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 시즌 4는 내가 읽었던 리처 소설 「사라진 내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스핀오프인 니글리 시리즈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리처 시즌 4가 먼저 나왔다. 지금은 3화까지 공개됐고 매주 한 편씩 나오는 모양이다. 예고편을 보자마자 소설 내용이 확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야호!”가 나왔다. 이 이야기를 드디어 영상으로 보는구나 싶었다. 이번 시즌은 이전보다 판이 훨씬 커졌다. 시즌 3까지 리처가 상대했던 빌런들은 어느 정도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CIA부터 연방 요원들, 정치인까지 줄줄이 상대해야 한다. 리처 하나를 잡겠다고 달려드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리처야 다들 알다시피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머리까지 잘 돌아가는 사람이다. 「리처」는 결국 액션 드라마라 액션이 중심인데, 시즌 4 초반에는 이상하게 리처가 많이 얻어맞는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장면도 꽤 나온다. 그게 오히려 이번 시즌의 리처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에는 주먹보다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다. 눈앞의 상대를 때려눕히는 것보다 누가 적인지, 누가 자신을 쫓고 있는지,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계산해야 한다. 리처의 전략가적인 면모가 훨씬 두드러질 것 같다. 시즌 3에서 리처는 정부 편에 서서 악당의 본거지에 언더커버 요원으로 잠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다. 정부의 여러 기관과 정치인들에게 쫓기는 입장이 됐다. 상대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단순한 액션물보다는 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리처가 나오는 이상 주먹질과 총격전이 빠질 리는 없겠지만, 그보다 이번에는 리처가 어떻게 이 거대한 판을 뒤집을지가 더 궁금하다. 8부작이라고 하니 매주 한 편씩 기다리면서 보는 재미도 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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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는 꼭 시 같다. 중간에 초코파이를 배신한 적도 있다. 오예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고, 몽쉘통통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있는 건 초코파이다. 어릴 때도 맛있게 먹었고,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 참 이상하다. 이렇게 오래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는다. 그런 음식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 누구에게나 초코파이에 관한 일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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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에서 초코파이 일화 공모전을 연다면 굉장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특히 남자들, 그중에서도 군필자라면 더 그렇다. 훈련소에서 종교행사를 갔다. 기독교를 선택하면 초코파이를 줬다. 그 초코파이 하나를 먹겠다고 일요일 오전에 에이급 전투복을 차려입고 먼 길을 행군해서 교회에 갔다.

잠을 참아가며 설교를 듣고 나면 드디어 초코파이를 받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좋았다. 전투복 주머니에 초코파이 하나를 넣고 돌아오는 길은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나는 자주 두 개를 먹었다. 조교 한 명이 나와 같이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헤어질 때 자기 초코파이를 내게 줬다. 왜 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오는 동안 대화를 꽤 많이 했던 기억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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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퇴소할 때 그 조교를 불러 같이 밥을 먹었다. 그 조교도 조교 중에서 막내라 얼굴에 고생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막내 조교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선임 조교에게 혼나면서 훈련받았다. 부모님이 싸 오신 닭고기는 아마 그 조교가 거의 다 먹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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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대배치를 받고 신병이 되자 초코파이가 갑자기 다른 얼굴로 변했다. 밥을 먹고 들어왔는데 고참이 나를 불렀다. “먹어.” 초코파이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 우욱. 다 먹지 않고 틈이 보이면 군화로 머리를 한 대씩 처맞았다. 머리통은 맞아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병 생활이 끝나고 막내로 지내던 어느 날,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관물함을 열었는데 초코파이가 들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괴롭히던 고참이 새벽에도 잠을 안 자고 있다가 나를 불러내 초코파이를 먹였다. 우욱. 첫 외박을 나가기 전날에는 더 심했다. 밥을 먹고 들어온 나에게 초코파이 한 박스를 먹게 했다. 우욱. 웩. 결국 다 토했다. 그리고 신나게 맞고 첫 외박을 나갔다.


그 뒤로 초코파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예스도 있고 몽쉘통통도 있었다. 그런데 참 기묘하다. 시간이 지나자 그때의 괴로운 기억이 조금씩 밀려났다. 초코파이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무심코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그 맛이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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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는 생일이 되면 케이크 대신 초코파이를 쌓았다. 그 위에 요플레를 잔뜩 뿌리고 초를 꽂았다. 이상하게 그게 케이크보다 좋았다. 요플레가 묻은 초코파이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원래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도 가끔 초코파이를 먹는다. 한 입 먹으면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훈련소도 떠오르고, 그 조교도 생각나고, 초코파이를 억지로 먹던 그 고참도 생각난다. 맞았던 기억까지 따라온다. 그런데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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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는 꼭 시 같다. 한때 배신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문득 돌아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곁을 지키고 있는 것. 초코파이는 그런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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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에 관한 시를 지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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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평상에 앉아 할머니와 함께 먹던 초코파이,

이제 할머니는 없고 초코파이만 옆에 남아 있네.

초코파이를 먹으면 아픈 배를 약손이라며

슬슬 문질러 주었던 할머니의 손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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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8-20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부대는 쨈 듬뿍 바른 햄패티를 그렇게 먹이더군요. ㅎㅎ

교관 2026-08-21 13:05   좋아요 0 | URL
아무튼 군대는 참 특이한 곳입니다 ㅋㅋㅋ
 

2024년에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별로였다. 이게 무슨 재미야?’ 싶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처음 봤을 때보다 재미있게 봤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설정도 꽤 재미있고, 곳곳에 코믹한 장면을 심어놓았다. 무엇보다 애비게일이 연기를 잘했다. 자기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뱀파이어의 표정. 그게 꽤 능글맞다. 특히 혼자서는 안 되니까 손을 내밀며 같이 힘을 합쳐서 처죽이자고, 파이팅까지 하는 장면은 웃겼다.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뱀파이어인데 하는 짓은 묘하게 귀엽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코믹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누가 특별히 웃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서 웃음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캐서린 뉴튼이 재미있었다. 까불까불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결국 애비게일에게 속내를 모조리 간파당한다. 그리고 뱀파이어에게 물려버린다. 그런데 뱀파이어가 된 모습이 참 웃긴다. 무섭다기보다 ‘큭큭’ 웃게 만든다. 캐서린 뉴튼이 원래 가지고 있던 그 까불거리는 느낌이 뱀파이어가 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더 그렇다. 그리고 딘 역의 앵거스 클라우드. 영화에서 약과 술에 찌들어 있다가 제일 먼저 목이 잘려 죽는 인물이다. 그런데 앵거스 클라우드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해인 2023년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포리아] 에서도 마약상을 연기했던 배우다. 그 사실을 알고 보니 영화 속 모습이 묘하게 다르게 보였다. 배우의 실제 삶을 알고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가끔 이런 기분을 준다. 영화 자체는 1936년에 나온 [뱀파이어의 딸]을 바탕으로 했다. 뱀파이어인 애비게일이 먹잇감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꼬드기고, 가지고 놀다가 하나씩 죽여버리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반전도 하나 던진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그런 공포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설정이 꽤 재미있었다. 요즘 공포영화가 워낙 가뭄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영화가 오히려 지금 다시 보니 꽤 재미있는 공포영화가 되어 있었다. 공포영화라고 해서 사람을 계속 놀라게 하고 피가 철철 흐른다고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고어가 심한 영화들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무섭다기보다 피곤해진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 징그럽기만 하다. 그런 면에서 [애비게일]은 적당하다. 잔인한 장면이 없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역겹지는 않다. 피가 나오고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영화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중간중간 웃기는 장면이 끼어들고 배우들이 그걸 잘 받아낸다. 그래서였을까. 2024년의 나는 ‘이게 무슨 재미야?’ 하면서 봤는데, 2026년에 다시 본 나는 꽤 재미있게 봤다. 영화도 가끔은 보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영화인데 내가 달라진 건지, 영화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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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리얼리티인 줄 알았는데 거의 초현실에 가깝다.

모든 게 전부 우연이다.

마침 그 자리에 있고,

마침 그 사람이었고,

마침 그 애가 거기에 있고,

마침 가는 곳이 거기고,

마침 인터넷에서 만나 개싸움 한 상대가 그 사람이고.

모든 게 초현실처럼 마침 거기에 그 사람이 있고 하필 그 사람이 나타난다.

또 대사 대부분이 복선이다ㅋㅋㅋ

초반에 볼 때 휴대폰 때문에 몇 년 전 배경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8년 후가 되었고,

8살 아이가 나타나서 이 아이가 내 아이가? 그렇게 흘러간다.

게다가 등장인물 전부 좀 과하다.

오버가 흘러넘친다.

일단 규림이 동생 규영이가 사기 결혼을 하려는데 여기에 오버가 작렬한다.

규영이가 빌런 역이라 그런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버가 심하다.

그리고 한결이는 너무 애어른 같아서 뭐야? 하게 된다.

이토록 과하고 우연에 우연이 겹치다 못해 초현실에 가까운 드라만데,

문제는 재미있다.

내가 이런 걸 재미있게 본다고? 욕하면서 보고 있다.

이제 펼쳐질 이야기를 예상하면 한결이를 두고 내 손자를 데려갈게,

쪽으로 흘러가서 더 막장이 될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막장 신데렐라 이야기는 재미있다.

하니,

안희연은 이 드라마를 통해 모든 걸 극복하고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 드라마, 영화에서 종횡무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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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프리티 우먼]을 몹시 좋아한다. 못해도 열 번은 넘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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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하면 신분 상승을 다룬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에드워드가 비비안 덕분에 사랑을 알게 되는 과정에 있다. 처음부터 사랑 이야기를 만들려고 시작한 영화도 아니었다. 로이 오비슨의 [프리티 우먼]이라는 노래를 듣고 각본이 나오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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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아주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19금 영화였다. 붕가붕가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다. 대사가 꽤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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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은 [3000]이었다. 에드워드가 비비안과 일주일을 보내는 대가로 3,000달러를 주기 때문이다. 원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예쁘게 끝나지도 않았다. 매춘과 마약 중독의 현실을 다룬 상당히 어두운 영화였다. 마지막에 에드워드는 비비안에게 돈 봉투를 던지고 떠난다. 비비안은 그 돈을 들고 디즈니랜드로 간다. 거기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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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디즈니가 제작권을 가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게리 마샬 감독에게 로맨틱 코미디로 고쳐달라는 주문이 들어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리티 우먼]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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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과 에드워드 역도 처음부터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였던 게 아니다. 당시 줄리아 로버츠는 신인이었고 미셸 파이퍼, 킴 베이싱어 같은 톱 여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다. 에드워드 역 역시 알 파치노, 워렌 비티, 케빈 코스트너에게 먼저 갔다. 모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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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기어도 처음에는 에드워드가 너무 평범한 역할이라며 거절했다. 그런데 줄리아 로버츠가 메모지에 ‘Please say yes’라고 써서 그에게 건넸고, 결국 두 사람이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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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오페라 보거 전 보석함 상자를 열어주다 비비안이 손 대려 할 때 갑자기 뚜껑을 닫아 비비안이 큰 입으로 빵 터지는 장면은 리차드 기어의 애드리브이었는데 영화에 그대로 삽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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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걸이도 그냥 그럴듯하게 만든 소품이 아니었다.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당시 가격이 250만 달러. 덕분에 촬영 내내 보석상 측에서 파견한 무장 경호원이 항시 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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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록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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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제가를 부탁받았을 때 록시트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투어 중이었고 이런 코미디 영화에 넣을 노래를 새로 만들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표했던 [It Must Have Been Love]에 크리스마스[제목에도 러브 대신 크리스마스가 있었던 걸로 안다] 가사만 살짝 바꾸어서 영화를 위해 만들었고, 주제가가 되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록시트의 가장 큰 히트곡 가운데 하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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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 시절 록시트의 [Joyride]를 듣고 좋아해서 용돈이 생길 때마다 앨범을 한 장씩 샀다. 집에 록시트 앨범도 여러 장 있다. 마리에 프레드릭슨은 그때 정말 멋진 스타였다. 노래도 잘했고, 내가 보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보컬 중 한 명이었다. https://youtu.be/kR6-FHgBVeY?si=bMk6AK5q-nNOpHvx


그런 그녀가 2002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투병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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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얼마나 부르고 싶었으면 몸이 조금만 나아져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시력이 악화되고 기억 장애까지 생겼다. 매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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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전성기의 마리에 프레드릭슨은 없다. 얼굴도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전성기의 그녀보다 투병 중이던 2012년 산티아고 공연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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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그 공연 풀 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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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마리에 프레드릭슨은 예전과 다르다. 몸도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 아니,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사람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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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 [It Must Have Been Love]를 부른다. 객석의 사람들이 함께 따라 부른다. 무대에 선 마리에와 객석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장면은 볼 때마다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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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팡이를 짚는 모습이 점점 많아졌고, 결국 마리 프레드릭슨은 2019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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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프리티 우먼]을 볼 때마다 영화만 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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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오비슨의 노래가 떠오르고, 처음 제목이 [3000]이었던 시절의 어두운 이야기가 떠오르고,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이 역할을 맡게 된 과정도 생각난다. 보석함 뚜껑이 닫히던 순간도 생각난다. 무엇보다 영화 속 비비안 그 내면에 대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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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록시트와 마리에 프레드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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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의 마리에가 노래하던 모습, 병을 얻고도 무대에 올라 노래하던 모습, 산티아고 공연에서 객석과 함께 [It Must Have Been Love]를 부르던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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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데 그 뒤에 있던 시간들이 필름처럼 촤르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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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프리티 우먼]은 질리지 않고 잘 도 계속 본다. https://youtu.be/TKS5tUmTzdY?si=fxMjEvT3O5qCIa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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