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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카 타는 참새들 ㅣ 상상 동시집 21
조수옥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3년 6월
평점 :
『씽씽카 타는 참새들』/ 조수옥/ 상상/ 2023
상상에서 출간된 조수옥 선생님의 동시집 『씽씽카 타는 참새들』 제목에서 머릿속으로 씽씽카 타는 참새를 떠올리니 웃음이 먼저 나온다. 실제 씽씽카는 아이들이 타는 거라 씽씽카 타는 아이를 참새로 비유한 것이다. 이렇게 조수옥 선생님의 시집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은유가 상당히 많다.
조수옥 선생님은 1997년 충청일보 시부문 신춘문예로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으로 『어둠 속에서 별처럼 싹이 트다』 『거꾸로 서서 굴리다』 『오지』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씽씽카 타는 참새들』이 첫동시집이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참새들이 씽씽카를 탄다
머리에 노랑, 파랑, 빨강
헬멧 쓴 참새들
한 발로도 타고 앉아서도 타고
한쪽 발 번쩍 들고도 타고
넘어질까 조마조마
부딪힐까 조마조마
엄마 참새들 조심하라고
짹짹 짹짹
아이 참새들 걱정 말라고
짹재글 짹재글
봄볕 가득 찬 놀이터
참새들이 씽씽카를 탄다
표제작 - 「씽씽카 타는 참새들」 전문 (10~11쪽)
한때 내 모습이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는 동시다.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어른들은 늘 조마조마한 데 반해 아이들은 자신감에 넘쳐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그제는
전라도 댕기왔당께요
어제는
경상도 댕기왔심더
오늘은
충청도구먼유
내일은
강원도래요
전국 곳곳을
싸돌아다니는
장마철
먹구름 학생들
- 「여름 방학」 전문 (17쪽)
오늘 날씨가 딱 여름 방학 맞은 먹구름 학생들 모습이었다. 전국에 걸쳐서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면서 비를 뿌렸는데 성질 짓궂은 돌풍까지 데리고 다녀 곳곳에 피해가 났다고 저녁 뉴스에 계속 떠들고 있다. 장마철이긴 하지만 좀 점잖게 여름 방학을 보내면 안 될까.
숫자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숫자는
하나아
두우울
셋!
무거운 짐
번쩍!
들게 하는
셋!
-「가장 힘이 센 숫자는」 전문 (18쪽)
고개를 끄덕끄덕, 우리는 이미 셋에 길들여 있는 건지 셋에 가장 힘이 들어가고 셋을 지나 넷으로 넘어가면 다시 점점 힘이 빠지니 ‘셋’의 마법에 빠져 있나 보다. 뭘 하더라도 ‘셋’에는 번쩍하는 힘이 나니 지친 사람들 마법 같은 말, 하나아, 두우울, 셋!을 힘차게 외쳐 다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날 거꾸로 읽으면
단계
한 단계 한단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르내리라는
뜻이지
-「계단 2」 전문 (55쪽)
‘빨리빨리’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 시를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 좋겠다. 계단은 빨리 가라고 있는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올라가야 계단 꼭대기까지 갈 수 있는 거라고 알려주고 싶다. 초반에 힘을 너무 빼면 꼭대기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은 올라가야 할 계단이 너무나 많기에 짧은 이 시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박승우 시인의 해설을 보면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재미있는 시다. 실제 있었던 일인지, 경험을 재구성한 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수옥 시인의 언어 감각과 운용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시다. 말의 재미가 있으면서 마지막에 ”수억“에서 ”수옥“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의미심장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조수옥 시인은 동시 열차의 기관사가 되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닌다. 동시가 될 만한 것을 만나면 잽싸게 태워 비유의 옷을 입히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 주고 동심의 숨결을 불어넣어 새로운 승객으로 변신시킨다.” _(99쪽)
은유의 시인 조수옥 시인의 동시 열차에 다 같이 올라타 보길 권한다. 『씽씽카 타는 참새들』에서 씽씽카도 다 같이 타 보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가는 계단도 올라 보고, 못할 것 같았던 일도 “셋”이 마법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자, 『씽씽카 타는 참새들』 읽으러 하나아, 두우울,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