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다시 황금연휴가 이어진다. 날씨는 비가 올듯 꾸물거리지만 이래저래 쉬는날이 많은 5월은 기분좋은 달임에 틀림이 없다. 아파트 단지 울타리마다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넝쿨장미를 볼수 있어서 더없이 향기로운 계절이기도 하다.
오늘, 지인이 내게 묻는다. 참고로 그분은 기독교 신자이시다.
지인: 연휴가 시작되는데 어디 특별한 일정이라도 있나요?
나: 글쎄요. 별일은 없고...아! 맞다. 연휴 마지막날 절에 가야겠어요.
지인: 절에요? 뜬금없이 왜 절에 가요? 불교신자세요?
나: 아닌데요...그냥 석가탄신일이 되면 항상 절에 가던 습관이 있어서요. 부처님 얼굴도 한번 보고 ...비빔밥도 한그릇 얻어먹고...뭐 그렇지요.
지인: 비빔밥이요? 그거 먹으러 가요?
나: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습관이라니까요...(괜히 우물쭈물 거린다.)
지인: 그럼 석가탄신일에 절에 가면 성탄절에는 교회 가나요?
나: (으잉? 정말 예상치 못한 질문이어서 급 당황) 아...안가는데요...
지인: 석가탄신일에는 습관처럼 절에 간다면서 성탄절에는 왜 습관처럼 교회 안가세요???
나: .....ㅠ.ㅠ
그렇다. 나는 5월 12일이 되면 늘 습관처럼 가까운 절에 간다.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서 시원한 경치구경도 할수 있고 사찰이 넓을라 치면 이곳 저곳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기다 신도님들이 정성껏 마련해 주시는 비빔밥도 먹을수 있으니 내게는 하루를 유유자적하게 보내기에 그만한 곳도 없을듯 하다. 경내에 가득 걸려있는 등에 사람들이 소원글을 잔뜩 매달아 놓은걸 보게 되면 나도 문득 소원이나 바램을 하나 적어 매달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석가탄신일에는 당연하게 절에 가면서 성탄절에는 왜 교회에 가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았을때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5월이나 12월이나 모두 똑같이 절과 교회를 가야 했었나??? 스스로 생각해도 무지하게 우유부단한 나로서는 지인의 물음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나는 어이하여 석가탄신일에는 습관처럼 절에 가게 되었던 거지?
모르겠다... 언제부터 가게 됐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 이유를 지금에 와서야 어찌 기억해 낼수 있으랴! 그냥 ...뭐, 그냥 가게 된다...는 말밖에는.
한마디로 내 맘이다!
(지인은 은근히 내게 전도라도 하고 싶으셨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