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문 열기
이재순 지음, 노우혁 그림 / 답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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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열정이 사그라든다는 말은 게으름을 가장한 말 같아요. 저도 종종 한 말인데 "그전처럼 재미도 없고 기운도 안 나" 이렇게요. 그런데 그게 다 하기 싫어서 또는 게을러서 자기미화를 한 거 같아 부끄러워지네요. 오늘 만난 이재순 선생님 동시집 《마음 문 열기》가 그걸 다시금 깨우쳐줬어요. "그냥 너가 게을러서 그래."이렇게요.
마음 문 열기는 '도서출판 답게'에서 출간되었고 따끈따끈한 신간이에요.
이재순 선생님은요. 1991년 월간한국시 동시부문 신인상, 2017년 한국동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간 낸 책으로 《별이 뜨는 교실》《 큰 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나비도서관》 《발을 잃어버리 신》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가 있어요.
김성도 아동문학상, 박화목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한국문협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몇 편을 소개해 볼게요.
제목이 《마음 문 열기》인만큼 마음 문을 톡톡 두드리는 시가 많아요. 해설을 쓰신 신현배 선생님도 "이 동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시적 화자의 마음 상태를 노래하거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줄 수 있는 대상을 통해 그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의 발현을 보여줍니다"라고 하셨네요.

연말 이맘때면/ 주민센터 문 옆/ 그 자리에 놓이는/ 돈 상자*// 누가 두고 갔는지/ 아무도 모르게// -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써주십시오.// 연필로 눌러 쓴 편지만 남긴 채/ 남몰래 두고 갔다// 성탄절 밤/ 내가 잠든 사이/ 선물 주고 간/ 산타 할아버지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분//

- <산타 할아버지> 전문 (20쪽)

뽀얀 쌀밥에/ 껍질째 누운 밥 한 알/ 눈에 딱 튀는 튀*// 숨어도/ 금방 티가 나서/ 부끄러울 거야// 전학 온 석이도 그럴 거야/ 쌀밥에 뉘처럼/ 섞이지 못하고 뱅뱅뱅// 내가 먼저 다가가/ 마중말로 마음 문 열어 줘야지//

- <쌀밥에 뉘> 전문 (36쪽)

“정민아, 내 더위 사라.”// 정월 대보름날/ 오빠가 나에게/ 더위를 팔았다.// 오빠에게 산 더위/ 나는 엄마에게 팔았다.// “올여름 더위/ 내가 모두 살게!”// 우리 식구 더위를/ 떨이로 몽땅 산 할머니// 올여름엔/ 집에 계신 할머니만/ 덥겠다/ 무척 더우시겠다.//

- <더위 팔다> 전문 (80~81쪽)

짝꿍이 수업 시간에/ 자꾸 발을 흔듭니다.// -발 흔들지 마!// 나는 수업 시간에/ 연필을 자꾸 깨뭅니다.// -연필 깨물지 마!// 짝꿍 거울은 나/ 내 거울은 짝꿍/ 거울이/ 나쁜 버릇을 고칩니다.//

- <서로서로> 전문 (87쪽)

마음을 열고 나누는 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지요. <산타 할아버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도 일도 그러하고, 먼저 다가가 내 마음을 전하는 일이나 칭찬도 인색하지요. <쌀밥에 뉘> 또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 문 활짝 열고 더위 몽땅 사는 할머니가 있어 저 가족은 행복하겠지요. <더위 팔다> 마지막으로 <서로서로>를 보면 짝꿍을 보고 또는 짝꿍의 충고에 ‘저러면 안 되겠다, 나쁜 버릇이니 고쳐야겠다.’라는 마음 자세가 먼저 되어 있어야 가능하지요.

물론 책 읽는 것도 그래요. 읽어라, 읽어라 한다고 읽는 거 아니죠. 자기 마음 문이 열려야 읽는 거죠. 그런데 <<마음 문 열기>> 동시집 읽어 보면 굳게 닫혔던 마음이 “삐거덕!”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진짜예요. 여러 번 읽으면 마음 문이 더 부드럽게 열리겠지요?

#이재순동시집
#마음문열기
#도서출판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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