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잔챙이들의 하룻밤을 보면, 영화가 좋아서 뛰어든 배우를 비롯한 감독과 관계자들의 속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일단 그림이나 소설처럼 혼자서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과학적인 면모를 보이며 합이 맞아야 한다. 종합예술이라 한 군데라도 삐끗하면 영화는 완성에 도달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영화라는 예술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보다 나이가 적기 때문에 선배 예술에 신세를 잔뜩 지고 있다. 그래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잘 만들었어도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디션에 늘 떨어지는 호준은 낚시유투버로 인기가 상당하다. 한 낚시터에서 자리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영화감독이었고, 그 감독을 따라서 낚시터에 내려온 희진이라는 배우가 낚시터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겪는 이야기다.
세 명은 겉으로는 인기가 있는 유명한 낚시 유투버의 삶과 상을 받은 잘 나가는 영화감독, 그리고 배우의 길을 가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낚시 유튜버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며 언제나 배우의 꿈을 꾸지만 늘 탈락하는 인생, 감독은 한 번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잘 나갈 것 같았지만 소포모어를 이겨내지 못하고 여자 배우들에게 관심이 더 많고, 스텝에서 배우가 된 희진은 막막한 불안에 영화감독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같이 야간 낚시 말만 꺼내는 감독.
이 세 명의 잔챙이들이 낚시터에 모인 이유라면 다들 속 마음처럼 대어를 낚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는 묘하게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준이 영화감독의 자리에서 큰 잉어를 건져 올릴 때 설명 할 수 없는 쾌감 같은 것을 느낀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대어를 낚는 사람은 인간 사회에서 잔챙이에 불과하다. 호준은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서 감독에게 따져 든다.
늘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인생이지만 떡밥은 뿌려 볼 수 있잖아요!
잔챙이에서 대어가 되면 좋지만 대어가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래서 영원히 잔챙이로 남아있더라도 그게 꼭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세상에 대어만 많다면 대어는 인정받지 못한다.
수많은 잔챙이들이 있기에 비로소 대어가 인정을 받는다. 작고 소중한 나의 감정, 이 혼란스러움과 고민과 우울함을 느끼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잼이 강연을 했는데, 잘 사는 분당에서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데 소식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집값이 떨어질까 하는 걱정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보다 잘 살고, 애들 잘 키웠고, 남편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아내가 우울감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 왜? 애들은 커서 자기들 세계로 가고 남편은 집에 늦게 오고 뭔가 하고 싶어도 이제 막상 할 게 없어서 허망함이 강하게 밀려오기 시작하면 우울증이 깊어진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사나 죽으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귀찮지만 계속 도전을 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다시 또 도전을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한다.
나 자신이 작지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주위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해서 말하는 괜찮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