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딱히 내용이랄 게 없다. 할머니와 손녀가 오래된 일본식 가옥에서 정원을 가꾸며 보내는데, 집을 팔아야 하고, 손녀와 함께 마냥 살고 싶고, 하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고, 딸이 와서 함께 아파트로 가자고 하고. 뭐 그런 내용이다.
게다가 무척 고요하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적요에 가깝다. 대사도 많지 않고 카메라는 두 시간 내내 손녀와 할머니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자신의 할 일은 다 했다고 말하는 느낌이다.
이 영화를 보면 몇 해 전에 먼저 나온 모리의 정원이 떠오른다. 정원이 있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정원 속 온갖 벌레와 생명체를 관찰하며 지내는 노부부의 이야기다.
모리의 정원이 다큐멘터리처럼 낱낱이 정원의 모든 것들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 동백정원은 사진집을 보는 느낌이다.
손녀로 나오는 심은경이 너무 예쁘게 나온다. 게다가 영화지만 정적인 장면이 많아서 심은경의 여름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같다. 심은경이 이렇게 영화에서 예쁘게 나온 적이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심은경이 자연과 동화된 모델의 느낌이다.
할머니로 나오는 후지 스미코의 모습도 아주 예쁘게 화면에 나온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자연광으로만 촬영을 하거나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빛의 심도라든가, 색감의 콘트라스트가 기존의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후지 스미코는 45년생으로 꼬부랑 할머니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곱고 예쁘게 나온다. 후지 스미코는 60년대 일본의 협객이 나오는 영화에 검을 들고 등장했던 캐릭터의 배우였다.
젊은 시절의 후지 스미코는 일본인 같지 않은 외모로 여러 영화를 장식했다. 그녀의 딸 역시 배우로 테라지마 시노부, 아들 역시 배우다.
이 영화는 그런 할머니와 손녀, 두 사람이 정원에서 고요하게 일상을 보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 이 영화의 거의 전부다.
할머니의 딸로 스즈키 쿄카가 나오며, 집을 판매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찾아온 세무서 직원으로는 장첸이 잠깐 나온다. 별거 아니지만 장첸과 심은경이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뭔가 묘했다.
그러다가 나기사(심은경)의 엄마 비밀이 밝혀지면서 일상이 조금 흔들리는 이야기다. 영화는 대사가 별로 없다. 인공조명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주로 할머니와 손녀인 나기사가 나오는데, 마치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영화다.
영화가 왜 이렇게 사진집 같을까 하며 찾아보니 감독이 광고도 촬영했고, 사진작가였다. 그의 사진전시를 보니 동백정원의 느낌이 강하다. 이 영화가 감독의 처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