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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리본 - 세계적인 유방암 퇴치 재단 '코멘' 설립자의 감동실화
낸시 G. 브링커.조니 로저스 지음, 정지현.윤상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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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핑크리본의 의미에 대해서는 채식관련 에세이를 시작하며 제목을 정하려고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알게됐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이미지라 핑크리본캠페인이 단순한 청소년기 여학생들의 생리적인 문제와 관련한 운동인 줄 알았다가 그 내막을 알고 숙연해졌었는데 그 이후로 유방암관련 캠페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더 깊이 알지는 못했었다.
<핑크리본>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남자도 유방암에 걸린 사례는 생각도 못했을 정도로 무지했다.) 유방암으로 고통받고 희망도 갖지 못한채 스러져갔었는지 알았다.
유방암이란 그저 외과절제술로 끝난다고 생각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 여성으로서의 형질 중 하나를 잃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스스로에게 매우 괴로운 시간이 지속된다는 점, 병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수치심을 근거로 일반인들에게 확실히 홍보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니 지금같은 세상에선 놀랍고 어이없다.
하지만 유방암 자체를 다른 병들처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고는 해도 그 심각성과 퇴치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관심히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여전하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환경조성이 과거에비해 월등한 지금 유방암에 대한 인식정도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외모만큼이나 아름답게 살았던 언니를 유방암으로 잃고 본인도 유방암에 걸렸으며, 그 외의 가족들까지 돌보아야 할만큼 힘들었을텐데도 유방암 퇴치운동에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해냈다.
건강한 몸으로도 활동하기 힘들었을텐데 투병하며 의지로 버텨낸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핑크리본>을 보면 지금 손가락을 베여서 타자치는 것, 손 씻는 것이 불편해 찡그리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져버렸다. 사람은 자신의 병을 느꼈을 때, 혹은 타인의 병력을 접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소소한 불편들에까지 감사할 줄 알게 되다니...어쩌면 신은 행복을 느끼게 해 주려고 아픔을 주시나보다.
그 아픔에 불평하기에는 사람들은 얼마나 경솔하게 망각하는가...!
낸시는 언니 수지와 병원에서 너무나도 착하게 살았는데 하느님에게 요주의인물 리스트를 드려야겠다며 농담하는 장면이 있다.
그래! 그 부분에 얼마나 많이 공감했는지 모른다.
수지는 스스로의 몸도 가누기 힘들텐데도 가발을 쓰고 모델활동도 하며 봉사하면서 일상을 이어가지만 결국 희망을 바라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독자인 나도 그녀의 죽음이 그 삶에 비례하여 이렇게나 억울한데 동생은 오죽했을까!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착하고 봉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천사라서 하느님이 어서 거두시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지상에서 병으로 겪는 고통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까?
어쩌면 그들은 천사라서 끝까지 본인들의 병력으로 사람들에게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신의 역사하심을 이루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그 가족들의 아픔까지 아우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 그렇다고해도 삶 자체가 신이 주신만큼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해야지.
그러기 위해 낸시는 '코멘'을 창설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다.
아름다운 언니와의 약속을 위해, 사회적 정의를 위한 그녀의 노력은 그녀의 회고록으로 인해 그녀들의 어머니 밑에서 바른 가정교육을 받았음에 근거함을 알 수 있다.
일찌감치 봉사와 정의에 대해 남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애초에 목가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언니와는 다르게 사회적 역할로서의 정의를 다하려는 스타일로 전공 외의 활동을 보더라도 확실히 정의구현을 위한 개성이 도드라진다.
불안과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시작했던 첫 결혼의 실패는 여전히 그녀의 여성성이 고개를 들지 못했던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으나, 노먼 브링커와의 만남으로 그제서야 중성적인 사회적 역할에서 사랑을 하는 한 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때가 여성성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인지 노먼 브링커가 그녀의 여성성을 일깨워준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녀가 사랑으로 한층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난 것은 분명하다.
<핑크리본>의 낸시의 목소리를 들으며 왠만한 장애는 길가의 돌멩이일 뿐 의지만 있다면 열정을 끌어내고 결국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교훈과 감동을 주고있다.
더 나아가 아직까지도 유방암에 대한 낮은 인식과 대처방법을 환기시켜준다.
병이란 환자와 가족을 지치게 한다.
그것이 '암'이라면 평생을 '완치'라는 단어를 생소하게 여기며 내 조직이라 인정하고 평생을 가야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유방암에 대해 공부하고 대처하느라 지친 환자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신은 특정인에게만 기적을 주시는게 아니다.
낸시는 그 기적을 이끌어내기에 넘치는 열정으로 유방암에 대해 소극적으로 받아들이지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낸시의 회고록을 읽는 환자와 가족에게 그녀에게 찾아온 기적에 기댛의지와 열정이 생겼다면 이미 그 기적의 초에 불을 붙여줄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핑크리본>이 그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