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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ㅣ 이야기 열매
박소명 지음, 신외근 그림 / 하늘우물 / 2023년 3월
평점 :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박소명/하늘우물/2023
“하늘우물”에서 출간한 박소명 선생님의 신간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
70년대 풍경 중 아홉 꼭지가 박소명 선생님의 손에서 이야기로 탄생했다.
쥐약 놓는 날, 요강 이야기, 애향단 이야기, 막걸리 심부름 이야기, 버스 안내양 이야기, 고무줄놀이 이야기, 채변 검사 이야기, 서커스 이야기, 연탄 이야기.
이렇게
아홉 개의 이야기가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나의 경우는 시골에서 자라 연탄이나 버스 안내양은 훨씬 뒤에 경험했고, 서커스는 시골에서 구경한 적이 없어 생소한 이야기였지만 대체로 뒤에라도 경험했거나 봐왔던 거라 아득한 그리움 같은 책이었다.
시골집 천장에 매일 밤 쥐들이 와다다다 경주하듯 시끄럽게 하던 생각도 나고, 80년대 말 시골에서 나와 자취하며 연탄 갈던 생각도 났다. 연탄불 위에 커다란 찜통 하나 올려놓고 물을 데워서 사용하곤 했다. 그랬던 시절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桑田碧海라는 말처럼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다.
그때는 모든 게 불편한 생활이었는데 지금 그 시절이 그리운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이야기를 몇 단락 소개해 본다.
“오늘 오후 다섯 시에 한 집도 빠짐없이 쥐약을 놓으시기 바랍니다. 모두 함께 놓아야 효과가 있습니다. 이 점 깊이 생각하셔서 반드시 쥐약을 놓으십시오.” (10쪽)
“오줌독은 대문 쪽에 있는 변소 옆에 있어서 마당을 가로질러야 한다. 오늘따라 요강이 무겁고 오줌냄새가 더 지독했다. 땅에 묻혀 있는 커다란 오줌독 주변에 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열매를 조롱조롱 단 까마중은 까맣게 익었다. 오줌독 옆만 아니라면 벌써 따먹을 텐데 손도 안 댔다.” (22쪽)
“만원버스에 시달리는 일은 힘들었다. 미영이 누나를 안 만났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김미영’이란 이름표를 단 누나가 단번에 명수를 붙잡은 것은 씩씩하게 외치는 “오라잇!”소리였다.” (57쪽)
《70년대 이야기 속으로 풍덩》을 쓰신 박소명 작가는 시와 동시를 쓰다가 ‘광주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화도 쓰고 있다. 오늘의 동시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KBS창작동요제 우수상을 수상했고, 동시집 『와글바글 식당』, 『뽀뽀보다 센 것』, 『올래야 오름아 바다야』 외 여러 권이 있고 동화 『오현, 바람을 가르다』, 『엄마에게 점수를 줄 거야』 외 다수가 있으며, 지식교양책으로 『어린이를 위한 방구석 유네스코 세계유산』, 『질문으로 시작하는 세계 신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