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정은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소정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어느 날부터 집에서 나가지 않고 밤새도록 시나리오를 쓰고 늦게 일어난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마음처럼 쉽게 써지지 않는다.
소정의 일거리라고는 졸업 논문 대필 알바 정도가 전부다. 늦게 일어나면 소정의 어머니는 그런 소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두 사람은 시시때때로 부딪친다.
시나리오만 제대로 완성된다면. 하지만 그런 일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소정은 집에만 있다가 집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 단편 영화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감독 지망생의 심정이 담긴 이야기다.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는 왜 만들고 싶을까. 그러나 나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영화에 미치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영화가 아무리 후퇴했다고 하지만, 영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계속 더 늘어나니까. 나는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독립영화는 정부나 도시, 관이나 민간 등 지원을 받아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독립영화를 보는 이유는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또는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상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게 관계, 인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 독립영화를 주로 이룬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관계라는 게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집집마다, 회사마다, 개인마다 다 다르다.
모든 독립영화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독립영화를 들여다보면 독특하고 감독이 머리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립영화는 큰 자본이 들지 않는다. 주인공이 한 명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려면 시나리오가 일단 좋아야 한다. 모든 예술의 기본은 글이다. 시나리오가 제대로 되었다면 용돈을 모으던,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던, 소자본으로 주인공 한 명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영화 속 소정도 그런 고민이 있다. 제대로 된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시나리오와 함께 적은 돈이라도 자본이 필요하다.
내가 독립영화를 찍는 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주인공 두 명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찍고 싶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인간은 고통스럽기만 한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아픈 이야기를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처럼 계속 이야기만 해도 좋고, 과거의 회상이 등장해도 좋고. 인간은 늘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그 상반되는 감정이 자주 부딪친다.
이병헌의 대사처럼 슬퍼하는 건 괜찮지만, 슬퍼만 하는 건 안 되는 이야기. 뭐 그런 이야기,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