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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복수 타임 ㅣ 고래책빵 동시집 29
김남권 지음, 서유정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9월
평점 :
동시와의 동행
『선생님 복수 타임』, 시/ 김남권, 그림/ 서유정. 고래책빵, 2022

제목을 듣는 순간, 호기심과 재밌는 일들이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이가 얼마나 막역했으면 저런 복수 타임을 가진다는 말인가 하면서 아이와 선생님이 다같이 좋은 환경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저자인 김남권 선생님은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강원도 평창에서 살고 있으며 시와 동시를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 시집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외 9권 동시집 『엄마는 마법사』, 『1도 모르면서』, 『짜장면이 열리는 나무』가 있고 시낭송 이론서인 『마음치유 시낭송』 외 2권이 있다. 이어도 문학상 대상과 강원아동문학상, 2021 KBS창작동요대회 노랫말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먼저 표제작인 「선생님 복수타임」부터 읽어본다.

국어 시간 끝나자마자
편지 쓰기
영어 시간 끝나자마자
단어 백 개 써오기
수학 시간 끝나자마자
교과서 문제 풀어오기
과학 시간 끝나자마자
식물 표본 조사하기
미술 시간 끝나자마자
좋아하는 사람 얼굴 그려오기
숙제가 산더미다
도대체 언제 놀라는 거야?
꿈속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너무 약이 올라 나도 숙제를 냈다
밤새도록 시 백 편 써 오기
영어 소설 백 편 써 오기
수학 문제 백 개 증명해 오기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원리와
누워서 자는 우리 집 강아지의 상관관계를
풀어오고
모차르트와 피카소의 머리카락 수의 합을
인상파적인 시각으로 그려올 것.
숙제 안 한 사람이 화장실 청소하고
꿀밤 맞기
선생님, 콜?
「선생님 복수 타임」 전문 (24-25쪽)
선생님이 반 아이들한테 내준 과한 숙제에 아이는 반대로 선생님께 과한 숙제를 낸다는 내용인데 그래도 선생님이라 소심하게 꿈속에서 선생님께 복수하는 모습이 재밌다.

담임선생님이 좋아하는 인물을
써오라고 했다
1. 엄마 아빠
2. 할아버지 할머니
3. 삼촌 이모
4. 고모
5. 동생
이렇게 제출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누가 제일 좋아?
응,
엄마는 신사임당 세종대왕 퇴계 이황
이순신, 이라고 했다
헉,
그런데 그다음은 사람이 아닌
학이라고 했다
대박이다
나는 당연히 나와 동생이 일 순위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갑자기 5만 원짜리 지폐가
꼴 보기 싫어졌다
「엄마가 좋아하는 인물」 34-35쪽
웃픈 상황이다. 물질 만능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긴 하다. 엄마가 장난으로 아이에게 한 말인 것 같지만 재밌지만 씁쓸한 느낌도 들어 웃픈 상황이 연출 되는 시다. 사실 돈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점점 더 돈의 위력이 세지는 상황속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니까 말이다.
「물이 화났다」는 가스 불 위의 냄새 안에 든 물이 끓으면서 들썩대는 모습을 물이 화났다고 하는 표현이 재미있고 「얼음 땡」 역시도 벌로 얼음을 외치고 마트에 나간 엄마를 그대로 책상에 앉아 기다리는 모습을 얼음 땡으로 표현한 발상이 재밌다. 딱지치기 편의점에 가면 등의 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표현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말에 ‘동행’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 동시집이 아이들과 동행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친구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