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굴 속에서 쿨쿨 - 제1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상작 동시야 놀자 15
유희윤 지음, 문명예 그림 / 비룡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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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한 자리에

바위 굴 속에서 쿨쿨/유희윤/비룡소/2022

 

비룡소 동시야 놀자’ 15번째 시리즈로 유희윤 선생님의 바위 굴 속에서 쿨쿨이 출간됐다. 신간을 받아들면 설레는 마음이 앞서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 책은 2022년 제1회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상작이라 읽기 전에 더 설렜다. 새봄처럼 연둣빛 띠지에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장작임을 알리고 있고 양장 표지에도 진분홍 동그라미 안에 비룡소 동시문학상 수장작이라는 마크를 꾸욱 찍어놓았다. 연두빛 띠지와 분홍 마크만 봐도 올봄 휩쓸 동시집 분위기가 난다.

삽화도 따스한 봄바람 같다. 전체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 구성에 계절별로 자연을 동시집 속으로 들여놓았다. 아이들 눈높이에 꼭 맞게 너무나 다양한 주인공이 사계절을 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선생님은 작가의 말에서 나는 쭈글쭈글 할머니예요. 그런데 마음은 점점 아이가 되나 봐요. 아이들과 놀 때 정말 즐거워요.”라고 말한다. 선생님의 동시는 이런 어린아이 같은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늘 말랑말랑하고 신선한 동시가 나오나 보다.

 

다람쥐는

겨울에 먹을 도토리

땅속에 묻어 두고

묻은 자리 까먹지

 

봄이 되면

묻은 자리 바라보며

놀란 듯 말하지

 

도토리 싹이 나오네!

누가 심었지?

 

착하기도 해라

나는 도토리를 다 까먹는데

까먹지 않고 심었네

누가 심었지?

 

-다람쥐네 봄전문 12

 

깜박깜박하는 다람쥐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시다. 이런 다람쥐 때문에 상수리 숲도 생겨났겠지. 우리나라의 숲이 푸른 데는 다람쥐도 한몫했나 보다.

 

 

찔레꽃 꺾다가 ㅏㅑ!

 

가시에 찔려 ㅏㅑ!

 

뚝 꺽어지며 ㅏㅑ!

 

찔레나무가 ㅏㅑ!

 

-누가 더 아팠을까?전문 22

 

 

찔레꽃은 은은한 향기가 그만인 꽃인데 향기를 맡다가 자칫하면 가시에 찔리는 수가 있다. 예전에는 찔레꽃 어린 순을 꺾어서 껍질을 살짝 벗기고 먹으면 아삭하고 달큰한 맛이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순을 꺾고는 했는데 이 시를 보니 찔레나무가 많이 아팠겠다. 가시에 찔려 따끔했던 것은 아팠다고도 할 수 없다. 찔레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뒤늦게 든다.

 

풀무치니?

풀잎이다!

 

풀잎이니?

풀무치다!

 

-풀밭전문 42

 

다른 시들도 읽다 보면 맞아, 맞아하고 공감이 가는데 마찬가지로 이 시도 그렇다. 풀만 가득한 밭에는 초록만 보인다. 그 안에서 뭔가 다른 걸 찾아낸다는 쉽지 않은 일이다. 풀무치나 풀잎이나 풀밭에서는 굳이 찾아내서 구별하지 않아야 겠다. 시골에 가꾸지 않아 풀밭이 된 밭이 있는데 그 밭에도 곤충이랑 풀이 이러고 있을 거란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난다.

 

포도나무님!

포도나무님!

 

까만 포도유?

청포도유?

 

궁금해유

봉지 좀 벗겨봐유

 

얼른유우

 

꿀벌들이

포도송이 맴돈다

 

봉봉봉! 봉봉봉~

 

-포도밭 포도송이전문 50

 

포도 농사를 하는 분들은 좀 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손은 더 많이 가지만 포도에 봉지를 씌워 농사를 짓는데 포도가 읽을 때면 단내 맡고 몰려드는 꿀벌들이 봉지 때문에 포도송이 주위만 빙빙 돈다. 얼마나 애가 타고 답답할까? 시에 얼른유우하고 보채는 모습이 재밌다.

 

-여기가 딱 좋아

곰은 바위 굴 속에서 쿨쿨

 

-여기가 딱 좋아

뱀은 돌 틈에서 콜콜

 

-여기가 딱 좋아

개구리는 흙 속에서 골골

 

=우린 여기가 좋아

벌레 알은 마른 가랑잎 품에서 코오 코오

 

-겨울잠전문 91

 

표제작으로 겨울잠 자는 동물이나 곤충, 파충류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지금쯤 개구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 낳을 준비하고 있겠다. 사는 방식은 달라도 모두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음을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시집이다.

모처럼 재밌고 따뜻한 동시집을 읽었다. 요즘은 코로나로 야외활동도 뜸하고 바쁜 아이들은 자연을 제대로 살필 시간도 없다. 이 동시집 한 권으로 코로나에 지친 마음도 달래면서 사계절의 변화도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어쩌면 앉은 자리에 유희윤 할머니 선생님의 동시집을 다 찾아 읽겠다고 고집부리는 독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가슴이 따뜻하고 생각이 말랑말랑해지는 일은 그만큼 신나는 일이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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