.
책은 달리기에 대한 예찬을 잔득 담고 있다. 달리기가 기여하는 물리적 건강관리 효과로 지적한 것은 ‘담배와의 결별’, 체중조절, 음식관리 등이다. 나아가 러너에게 달리기는 정서근육의 강화로 확장될 수 있다. 나태함을 방지하고 정신적 빈곤을 채워주기도 하고 반대로 채워진 것들을 연소시키기도 한다.
운동으로서 달리기를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운동 치고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대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감수하는 것이 산다는 것을 인식(p. 255)하는 방식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달리기를 권하는데 있어 교훈으로 활용될만 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장거리 러너는 되도록 긴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본다고 했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달리기가 정서를 지독하게 단련시켜 나온 결과적 사유인 듯하다.
달리기가 마냥 싫지 않은 사람이라면 책을 읽은 후 달리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달리면서 하루키의 사색에 동감하는 것이 많다면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천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달리기를 시도해 봤다. 달리다 보니 단지 달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겸손해진 것 같았다.
달리기의 예찬은 널리 전파될수록 좋을 것 같다. 제각기 다른게 사람이지라도 달리기 습관은 되도록 많은 이들이 공유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