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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달팽이! ㅣ 상상 동시집 13
박승우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2년 8월
평점 :
박승우 시인의 신간 "힘내라 달팽이!"를 만났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어려운 일에 닥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동시집을 읽으면 '달팽이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다양한 소재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며 어울려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은근히 알려준다. 그게 여러 동물로 들려주기도 하고 달팽이나고양이가 되어 들려주기도 한다.
추운 겨울
시장에서
채소 파는 할머니에겐
"시금치 한 단요"
"부추 한 단요"
이 말이 모닥불이다
할머니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할머니가 덤으로
한 줌 더 넣어준다
덤도 모닥불이다
손님들 얼굴도 활짝 피어난다
'모닥불' 전문 12쪽
만약 내가 길에서 죽거든
나를 찾으려 하지 마라
잘못하면 너희들도 나를 따라오게 된다
나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길고양이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길이다
눈에 불을 밝히고 똥구멍으로 연기를 뿜어내며
치타처럼 빠르게 달리는 이상한 놈을 특별히 조심해라
꼭 명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물려줄 재산이 없어 미안하다
내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하다 보니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구나
한편으로는
재산 때문에 형제들끼리 싸울 일은 없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애 있게 지내거라
끝
'길고양이 유언장' 전문 96쪽
길고양이의 유언이지만 길고양이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읽는 사람은 다 안다. 주변에서도 가끔 보고 듣는 이야기라 충분히 공감이 가는데 조화로운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다. 각자의 자신의 위치에서 분수에 맞는 일과 생각을 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살면 가족끼리 다투고 하는 일은 없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새와 허수아비, 동물나라 옷 가게 등도 보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동시로 마음이 말랑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