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키가 작은 8살 연우의 소원은 키다리아저씨처럼 다리가 길어지는 것이다. 연우는 친구와 놀다가도 시간이 되면 혼자서 놀고 있는 동생을 돌보러 집으로 가야 한다.

엄마는 밤늦게 들어오고, 냉장고 문을 열어도 키가 작아서 반찬통 하나 마음대로 꺼낼 수 없다. 동생은 대여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싫어서 그림을 그려 누나에게 보여준다.

연우는 생각이 많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되면 냉장고의 반찬도 쉽게 꺼낼 수 있고, 또 엄마가 동생을 혼낼 때, 꺼내는 선반 저 위의 회초리도 치울 수 있는데.

그러다가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친구의 집은 엄마가 모든 걸 챙겨주고 있었다. 가족 안에서 보호받는 느낌을 보는 연우.

연우는 친구의 동생 장난감을 몰래 훔쳐서 가방에 넣어서 동생에게 준다. 훔친 장난감으로 즐거워하는 동생을 보니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연우.

연우는 그때부터 친구에게도, 동생에게도 다 미안함뿐이다.

친구를 피하지만 친구가 연우를 찾아와 목욕탕 의자를 선물하며, 이 의자를 사용하면 냉장고에 반찬을 쉽게 꺼낼 수 있다는 말에 연우는 생각이 깊어진다.

그 의자에 앉아서 고민을 할 때 빛이 창을 투과해 연우의 얼굴에 떨어진다. 연우는 8살에 어른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연우의 곁에는 연우를 지켜주는 친구도 있고, 무엇보다 훔친 물건을 돌려주려고 하는 진실한 마음을 간직하는 연우가 연우 자신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연우에게 힘을 보내게 되는 [연우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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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잔챙이들의 하룻밤을 보면, 영화가 좋아서 뛰어든 배우를 비롯한 감독과 관계자들의 속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일단 그림이나 소설처럼 혼자서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과학적인 면모를 보이며 합이 맞아야 한다. 종합예술이라 한 군데라도 삐끗하면 영화는 완성에 도달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영화라는 예술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보다 나이가 적기 때문에 선배 예술에 신세를 잔뜩 지고 있다. 그래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잘 만들었어도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디션에 늘 떨어지는 호준은 낚시유투버로 인기가 상당하다. 한 낚시터에서 자리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영화감독이었고, 그 감독을 따라서 낚시터에 내려온 희진이라는 배우가 낚시터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겪는 이야기다.

세 명은 겉으로는 인기가 있는 유명한 낚시 유투버의 삶과 상을 받은 잘 나가는 영화감독, 그리고 배우의 길을 가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낚시 유튜버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며 언제나 배우의 꿈을 꾸지만 늘 탈락하는 인생, 감독은 한 번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잘 나갈 것 같았지만 소포모어를 이겨내지 못하고 여자 배우들에게 관심이 더 많고, 스텝에서 배우가 된 희진은 막막한 불안에 영화감독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같이 야간 낚시 말만 꺼내는 감독.

이 세 명의 잔챙이들이 낚시터에 모인 이유라면 다들 속 마음처럼 대어를 낚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는 묘하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준이 영화감독의 자리에서 큰 잉어를 건져 올릴 때 설명 할 수 없는 쾌감 같은 것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대어를 낚는 사람은 인간 사회에서 잔챙이에 불과하다. 호준은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서 감독에게 따져 든다.

늘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인생이지만 떡밥은 뿌려 볼 수 있잖아요!

잔챙이에서 대어가 되면 좋지만 대어가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래서 영원히 잔챙이로 남아있더라도 그게 꼭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세상에 대어만 많다면 대어는 인정받지 못한다.

수많은 잔챙이들이 있기에 비로소 대어가 인정을 받는다. 작고 소중한 나의 감정, 이 혼란스러움과 고민과 우울함을 느끼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잼이 강연을 했는데, 잘 사는 분당에서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데 소식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집값이 떨어질까 하는 걱정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보다 잘 살고, 애들 잘 키웠고, 남편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아내가 우울감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 왜? 애들은 커서 자기들 세계로 가고 남편은 집에 늦게 오고 뭔가 하고 싶어도 이제 막상 할 게 없어서 허망함이 강하게 밀려오기 시작하면 우울증이 깊어진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사나 죽으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귀찮지만 계속 도전을 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다시 또 도전을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한다.

나 자신이 작지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주위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해서 말하는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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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2017년에 씨랜드 참사에 대한 글을 썼다. 내가 투철한 정의로운 정신이 있어서 쓴 건 아닌데, 그때 티브이 뉴스에 참사가 난 그 자리에 무허가 캠핑장이 들어섰다는 소식이 나와서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그때가 이미 사고가 난 지 17, 8년이 지난 후였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불기둥이 방을 덮치는 가운데 살려달라고 창문에 매달려 선생님들에게 외치다가 모두 불에 타 죽고 말았다. 가장 예쁘고 반짝일 때 모두 별이 되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그 시간에 멈추어 있었다. 그때 쌍둥이를 잃은 엄마도 있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건물에 관계된 공무원과 정부 사람들은 짧은 형을 살거나 그것마저 보석으로 풀려나고 말았다. 사죄하는 말 없이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참사가 난 그 자리에 무허가 캠핑장이 들어섰고, 또 다른 아이들과 학생들이 주말이나 여름의 한적한 시간에 그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라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흘러 사람들이 다 잊었을 그 자리에는 지금 야자수마을카페가 들어서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에 대한 이야기도 안 좋은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사람들은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말세라며 법을 더 강하게 적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이 저지르는 범죄에 비해 청소년은 미비한 수준이다.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어른들의 죄질을 보라. 그리고 그 죗값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

비록 취소가 되었지만.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지역축제 안전관리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용산구청장의 사례를 보면 이 어른들이라는 존재, 특히 누가 봐도 존경받아야 하는 어른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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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현실적인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펼쳐진다. 이 죽일 놈의 감정, 어째서 감정이라는 건 생각과는 다르게, 어제와 다르게 변하는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감정이 소거되었다면 어쩌면 인생이 수월했을지 모른다. 감정은 정말 이상하다. 그렇게 미쳐 좋아 죽을 것 같아서 결혼을 했는데,

좋아했던 그 이유가 이혼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어제까지 미친놈처럼 꼴 보기 싫었는데 오늘 보니 불쌍하고 딱해서 이혼을 포기하기도 한다.

감정이 격해지는 건 이상하게도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내가 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분출되니 이게 참 미칠 노릇이다.

이 영화는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를 관광하는 한국인 세 팀에서 시작된다. 자동차 부품 영업을 하는 대식(이희준)은 제멋대로 인생의 상사와 업무차 왔다가 상사가 머물다 가자며 관광에 끼게 된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 남편 때문에 이혼을 했지만 재결합 문제로 여행을 온 정화, 그리고 한창 브이로그에 빠진 엄마와 두 딸의 한 가족. 이 세 팀이 관광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소용돌이 이야기다.

대식은 힐끗힐끗 정화를 보고, 정화 역시 대식을 의식한다. 두 사람은 예전에 사귀던 사이였는데 애매하게 여기서 만나게 된 것. 정화는 알코올 중독을 끊기 위해 여행을 온 남편이 첫날부터 술에 절어있는 모습에 혐오를 느낀다.

그리고 점점 정화의 감정에 파고드는 무뚝뚝한 대식. 대식은 오래전 정화를 만날 때 왜 가족의 짐을 짊어진 대식이 자신이 정화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젖은 모습이 보기 싫어 매몰차게 대했던 정화를 떠올리지만, 정화는 애써 기억을 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따로 만나서 대식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싸우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인연은 거기까지라는 걸 깨닫는다.

감정이라는 건 노력을 억지로 해서 어떻게 되겠지만 결국 새로운 사이가 되는 건 어렵다는 사실 앞에 대식은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삭이기 위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오른다.

정화는 열기구 타는 게 소원이었지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그 찰나의 감정은 다시 불붙는 불꽃같지만, 볼꽃은 언젠가 꺼지고 그을음만 남는다.

그리고 말미에 허회경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브금으로 깔리면서 영화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대식은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 큰 소리로 [귤레 귤레]라며 감정을 누른다. 귤레 귤레는 터키어로 뭘까.

이 영화는 두 주인공 외에 제멋대로인 상사, 그리고 알코올 중독의 남편, 눈치 없는 브이로그의 엄마가 영화를 꽉 채워주고 있다. [습도 다소 높음]의 고봉수 감독이 그때의 인연으로 이희준과 다시 함께 한 영화 [귤레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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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중건은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지만, 친구들은 중건을 따돌린다. 아빠도 없고, 가난해서 돈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중건은 아이들과 싸우고 때린다.

집으로 와도 엄마는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고, 반찬도 변변찮다. 그런데 어느 날 외할머니가 집으로 와서 중건과 같이 살게 된다.

중건은 외할머니에게 짜증을 부리고 항상 씩씩 거린다. 엄마가 없고 외할머니와 둘이 있으면 자꾸 심부름을 시킨다.

할머니가 아프기 때문에 책상 위에 약과 물 좀 갖다 달라고 하면 중건은 약을 버리고 다른 약을 할머니에게 줘 버린다.

그렇게 할머니와 불편한 동거를 하면서 중건은 할머니와 사이가 전혀 좁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시 중건을 따돌리면서 중건의 사정을 놀린다.

화가 난 중건은 또 아이들과 싸운다. 집으로 오는데 쑥을 캐던 할머니에게 욕을 하고 쑥 소쿠리를 발로 밟고 폭발하고 만다.

왜 나한테만 전부 그러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는데. 답답하고 갑갑하고 출구 없는 이 암울한 생활이 전부인 11살 중건은 펑펑 운다.

할머니는 중건을 안아주며 같이 쑥을 캐고 그 쑥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다. 그때 중건에게 맞은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아이의 엄마와 만난 자리에서 할머니는 같이 싸웠는데 왜 내 손자에게만 잘못만 지적하냐며 아이의 엄마에게 소리를 지른다.

할머니는 중건은 나가 있으라면서 할머니가 다 해결한다고 한다. 중건이 나가고 밖에서 들어보니 할머니가 아이의 엄마에게 싹싹 빌고 있다.

이 단편 영화는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출품작이다. 중건은 11살에 이미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만 했던 중건은 자신에게 더 화가 났을 것이다.

그렇게 밉고 싫었던 할머니가 나를 위해 무릎을 꿇고 싹싹 빌고 있다. 그랬던 할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상상과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하는 단편 영화 ‘쑥떡’이었다. 역시 예고편을 찾을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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