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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거리는 가슴 ㅣ 고래책빵 동시집 23
윤동미 지음, 손정민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5월
평점 :
『콩닥거리는 가슴』/ 윤동미/고래책빵/2022
동시 읽는 즐거움, 재미, 감동
『콩닥거리는 가슴』이라는 제목을 단 따끈한 동시집이 출간되었다. 제목 때문인지 읽기 전의 설렘 때문인지 책을 보자마자 콩닥거리면서 설레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이다. 첫 동시집의 감흥이 오래도록 남아 있어서 읽기도 전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 책의 저자 윤동미 선생님은 2008년 아동문예로 등단해 2015년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고 2016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 동시집 『처음이라 그래요』가 있다.
1부 과속방지턱, 2부 먼저 온 손님, 3부 흔들흔들, 4부 콩닥콩닥 총4부 구성에 60편의 동시로 어렵지 않고, 재미와 참신함을 같이 담고 있다. 무엇보다 독자 누구나가 이해할 내용이라 좋다.
몇 편을 소개해 보자면
겉만 보고
속까지 꽉 찬 놈일 거로 생각하면 큰일 나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개중에는 허풍쟁이도 꽤 있더라고요
-「돼지 저금통」 전문 (10쪽)
아마도 집에 저금통 있는 사람들이면 공감할 동시가 아닌가 한다. 얼마 차지 않았는데도 배를 갈라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게 돼지 저금통이다. 속 빈 저금통을 허풍쟁이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내 앞에서는
그 어떤 차도
천천히 움직여야 해요
날 무시하고 가다간
덜커덩,
심장이 떨어졌다 다시 붙는 경험을 할 거예요
아, 참
나를 건널목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종종 있더라고요
걔는 내 사촌이니까
헛갈리지 마세요
-「과속방지턱」 전문 (14~15쪽)
과속방지턱에서 덜커덩, 심장이 떨어졌다가 다시 붙은 경험들 다 해봤을 것이다. 과속방지턱 앞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이 동시로 홍보하고 캠페인이라도 벌이면 누구나 재밌게 받아들일 거란 생각이 든다. 억지로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이렇게 절로 머리에 들어가게 재밌는 동시로 알려주면 서로가 좋을 거 아닌가.
의리 있지
유머 있지
운동 잘하지
친구 많지
심지어 잘생겼지
나름 나는 아주 멋진 놈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단번에 엎어버리는
강한 녀석이 늘 앞을 막는다
-「공부」 전문 (48쪽)
세상은 많이 다양화 되었고 개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우선시한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공부를 제일 우선시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공부 대신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믿어주는 부모가 많지 않으니 늘 삐거덕 소리가 날 밖에 없다.
시골 할머니 전화
잘못 걸려온 전화
죽어가던 집 전화기
살려놓았다
-「인공호흡」 전문 (73쪽)
개인이 휴대전화를 보편적으로 지내게 되면서부터 집 전화는 물론이고 공중전화도 사용하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 그렇다 보니 길거리 공중전화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집 전화 역시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게 더 편하다 보니 벨이 울리지 않게 된 게 오래되었다. 아예 집 전화를 없앤 가정이 많다. 집 전화로 온 전화가 잘못 걸린 전화인데 모처럼 벨이 울렸을 것이다. 전화기가 고장 나지 않고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걸 확인했으니 인공호흡으로 스러져가는 전화기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 동시를 읽으니 불과 몇 십 년 사이 너무나 달라진 주변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지도 동시를 통해 알려 줄 수 있을 듯하다.
「잘 가, 라일락」이란 작품에서도 보았지만 작가는 머리말에서 35년 된 라일락 나무와의 이별을 언급하며 늘 기억 속에는 멋진 모습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알고 있을까? 이 동시집도 독자에게는 재밌고 따스하며 백 년, 천 년 오래도록 가슴을 한쪽을 따스하게 데워줄 것이란 걸. 짧은 동시가 많아 지루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재미와 깊이, 사유까지 더해 첫 동시집에서 느낀 감동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