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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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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정말 좋아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너무 감탄스럽다.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다.
집에서 왜 혼자 죽을 수 없는지 하나하나 일본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을 파헤치고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고.
사회학자 답게 다른 연구들을 빈틈없이 인용해서 근거도 확실하다.
챕터 별로 질문, 조사, 가설, 근거 확보, 주장 정립의 구조가 깔끔해서 글 구조의 좋은 교보재이기도 하다.
고민이란 밖에서 오는 것, '웰다잉'을 위해서는 먼저 죽지 않으면 안된다는 단언, 고독사의 문제는 고립이라는 단언 등에서 보여지는 통찰 역시 훌륭하다.

노인이 혼자 생활한다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차곡차곡 제시하고 타파해나가는데 역시 가장 외면하고 싶고, 가장 두려워하며,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포기하는 치매 문제 역시 다뤘는데 다른 챕터들과는 다르게 약간 폭행과 성추행 등의 피해를 불러오는 양상의 치매는 피해간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국가적인 특징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전에 언뜻 국가마다 치매의 양상이 저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를 봤었다. 한국의 치매 증상과 호주의 치매 증상이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를 소스는 기억하지 못한 채 내용만 기억해서 일본도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기억 한 구석으로 슥슥 밀어넣어두고 나중에 꺼내어 찾아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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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0-31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은... 어디서 읽을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비혼 다짐 여성에게 너무 필요한 책이네요!!

등롱 2022-10-31 21:00   좋아요 2 | URL
저도 추천을 통해서 읽었는데요, 우에노 지즈코는 정말 좋아요~.
우리나라에선 혼자만의 죽음이 없고 무조건 병원 응급실과 경찰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상황이 좀 다르지만, 고독사란 없다는 저자의 통찰이 정말 뛰어나요. 바로 앞에 닥쳐온 일이라 성찰의 절박함 자체가 압도적으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스패로
메리 도리아 러셀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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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기만 하고 읽지 못했는데 복간이 되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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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개념으로서 확률은 픽션과 얼마만큼 관련이 있을까?

전적으로라고 할 만큼 관련이 있다는 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냐하면 그 개념에 정통한 저명 역사가 이언 해킹이 언급한대로, 확률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세계를 그려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p.28 


첫 챕터를 읽기 시작하고 눈이 번쩍 뜨여서 자세를 바로잡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 굉장히 흥미로운데, 이 저자는 소설가이자 사회인류학자, 영문학자다. 

기후위기를 다루는 책의 첫 챕터 제목이 왜 문학인지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읽어내려가다가 깊이 납득한 것이다. 기후위기가 왜 문학의 소재가 되기 어려운지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에는 이상 기후의 이야기를 꺼내고, 이후 문학의 패러다임을 설명하고, 문학 뿐 아니라 과학에도 영향을 미치는 근대적 세계관을 설명한 후 마침내 기후위기로 접근하고 있다. 

아미타브 고시는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예술성, 과학은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진리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예술도 과학도 결국은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내러티브란 본질적으로 어느 면에서 나머지와 다르거나 그로부터 두드러지는 순간 또는 장면을 서로 연결하면서 전개된다. 당연히 이러한 순간이나 장면은 예외적인 것들의 예다. 

소설 역시 이런 식으로 펼쳐지지만, 다른 것과 구별되는 형식상의 특징이 있다. 다름 아니라 내러티브의 동력으로 기여하는 그러한 예외적 순간들에 대한 은폐다. 이는 이탈리아의 문학이론가 플아코 모레티가 '필러 fillers' 라고 부른 것을 끼워 넣음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 모레티에 따르면 "필러는 흡사 제인 오스틴에게 더없이 중요했던 '훌륭한 예절' 처럼 작용한다. 필러도, 훌륭한 예절도 모두 삶의 서사성을 통제하고 존재에 정규성, 즉 양식을 부여하고자 고안된 기제다. 소설은 바로 이 같은 기제를 통해 세상을 만들어낸다. 내러티브의 정반대로 기능하는 나날의 일상적 디테일을 통해서 말이다." 이렇게 근대 소설은 "전례없는 사건은 배경으로 밀어내고 나날의 일상을 전경으로 끌어내는" 식의 변화를 겪었다. p.30


전례에 없는 사건 - 즉 기후위기, 지구 기온 상승, 녹는 빙하, 갑작스런 사이클론 등의 느리면서도 거대한 자연의 사건들은 이렇게 세상에서 배제되고, 자연스럽지 않은 사건처럼 여겨져 점점 소설에서 다뤄지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기후위기에 대해서 문학에서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한 개인의 문제, 기후위기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세계관에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수 소설이라는 대저택 내에서는 아무도 대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 그 같은 규모의 관련성과 사건은 그럴 법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소설이라는 한정된 시야 내에서는 터무니없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인류세의 지구는 바로 도무지 상상하기 힘들만큼 광대한 힘이 좌우하는 , 피할 수 없는 집요한 연속성의 세계다. 순다르반스를 침범하는 물이 마이애미 해변도 덮친다. [...] 물론 기후와 지질학이라는 힘이 우리 삶과 무관한 시대는 한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 힘이 이렇듯 무자비하리만큼 직접적으로 우리를 압박한 시대도 없었다. p.86


2부의 역사에서는 기후위기를 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끌려나오는 근대성 개념이 서구 고유의 것인 양 다뤄진다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매우 거칠게 요약... ), 아시아 출신이기에 첨예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2부에서 인용하고 다루는 책들이 몹시 궁금했는데 비서구권 책들은 거의 번역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7,80년대에 된 후 근래에는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의 책들 역시 대혼란의 시대 외에는 구해보는 게 쉽지 않고, 번역되지 않은 책도 많다. 

소금 도시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읽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네!! 


중국의 석탄, 유정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버마(=미얀마)의 석유 채굴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로운데, 내가 얼마나 동남아시아에 무지한지 새삼 깨닫다. 서구권 외에 돌려지는 동양권에 대한 시선이 중국과 일본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외의 나라들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근대성 이야기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국주의 역시 따라나와야지. 

그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아쉬워. 


3부는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기후위기를 다룬다. 

기후 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결국 사람들의 도덕심에 호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기후변화의 공적 정치는 그 자체로 도덕적, 정치적인 것이 어떻게 해서 마비상태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최근에 수많은 활동가와 관심있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도덕적 이슈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 다른 모든 민주적 통치자원이 동나고 오직 그 찌꺼기인 '도덕'만 남은 듯한 형국이다.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이러한 틀 지우기는 한 가지 커다란 미덕을 지닌다. 그것은 국제적 기후변화 관료주의가 그 이슈에 부과해온 경제적 언어(비용 이익 언어)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점이다. [...] 만약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주로 개인의 양심에 제기하는 문제로 바라본다면 진지함이나 일관성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입자을 판단해줄 시금석이 된다. 이는 다시 부인론자로 하여금 활동가들이 개인적으로 선택한 생활방식을 지적함으로써 그들을 위선자라고 몰아붙이게끔 만들 수 있다. [...] 


"당신은 기후변화 때문에 무엇을 포기하셨죠? 당신이 감수한 희생은 뭔가요?" [...] 그가 일순 얼어붙음으로써 분명한 것마저 제대로 말할 수 없게 된 것은 정치와 도덕이 손잡은 결과였다. 기후변화의 규모는 더없이 방대하므로 집단적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행동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선택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p.177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것 역시 바로 지금, 여기의 이야기지. 


관련된 논문도, 책도 많은데다 시간과 공간을 아주 넓은 범위로 다뤄서 책 자체는 얇지만 사고를 따라가느라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요새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읽는 책마다 언급되는데 번역된 김에 완독해야겠다고도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쓰는데 글을 네 번 날렸다... 

하... ㅠㅠ

















언급된 책들 중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 

그리고 관련해서 읽으려고 담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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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화두는 디지털 디톡스, 미라클 모닝, 습관이었다. 

, 지금의 몸은 지금까지의 내 선택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지금의 내 몸에 잘못되었다면, 내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선택은 잘못된 선택일 공산이 큽니다. 

"가장 싫은 선택이 가장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

이 한 마디를 목표로 삼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과는? 운동과 일기쓰는 습관을 몸에 붙였고, 지금은 집중력을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 


올해의 화두는 집중력과 현존이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중독적인 쾌감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집중력을 낮추고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 뿐인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집중을 높여서 성과의 질을 끌어올리고 싶다. 

몸도 더 챙기고. 

높은 집중력은 건강한 몸에서 나오기에. 


그래서 관련한 책들을 곰곰이 살피는 중이라 명상 관련한 책들이 없나 밀리의 서재를 뒤지고 있고. 

가드닝에서 자연으로, 그리고 기후위기까지 관심사가 조금씩 이동 중.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


돌돌콩님 유튜브에서 본 책이다. 지금 아직 초반부만 읽었는데 서두부터가 강렬하게 주의를 끈다. 인간의 인생을 표현한 4장의 그림으로 시작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이룰 것을 다 이루고 안정기에 들어서야 할 40대에 이르러 왜 불안과 초조감, 자괴감에 시달리고, 상황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는데도 50대에 이르면 거짓말같이 그 불안감이 사라지는지에 대해 통계학적으로 제시를 한 다음.... ... 제시를 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읽음. 

이 다음이 궁금해!

하지만 지금은 남성됨과 정치를 먼저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이건 '요즘 애들' 읽다가 담았다. 이거 아직 안 읽었는데 읽어봐야 할 거 같아. 


]초인적 힘의 비밀 : 여성 운동 초월]

하이드 님의 추천으로 장바구니에 담음. 앨리스 벡델의 그래픽 노블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저자가 계속해서 운동을 해온 이야기가 개인사, 현대사와 맞물려 펼쳐지는 이야기인 것 같다.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운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지라 아주 흥미롭다.

얼마 전에, 내가 어떻게 운동을 하기 시작할 수 있었지?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은 게.

2018년 즈음에 나는 불현듯 마라톤을 해보고 싶었고, 망설이다가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엉망진창이지만 어쨌든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마라톤에 참가했다. 

기록은 당연히 완주한 게 신통방통한 수준이었는데... 문득 떠오른 것이다. 아, 이 정도면 나도 이제 어느 정도 경력에 맞는 커리어패스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처음 했었던 시점이 그 때였다는 게. 

그 때부터 삶이 조금씩 나아졌던 것은, 그 때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로소 내가 처음으로 내 성취를 긍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 운동을 한다는 건 30년 넘는 시간동안 계속해서 주입받아온 수치심을 처음으로 이겨본 거였다. 

처음으로 운동이 내 삶에 그렇게 들어왔고, 우당탕탕 허둥지둥 형편없이 낮은 기록으로 자신의 몸을 알아가면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뒤늦게 받아들인 게 아니라 운동이 항상 삶에 같이 있던 사람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도무지 상상이 잘 안된다. 

















[대혼란의 시대]

기후 위기에 관심사가 생겨서 담았고, 관련해서 구입한 책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다. 

기후 위기는 거시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내가 너무 모르고 있다는 느낌.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해서 읽은 [내일 날씨, 어떻습니까?]를 통해서 기상학, 그리고 기후위기에 관련한 과학의 발전과 연구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트라우마]는 최근 트위터에서 후기를 좀 보다가 다락방님도 추천을 하셨기에 장바구니에 담음. 




























그리고, [동네에서 만난 새]. 

유튜브 새덕후 채널을 보면서 하늘과 새들을 보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됐다. 원래도 토리빵 보면서 직박구리의 부숭부숭한 머리, 아씨처럼 고운 콩새의 외모와는 달리 무시무시한 식욕 같은 걸 보며 즐거워했었는데, 더이상 출간이 안되어서 너무 슬펐다. 책이 너무 즐거워보여서 얼른 장바구니에 담음. 

그랬더니, 줄줄이 이 책을 산 사람이 함께 산 책이 뜨길래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새의 언어], [벌의 사생활], [식물학자의 노트]를 담고 말았지 뭐야. 

[숲은 고요하지 않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도 그렇게 같이 담아버림. 

동네 지역 까페에서 우연히 어떤 요기가 명상을 위해 숲을 턱 사버린 걸 보고 너무 부러웠다. 

와 나도 숲 600평 사고 싶어. 

그래서 그 숲을 천천히 거닐면서 가꿔보고 싶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너무 재미있을 거 같아...

미세 세계의 이야기 너무 기대된다. 


















살림비용과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세트로 장바구니에 담기 무섭게 사버렸기 때문에 언급할 새도 없었네, 벌써 책장에 슬쩍 꽂혀있는데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다. 



책욕심 너무 많아... 

열심히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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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23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라우마> 는 책 자체로도 너무 좋지만 읽어두면 다른 책 읽을 때도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사셨다면 정말이지 무조건 읽어봐야 하는 책이에요.

등롱 2022-01-23 09:0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이렇게 여러 추천을 받으니 엄청 기대됩니다!! ㅎㅎㅎㅎㅎ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은 사회구조적 현상이며, 이 번아웃에는 이전 베이비붐 세대의 책임, 하락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쇠퇴한 사회복지, 기술의 발달, 가혹해진 양육 기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는 내용이 책의 요지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일자리와 고용 형태가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현 상황은 곧 아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워커홀릭이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풍조, SNS를 이용하면서 생겨나는 고독과 집중의 고갈 같은 부분을 깊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다른 인류학자, 사회학자, 행동경제학자들의 여러 연구들이 많이 인용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 디지털 기술을 다루는 챕터 부분에 인용되었기에 장바구니에 담아보았다. 


칼 뉴포트 역시 인용되는데, 저자의 말대로 디지털 디톡스를 해본 적이 있다. 한달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썼던 5개의 어플을 지워서 접속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였는데, 그 후 다시 서서히 원상태로 돌아갔다. 스마트폰을 없앨 고려를 해보기도 했는데 이미 내 생활에 아주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어서 곤란하다. 무엇보다 재택근무 OTP와 접근 권한이 폰으로 검증되고 있고, 운전 시 내비게이션을 쓰고, 각종 관공서와 은행 어플 등이 있고... 


비정기적으로 보상처럼 내 뇌를 자극하는 여러가지 알람들 때문에 내 의지력만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싶은 욕망을 억제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고 소용없는 짓인지는 이미 충분히 안다. 


요새 스마트폰을 다루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걸 느껴서 줄이려고 노력하는 참에 본 책이라 이 챕터 부분에 꽤나 집중해서 읽었지만, 책에서 다루는 성인 밀레니얼 세대들의 번아웃에 관련된 문제들은 바로 내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내 보스의 보스는 시도때도 없이 일에 모든 것을 때려박는 걸 성공의 중요 요인으로 여기고 있고, 좀더 강렬하게 시간을 많이 바쳐 일해주길 바란다. 본인이 이미 육아를 위해 아이를 재우는 시간에서조차도 메일과 기획서와 리뷰를 읽으며 업무에 올인하는 중이고, 다른 사람도 그러길 바란다. 

취미에 대한 찬사가 '돈 벌어도 되겠어요'인 것 역시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이고, 개인의 삶에서 하는 모든 것들을 다 돈벌이로 치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져버렸다. 

수많은 아웃소싱 역시 남 이야기가 아니며, 시궁창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또다른 시궁창 일자리를 찾아 돌려야하는 것 역시 남 이야기가 아니며, 여가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휴식에는 무엇을 해야 휴식인지 몰라서 방황하며 일하지 않을 땐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한 것 역시 그렇다. 


그리고 결국 이 번아웃들은 개인에게서 촉발된 것이 아니기에, 해결방법 역시 개인이 심리치료를 받고 일기를 쓰고 스스로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채찍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행동이 어떻게 남의 번아웃을 부추기는지를 생각해보고

모두를 위해 삶을 더 낫게 만들 해결책들을 지지해야만 한다. 

더 나아지는 변화는 공적인 영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과로는 아방가르드적이고, 패셔너블하고 ,진보적인 것이 되었다. 반면 조합에서 보호하는 주당 40시간 근무는 고루하고 현실에 무지할 뿐더러 멋지지 않은 것이 되었다. 조합과 조합을 보호하는 법이 인기를 잃자 노동자 간의 유대 역시 인기를 잃었다. 그 대신 ‘좋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쟁취한다는 목표 아래 무자비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 "모든 개인이 자신을 나머지 사회 구성원과 제로섬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독립 계약자로 간주할 때, 유대는 혐의가 된다. 개인이 일하지 않고 보내지 않는 모든 순간이, 다른 누군가가 앞서나가서 그를 불리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에는 참으로 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 하나를 앤은 매일 직면한다. 너무나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이, 많은 희생과 고생으로 얻은 것이, 행복도 열정도 자유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동의 일상을 이루는 모든 부분이 훗날 일터에 진입할 때를 대비한 최적화 과정인 것이다. 그렇게 아동은 성년을 한참 앞둔 나이에 작은 성인이 되고, 그에 수반되는 불안과 기대 역시 끌어안는다.

여성들이 전문적 일터로 진입하기 시작하자 그 결과로 불거진 ‘어머니 없는‘ 아이들, 지저분한 집, 여성화된 남성 전업주부들에 대한 불안을 어떤 식으로든 잠재워야 했다. 자칫하면 미약한 발전마저 백래시에 의해 무산될 테니까. 그리하여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여성들은 오직 모든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킬 때만 일터에 진입할 수 있었다. 여성은 야심을 가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상냥해야 했다. [...] 그러나 과거엔 이 모든 자질을 온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포장하라는 기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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