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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사람이 이상해지니까 될 수 있는 한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해. 그래서 최대한 봄을 덜 느껴야 한다고. 봄을 마구마구 느끼게 되면 자꾸만 알 수 없는 구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구멍 하니까 영화 [존 앤드 더 홀]이 생각나네, 좀 남 다른? 아들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를 음식에 수면제를 타서 잠들어서 깨지 못하는 틈을 타서 집 근처 산에 있는 벙커에 넣어두고 지켜보는 이야기 말이야. 얼핏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였지. 감독은 파스쿠아 시스토라는 감독인데 요르고스의 분위기를 약간 맛본 듯한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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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흥미롭게 봤거든. 기생수는 흥미 없게 보고 이런 기묘한 이야기는 또 흥미 있게 봤네. 이 영화에 배우들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주로 한 가족이 전부인데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 아빠로는 너무 재미있게 전 시리즈를 봤던 덱스터의 마이클 C 홀, 엄마 역의 제니퍼 엘은 여러 영화에 나왔지만 하정우가 나왔던 우리나라 영화 더 벙커(여기도 벙커네)에 나왔고, 누나로 나오는 배우는 아주 유명한 타이사 파미가야. 타이사 파미가는 사실 언니가 더 유명하지 베라 파미가로 베라 파미가는 역시 하정우와 꽁냥꽁냥 하는 영화 [두 번째 사랑]에도 나왔지. 그때의 베라 파미가의 미모는 하늘을 뚫고 나갈 것 같았어.
베라 파미가 하면 여러 수많은 히트 친 영화에 나왔지만 역시 총괄 제작자이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베이츠 모텔] 시리즈가 최고였다. 노먼 베이츠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의 주인공 이름이며 거기에 나온 모텔의 또 다른 이야긴데 싸이코의 장면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많았지. 시리즈 전체가 이토록 재미있을 줄은 몰랐어.
[존 앤드 더 홀]에서 존은 좀 남달라. 질문이 아주 많은데 연결되는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무작위 마구잡이로 질문을 하는 이상한 아이지. 벙커 속에서 깨어난 가족이 벙커 위에서 쳐다보는 존에게 꺼내 달라고 하지만 그저 무표정으로 계속 보기만 하는 존. 그리고 먹을 걸 던져줘. 그때 가족은 아들이 자신들을 벙커에 집어넣었다는 걸 알아. 그러면서 존은 혼자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 엄마가 없다고, 아빠가 없다고 전혀 슬퍼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아. 하루에 한 번 정도 먹을 걸 던져주던 존이 가족에게 먹을 걸 던져주는 걸 잊어버리게 돼. 그러면 가족은 이틀이고 그냥 굶는 거야. 존은 왜 그러는 것일까. 아주 위태롭고 엉망처럼 보이지만 느긋하고 아무렇지 않은 존. 존은 엄마아빠를 찾아오는 엄마친구에게도 기괴한 질문을 해.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는데 아주 흥미로워. 도대체 13살짜리 소년이 마음을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뭐든지는 테러블 쪽으로 말이야. 아이가 무서워지면 정말 무서운 거 같아.
아무튼 봄날에 봄냄새를 맡으면 그런 이상한 구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상한 구멍으로 말이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토끼가 들어가는 그런 구멍이 아니야. 아주 호러블 하고 이상한 구멍이지. 봄날에 밖에 나가기만 하면 그런 기분에 휩싸이는 풍경에 들어갔거든. 그나마 다행인 건 봄이면 늘 다니면서 봄을 느끼던 곳들이 전부 바뀌어서 아파트단지가 되었다는 거지. 그래서 이전에 비해서 봄을 덜 느끼게 되는 거야. 예전의 봄날에 담아 놓은 사진들을 보면 매년 같은 곳을 찾아서 사진으로 담았는데 이제는 그런 곳들이 대부분 사라졌어.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빛과 어둠으로만 나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빛과 어둠 사이에는 그늘도 있고, 흐린 부분도 있고, 덜 밝은 부분, 짙은 어둠도 있잖아. 빛과 어둠 사이에도 다양한 빛이 존재하는데 지금 사람들은 빛과 어둠으로만 나누려고 하는 것 같아. 양극으로만 나뉘는 거지. 그래서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숨죽이며 지내야 하고 극과 극으로 나뉜 사람들은 내 편이 아니면 공격을 하고 말아. 강도가 높아.
영화 속처럼 만나서 치고받으면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댓글이나 sns를 통해서 공격을 하니까 그 수위는 더 높고 언제까지나 남아. 파란색과 빨간색이 대립을 해서 지금 세상에는 그 두 컬러만 있는 것 같지만 그 사이에는 수많은 색이 존재하잖아. 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나 말이야 굴을 좀 샀는데 이리 먹고 저리 먹어도 좀 남아서 샌드위치에 올려서도 먹었거든. 근대 색이 너무 예쁘지 않아? 보기 좋은 색이 먹기도 좋다고 말이야 이토록 색이 좋을 수 있을까. 굴을 올리니 더 멋진 컬러 같아. 굴은 생으로 먹는 것도 맛있지만 물에 살짝, 아주 살짝 데쳐서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아. 라면을 먹을 때에도 넣어서 먹고, 밥을 안칠 때에 넣으면 밥맛도 좋아. 사실 밥이라는 게 맛이 늘 좋아. 밥맛이 좀 덜 좋아야 하는데 왜 모든 음식이 맛있을까.
어릴 때는 편식도 많이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들까지 왜 맛있을까. 왜! 왜! 왜! 그래서 샌드위에 굴을 올려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