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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이 되는 날 ㅣ 고래책빵 동시집 25
김경련 지음, 손정민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6월
평점 :
『내가 꽃이 되는 날』/김경련/고래책빵/2022
꽃이 되고 싶게 만드는 동시집
머릿속이 조금 복잡할 때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음이 위로 받는 느낌이랄까? 이게 동시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김경련 작가의 첫 동시집이 고래책빵에서 나왔다. 『내가 꽃이 되는 날』이란 제목을 달고 독자들 앞으로 온 이 동시집은 독자마저도 꽃으로 만들어 놓는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꽃으로.
김경련 작가는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고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대산창작기금을 수혜 받았다. 오랫동안 동시를 써오다 늦게 낸 첫 작품집이니만큼 다양한 모습의 김경련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
전체 5부 구성으로 이준관 선생님의 해설을 곁들였다. 우선 표제작인 『내가 꽃이 되는 날』을 살펴본다.
엄마 병문안 갈 때
꽃 대신 날 데려가시는 아빠
꽃 사다 드릴 때보다
날 데려갔을 때
엄마는
더 활짝 웃으신다고,
아빠는
꽃 대신 나를 데리고
엄마 병문안 갑니다
나는 오늘
친구랑 놀기로 한 약속을 미루고
병문안을 갑니다
오늘은
내가 꽃이 되는 날입니다
-「내가 꽃이 되는 날」 전문 (14~15쪽)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시를 읽거나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족 중 누군가 병원에 있거나 입원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라면 이 시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나 역시 부모님이 오래도록 병원에 계셨었기 때문에 꼭 자식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 누구라도 가면 반가운 게 병원 생활이기도 하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은 뭘 한들 예쁘지 않을까.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사람꽃이라고 하지 않는가. 1부에서 「목욕탕에서」와 「사진 속으로 풍덩」 역시도 표제작처럼 따스한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푸른 잎
다 지고 나니
담쟁이 간 길
훤히
보인다
구불구불
벽 잡고
힘겹게 올라간 길
한 장
지도로 남았다
-「담쟁이 1」 전문 32쪽
이 작품은 어린이와 문학에 추천 받은 작품이다. 가을 지나 겨울로 들어서면 담쟁이 잎도 다 떨어지고 그때 보면 보인다. 담쟁이가 지나간 길이. 구불구불한 길이 한 장의 지도처럼 보인다. 마치 한 사람의 일생처럼도 느껴지는 시다.
한겨울에
펑펑 내리는 눈 맞고 서 있는
천하대장군
머리도 하얗고
눈썹도 하얗고
콧잔등도 하얗다
턱에는 고드름도 달려있다
겨울 동장군에 맞선
천하대장군!
이깟 추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커다란 입 벌리고
하하-
웃고 있다
-「천하대장군」 전문 52쪽
지금은 민속마을 입구에 주로 버티고 서 있는 천하대장군, 크기가 사람보다는 한참이나 더 커서 보기에도 마을의 액운을 물리쳐 줄 것만 같다. 이 천하대장군이 동장군에 맞서는 모습을 작가는 재미있게 표현했다. 머리에는 눈이, 턱에는 고드름을 달고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고 있는 모습이 어찌 보면 허풍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천하대장군이란 이름에 걸맞게 마을을 지키려면 이깟 추위쯤이야 아무렇지 않아야 되는 게 맞는 것도 같다.
몇 편만 소개했지만 독자들 마음이 가닿는 시들은 각각 다르기에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준관 선생님의 해설처럼 사랑의 온도와 지혜의 시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