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 현진건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4
현진건 지음, 김동식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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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꿈자리가 좋아서 아침에 일어났을때 무언가 다른 기분이들때 오늘은 왠지 좋은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런날은 하다 못해 십원짜리 하나라도 눈에띄고, 헌 책방에서 읽고 싶었던 책이 떡하니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런날이 바로 운수좋은날이다.

그런 의미와는 상반되지만 지난했던 과거시절 못먹고, 못살던 궁핍했던시절을 이야기 하고 있는 현진건의 운수좋은날의 시작도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날
이었다.

열흘 동안 돈 구경 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전찻길에서 동화학교,다시 남대문,인사동 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삼십원을 벌었다.

집에서 앓아누워 있는 마누라가 먹고싶다던 설렁탕도 사줄수가 있고 시원한 막걸리도 마실수 있다.
행랑방 한 간을 한달빌리는데 일원이고 선술집에서 막걸리와 안주를 푸짐하게 먹고도 남는 돈이니 삼십원은 꽤 큰 액수의 돈이다.

하지만 운은 딱 거기 까지다.
아침부터 불안하게 자신을 붙잡던 마누라, 설렁탕을 사들고 집에 도착 하는데 정적에 쌓인 집에서는 아기 젖 빠는 소리 밖에 안들린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누라가 죽어 있었던 것이었다.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사왔는데

문득 김첨지는
미친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김첨지의 절규소리가 뭉클하다.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김첨지의 신조가 결국 아픈 마누라를 죽이고 말았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간만에 찿아온 돈이 쓸새도 없이 죽다니 허망하고 허무할 뿐이다.
돈이 없을 때는 먹고싶은것도 많은것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던 김첨지의 불안이 결국은 현실이 되어서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돈이 무얼까 지금도 마찬 가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돈 몸과마음이 편해야지
돈은 별개가 아닐까
그저 쓸수 있을 만큼의 돈만 있으면 무엇을 더 바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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