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구구단 상상 동시집 17
강지인 지음, 김영성 그림 / 상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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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구구단/ 강지인/ 상상/ 2023

 

강지인 작가의 신간 동시집, 《달리는 구구단》이 상상에서 출간됐다.

동시집을 읽다보면 마치 작가가 나지막한 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우주 대작가로 칭하는 강지인 작가의 동시로 우주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마침 누리호가 인공위성도 쏘아 올렸지 않는가.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우주 시대가 열린 것이다. 누리호 발사기념 맞춤 동시집이다^^

 

구구단을 다 외우면 새 자전거 사 줄게!

형이 타던 낡은 자전거 페달을 영차! 1단에서 2단, 3단 속도를 올리며 4단, 5단, 6단 씽씽 달리는 구구단 이제 좁은 골목길을 지나 가파른 언덕만 넘으면 되는데 느닷없이 삐거덕거리는 7단

56쪽 <달리는 구구단> 일부

 

새 자전거를 얻기 위해 구구단 외우는 모습이 재미도 있고 7단부터가 어려웠던 예전 구구단 외우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그냥 사주는 것보다 저런 조건을 걸면 아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니 괜찮다. 이 동시의 마법은 자꾸만 구구단을 외게 한다. 그것도 자전거를 탈 때마다. 구구단이 어려운 아이에게 읽히면 금방 외우지 않을까?

 

고등어 구이를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어

밥 몇 숟갈 꿀꺽 삼켜도

꿈쩍도 않는 고등어 가시

고등어 푸른 등처럼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엄마

꼭꼭 씹어 먹으라고

도대체 몇 번이나 말했어!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했지만 난

고등어를 타고 바닷속을

헤엄치는 꿈처럼 몽롱하게

엄마 등에 딱 달라붙어 있었어

꿈쩍도 않는 가시처럼 그렇게

 

68~69쪽 <고등어 가시> 전문

 

엄마 마음과 아이 마음이 동시에 나타나 있다. 아이가 아프면 제일 속상한 사람이 엄마고 그런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과 업혀 갈 때의 푸근함이 동시에 읽힌다. 강지인 작가의 동시는 다양한 계층의 독자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 재미와 스토리를 두루 갖춘 《달리는 구구단》이 궁금한 분들은 이번 징검다리 연휴에 서점 나들이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우주 대작가의 작품에 흠뻑 빠질 절호의 기회다.

강지인 작가는《아동문에》 동시 부문 신인상,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한국동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 《잠꼬대하는 축구장》 《상상도 못했을 거야》 《수상한 북어》 등이 있다.

 

#달리는구구단

#강지인동시집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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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이야기 열매
박소명 지음, 신외근 그림 / 하늘우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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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박소명/하늘우물/2023

“하늘우물”에서 출간한 박소명 선생님의 신간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70년대 풍경 중 아홉 꼭지가 박소명 선생님의 손에서 이야기로 탄생했다.
쥐약 놓는 날, 요강 이야기, 애향단 이야기, 막걸리 심부름 이야기, 버스 안내양 이야기, 고무줄놀이 이야기, 채변 검사 이야기, 서커스 이야기, 연탄 이야기.
이렇게 아홉 개의 이야기가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나의 경우는 시골에서 자라 연탄이나 버스 안내양은 훨씬 뒤에 경험했고, 서커스는 시골에서 구경한 적이 없어 생소한 이야기였지만 대체로 뒤에라도 경험했거나 봐왔던 거라 아득한 그리움 같은 책이었다.
시골집 천장에 매일 밤 쥐들이 와다다다 경주하듯 시끄럽게 하던 생각도 나고, 80년대 말 시골에서 나와 자취하며 연탄 갈던 생각도 났다. 연탄불 위에 커다란 찜통 하나 올려놓고 물을 데워서 사용하곤 했다. 그랬던 시절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桑田碧海라는 말처럼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다.
그때는 모든 게 불편한 생활이었는데 지금 그 시절이 그리운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이야기를 몇 단락 소개해 본다.
“오늘 오후 다섯 시에 한 집도 빠짐없이 쥐약을 놓으시기 바랍니다. 모두 함께 놓아야 효과가 있습니다. 이 점 깊이 생각하셔서 반드시 쥐약을 놓으십시오.” (10쪽)
“오줌독은 대문 쪽에 있는 변소 옆에 있어서 마당을 가로질러야 한다. 오늘따라 요강이 무겁고 오줌냄새가 더 지독했다. 땅에 묻혀 있는 커다란 오줌독 주변에 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열매를 조롱조롱 단 까마중은 까맣게 익었다. 오줌독 옆만 아니라면 벌써 따먹을 텐데 손도 안 댔다.” (22쪽)
“만원버스에 시달리는 일은 힘들었다. 미영이 누나를 안 만났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김미영’이란 이름표를 단 누나가 단번에 명수를 붙잡은 것은 씩씩하게 외치는 “오라잇!”소리였다.” (57쪽)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을 쓰신 박소명 작가는 시와 동시를 쓰다가 ‘광주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화도 쓰고 있다. 오늘의 동시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KBS창작동요제 우수상을 수상했고, 동시집 『와글바글 식당』, 『뽀뽀보다 센 것』, 『올래야 오름아 바다야』 외 여러 권이 있고 동화 『오현, 바람을 가르다』, 『엄마에게 점수를 줄 거야』 외 다수가 있으며, 지식교양책으로 『어린이를 위한 방구석 유네스코 세계유산』, 『질문으로 시작하는 세계 신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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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빵집 위시위시 베이커리 2 - 눈알 계곡과 마법 젤리 소원빵집 위시위시 베이커리 2
안영은 지음, 쏘울크리에이티브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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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빵집 위시위시 베이버리 2』 /안영은 글/ 한솔수북/ 2023
-눈알 계곡과 마법 젤리 
 
지금 고민이 있나요? 그 고민 때문에 잠을 설치시나요? 그러면 소원 빵집 위시위시 베이커리로 가서 문을 살포시 두드려 보세요. 그곳 파티시에한테 고민을 해결해 줄 빵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 보세요. 악어가 “두려움을 없애줄 마법 젤리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서를 넣은 것처럼요.
위시위시 베이커리를 읽을 때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큐알코드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면 유튜브랑 연동이 되어 음악도 들을 수 있어요. ‘위시위시 숲’, ‘용감해질 수만 있다면’, ‘오싹오싹 눈알 계곡’ 이렇게 세 곡을 들을 수 있는데 각각의 곡이 분위기가 달라 재밌게 들을 수 있어요. 
 
그러면 유삐와 친구들이 이번에 받은 주문은 어떤 건지 한 번 볼까요? 풍선도 무섭고, 포크도 무섭고, 거울도 무섭고 온통 무서운 것 투성이인 겁보 악어가 찾아와서 두려움을 없애줄 마법 젤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해요. 악어를 위해 위시위시 베이커리 초보 파티시에 셋은 엘 할머니의 레시피를 열어보는데요.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어요.  
 
“필요한 마법 재료: 위시위시 계곡에서 가장 빛나고 뾰족뾰족하고 말랑말랑한 것” 
 
세상에, 위시위시 계곡은 바로 얼마 전에 소풍 갔다가 택배 기사 너굴팡을 만나 위시위시 계곡에는 “눈알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몬스터가 산다지 아마?”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래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나온 바로 그 계곡이에요.
그런데 엘 할머니는 알쏭달쏭한 말을 해요.  
 
“소원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요리 실력만이 아니라다. 파티시에 자신의 두려움부터 이겨 내야 하는 법이지.” 
 
단단히 준비하고 눈알 계곡으로 간 유삐와 친구들, 몬스터를 향해 슝슝슈우웅! 도넛을 던졌는데 몬스터를 도넛을 손가락에 끼웠어요. 그리고는 “노오오오오올아아아아아알 노오오올아아아아!” 세상에, 아기 용이 튀어나와 놀자고 해요. 비누방울 총으로 비누방울도 만들고, 까꿍 놀이도 하고 훌라후프도 돌리고, 인형도 만들어줬어요. 그때 생각난 마법 젤리 레시피, 위시위시 계곡에서 가장 빛나고 뾰족뾰족하고 말랑말랑한 것. 알고 보니 놀아용의 비늘이었죠.  
 
놀아용의 비늘이 들어간 마법 젤리의 효능은 어땠을까요?
혼자 잠도 들고, 공포 하우스 체험에서 성공하고, 번지 점프도 성공했다죠. 혼자 화장실 가기는 아직도 도전 중이래요. 이만하면 위시위시 베이커리의 소문이 온 세상에 다 알려지겠죠?
할머니가 유삐와 친구들에게 엘톡으로 말해요. 
 
“두려움은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란다. 마음속에 있는 상상일 뿐이지. 걱정하던 일도 실제로 겪어 보면 별 게 아니란 걸 곧 깨닫게 될 거야. 도전하면 스스로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지. 너희들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렴. 아참. 주말은 푹 쉬는 게 좋아요!” 
 
뭐든 새로운 시작 앞에서는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도 크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긴 해요. 어릴 때 혼자 화장실에 못 가던 일이 생각나 웃음도 나요. 이 책만 봐도 그래요. 작은 제목 ‘눈알 계곡과 마법 젤리’라는 말도 봐도 뭔가 굉장히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상상을 먼저 하게 되는데 읽고 나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작가님도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겠죠. 
 
이 책을 쓴 안영은 선생님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KBS, MBC<뽀뽀뽀> EBS<엄마 까투리>를 비롯해 여러 방송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했어요. 지은 책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슈퍼 히어로의 똥 닦는 법』, 『똥섬이 사라진대요』 등이 있어요. 
 
 
#위시위시베이커리2
#눈알계곡과마법젤리
#한솔수북

#책담
#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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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 열기
이재순 지음, 노우혁 그림 / 답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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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열정이 사그라든다는 말은 게으름을 가장한 말 같아요. 저도 종종 한 말인데 "그전처럼 재미도 없고 기운도 안 나" 이렇게요. 그런데 그게 다 하기 싫어서 또는 게을러서 자기미화를 한 거 같아 부끄러워지네요. 오늘 만난 이재순 선생님 동시집 《마음 문 열기》가 그걸 다시금 깨우쳐줬어요. "그냥 너가 게을러서 그래."이렇게요.
마음 문 열기는 '도서출판 답게'에서 출간되었고 따끈따끈한 신간이에요.
이재순 선생님은요. 1991년 월간한국시 동시부문 신인상, 2017년 한국동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간 낸 책으로 《별이 뜨는 교실》《 큰 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나비도서관》 《발을 잃어버리 신》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가 있어요.
김성도 아동문학상, 박화목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한국문협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몇 편을 소개해 볼게요.
제목이 《마음 문 열기》인만큼 마음 문을 톡톡 두드리는 시가 많아요. 해설을 쓰신 신현배 선생님도 "이 동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시적 화자의 마음 상태를 노래하거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줄 수 있는 대상을 통해 그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의 발현을 보여줍니다"라고 하셨네요.

연말 이맘때면/ 주민센터 문 옆/ 그 자리에 놓이는/ 돈 상자*// 누가 두고 갔는지/ 아무도 모르게// -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써주십시오.// 연필로 눌러 쓴 편지만 남긴 채/ 남몰래 두고 갔다// 성탄절 밤/ 내가 잠든 사이/ 선물 주고 간/ 산타 할아버지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분//

- <산타 할아버지> 전문 (20쪽)

뽀얀 쌀밥에/ 껍질째 누운 밥 한 알/ 눈에 딱 튀는 튀*// 숨어도/ 금방 티가 나서/ 부끄러울 거야// 전학 온 석이도 그럴 거야/ 쌀밥에 뉘처럼/ 섞이지 못하고 뱅뱅뱅// 내가 먼저 다가가/ 마중말로 마음 문 열어 줘야지//

- <쌀밥에 뉘> 전문 (36쪽)

“정민아, 내 더위 사라.”// 정월 대보름날/ 오빠가 나에게/ 더위를 팔았다.// 오빠에게 산 더위/ 나는 엄마에게 팔았다.// “올여름 더위/ 내가 모두 살게!”// 우리 식구 더위를/ 떨이로 몽땅 산 할머니// 올여름엔/ 집에 계신 할머니만/ 덥겠다/ 무척 더우시겠다.//

- <더위 팔다> 전문 (80~81쪽)

짝꿍이 수업 시간에/ 자꾸 발을 흔듭니다.// -발 흔들지 마!// 나는 수업 시간에/ 연필을 자꾸 깨뭅니다.// -연필 깨물지 마!// 짝꿍 거울은 나/ 내 거울은 짝꿍/ 거울이/ 나쁜 버릇을 고칩니다.//

- <서로서로> 전문 (87쪽)

마음을 열고 나누는 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지요. <산타 할아버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도 일도 그러하고, 먼저 다가가 내 마음을 전하는 일이나 칭찬도 인색하지요. <쌀밥에 뉘> 또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 문 활짝 열고 더위 몽땅 사는 할머니가 있어 저 가족은 행복하겠지요. <더위 팔다> 마지막으로 <서로서로>를 보면 짝꿍을 보고 또는 짝꿍의 충고에 ‘저러면 안 되겠다, 나쁜 버릇이니 고쳐야겠다.’라는 마음 자세가 먼저 되어 있어야 가능하지요.

물론 책 읽는 것도 그래요. 읽어라, 읽어라 한다고 읽는 거 아니죠. 자기 마음 문이 열려야 읽는 거죠. 그런데 <<마음 문 열기>> 동시집 읽어 보면 굳게 닫혔던 마음이 “삐거덕!”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진짜예요. 여러 번 읽으면 마음 문이 더 부드럽게 열리겠지요?

#이재순동시집
#마음문열기
#도서출판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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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소소한 생각 - 제6회 천상병동심문학상 수상 섬집문고 46
한상순 지음, 레아 그림 / 섬아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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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소소한 생각/ 한상순 동시집/ 레아 그림/ 섬아이/ 2023

 

소소한 재미가 있는 동시

 

소소한 생각이 시가 되고 독자에게 공감을 얻어 읽히는 시가 되면 아주 대단한 일이 아닐까? 소소한 생각에서 발단이 된 생각을 씨실과 날실로 엮여 단단하고 야무진 시로 짜내는 시인, 시인은 언어를 직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 동시집에 쓰인 단어나 문장은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이력과 더해져 독자의 마음을 한 번씩 슬쩍슬쩍 어루만진다.

 

동시집 거미의 소소한 생각2022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2021~2022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을 지내신 한상순 선생님의 신간이다. 저자는 1999자유문학동시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동시집 예쁜 이름표 하나』 『갖고 싶은 비밀번호』 『뻥튀기는 속상해』 『병원에 온 비둘기』 『딱따구리 학교외 다수가 있으며, 그림책 호랑이를 물리친 재투성이 재덕이』 『오리가족 이사하는 날등이 있다. 황금펜아동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서덕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좀좀좀좀」 「기계를 더 믿어요가 실렸다.

 

빈집에/ 딱 어울리는 빈집// 빈집에 빈집/ 거미네 집// 거미도 집 나간 지 오랜가 봐.// 거미네 집/ 창문도 다 부서지고// 비척비척 실기둥이/ 받치고 섰네.//

-빈집에 빈집전문 (14)

 

난 집을 크게 지을 테야./ 기둥은 이쪽에서 저쪽 나무까지/ 길게 눕혀 받칠 테야./ 방을 많이 만들 거야./ 천정은 안 얹을 테야./ 집이 완성되면 가운데 방에 누워 하늘을 볼 테야./ 구름에게도 마을 걸어볼 테야./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낮잠도 자볼 테야./ 그러다 이슬비가 살짝 내려 준다면?/ 이슬구슬을 꿰어 방마다 달아 놓을 테야./ 어쩌면 구슬마다 무지개가 들어 있을 지도 몰라/ 그 무지개 길을 가만가만 걸을 테야.// 깔따구야, 하루살이야./ 오늘 하루만 우리 집 좀 비켜 갈래?// -거미의 소소한 생각전문 (20)

 

두 편에서 거미집이 등장하는데 한 편은 쓸쓸함이 감도는 빈집에 더 쓸쓸함을 더해주는 거미집이고 다른 한 편은 표제작인 거미의 소소한 생각으로 행복이 묻어나는 거미가 등장한다.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어떻게 꾸밀지를 상상하면서 마냥 행복해하는 거미의 모습이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처음 소유하고 꾸밀 때, 행복한 모습이 겹쳐진다.

 

밤에도 해가 뜨는/ 양계장/ 알 낳는 기계가/ 알을 쑥쑥 낳는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꽃 비닐하우스/ 장미꽃 기계가/ 꽃망울을 툭툭 터트린다// -사라진 밤전문 (28)

 

달걀에 숫자가 찍혀 있는데 제일 뒷자리가 1~4까지 있다. 방목해서 키우는 닭이 낳은 알이 ‘1’이고 양계장처럼 좁은 공간에 갇혀서 스트레스받으며 낳은 알은 ‘4’번이 찍힌다. 맛도 물론 다르다. 동물복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 복지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날은 언제가 될 것인지. 잘 때 자고, 일 할 때 일하고, 놀 때는 노는 것만 잘해도 스트레스는 훨씬 줄어들 텐데.

 

그동안 코로나19도 잘 피했는데/ 그만 오미크론에게/ 덜컥, 붙들리고 말았다.// 우리 집,/ 아파트 안 외딴 집이다.// 엄마 입에 붙어 살던/ -바쁘다 바빠/ -어서어서 서둘러/ -시간 없어 빨리빨리// 이 삼총사도 함께 자가격리 되었다.// -외딴 집전문 (76)

 

뒤늦게 올해 들어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했던 적이 있다. 뒷북이라고 투덜거리면서 격리에 들어갔는데 격리하면 모든 게 멈출 것 같았지만 나 아니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었고 절대 일주일씩이나 꼼짝 않고는 못 있을 것 같았는데 나름 적응되니 그 생활이 또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다. 전 국민의 삼분의 이는 겪었을 외딴 집 살이가 무척 공감이 간다.

 

이번 동시집에 실린 동시는 대부분 조용조용한 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어느 것 하나 딴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다 어우러져 듣기 편안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오래 써 왔고, 그만큼 독자를 배려한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지쳐 있다면 한상순 선생님의 거미의 소소한 생각을 읽기를 권한다. 거미의 소소한 생각이 행복이라는 충전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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