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에서 영화 양들의 침묵 속 살인마, 많은 영화 속 살인마의 모태가 된 실제 살인마 에드 게인의 이야기 [괴물: 에드 게인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에드가 어떻게 살인의 욕망에 사로잡히는지 잘 나오는데, 그 발화의 씨앗이 부헨발트의 암캐라고 불리는 일제 코흐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면서부터다.
시리즈는 과거 일제 코흐의 온갖 악행을 보여주면서 망상과 현실을 보여준다. 베이츠 모텔 시리즈처럼 죽은 엄마가 에드의 눈에는 살아 움직이고 있어서 여자 친구를 죽은 엄마에게 소개를 주다가 여자가 도망을 가기도 한다. 이 시리즈에 망상으로 노먼 베이츠와 히치콕이 등장하여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에드 게인은 히치콕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일제 코흐는 예쁘게 나오지만 실제 일제 코흐는 그냥 마녀처럼 생겼다. 이 여자가 지구가 탄생한 이래 아마도 가장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아닐까 싶다. 히틀러보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그 어떤 나치의 악마보다 더 악마였다. 일제 코흐의 탄생배경이나 자란 환경 같은 건 인터넷에 많으니 넘어가자.
지금부터 하는 일제 코흐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또는 누군가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1906년 생으로 착하기만 하던 소녀가 커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나치의 선전 연설을 듣고 나치즘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나치 인사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치당에 가입을 한다.
1936년에 작센하우스 수용소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거기 수용소장 카를 오토 코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 일제 코흐는 장교와 결혼해서 돈과 권력을 쥐고 있어서 성공에 도취되었다. 그러다 다음 해 남편이 부헨발트 수용소로 발령을 받아가면서 거기서 일제 코흐가 점점 악마가 되기 시작한다. 수감자들에게 자신을 수용소장의 아내라며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날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유태인 수감자를 고문시키고 남녀 가리지 않고 성적으로 학대를 했다. 그러면서 점점 나치의 눈에 들어 1941년에는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여성감독관이 된다. 이때부터 상상하기도 힘든 행각이 펼쳐진다. 채찍으로 다니면서 마구 채찍질을 해서 수감자들이 고통스러워하면 할수록 일제 코흐는 즐거워했다.
밤에는 장교 부인들과 발가벗고 향연을 펼치고 남편의 부하 장교들과 하루에 12명까지 섹스를 즐겼고 자랑을 하며 다녔다. 한 수감자가 일제 코흐를 오랫동안 봤다는 이유로 수감자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채찍질을 했고, 짜증이 나고 심심하면 여자 수감자를 맹견 우리에 넣어 물려 죽는 장면을 보는 걸 좋아했다.
일제 코흐는 전수받은 해부기술을 이용해서 수감자들의 머리를 절단해 주먹만 한 크기로 화학처리한 후 집안에 장식을 하고, 식탁에도 자신이 죽인 수감자의 두개골로 장식을 했다. 무엇보다 수감자들의 피부를 벗겨내어 인피로 천을 만들고 책 버커와 지갑, 장갑을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이 시리즈에도 나온다. 일제 코흐는 인피로 수공예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렇게 인피로 만든 공예품을 동료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일제 코흐는 고운 피부로 만든 공예품을 좋아해서 수감자 중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바로 죽여 버렸다고 한다. 문신이 있는 피부는 장갑으로 만들었고 그 장갑을 끼고 수용소를 돌아다녔다. 일제 코흐는 남편에게 말해 수용소 안에 동물원을 만들어서 곰과 독수리의 먹이로 수감자를 넣었다. 곰은 사람을 갈기갈기 찢었고, 독수리는 사체를 먹고 뼈를 쪼았다고 생존자가 증언하기도 했다.
나치 패망 후 1945년 4월 일제 코흐 남편은 연합군에게 총살을 당하지만 일제 코흐는 도망을 쳐 일반인 틈에 끼어서 도망을 간다. 47년에 일제 코흐는 체포가 된다. 하지만 혐의를 모두 부정하고, 아픈 척 연기를 하고, 법정에서 일급 코미디라고 희생자들을 조롱하며 1951년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하지만 일제 코흐의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다시 체포되어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지만 일제 코흐는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렇게 복역하며 60세까지 살다가 아이샤흐 형무소에서 침대 시트를 가지고 목을 메어 자살을 한다. 이 모습도 이 시리즈에 나온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 에드가 괴물이 되는 과정이 잘 나오는데, 일제 코흐의 이야기와 노먼 베이츠(싸이코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욕망과 망상에 사로잡히고 빠지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하는지 잘 드러난다. 삐뚤어진 욕망과 망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살인을 해도 그게 살인인지 인지를 못하게 된다. 일제 코흐를 그대로 답습한, 전기톱 살인마와 노먼 베이츠를 탄생시킨 시체를 사랑한 살인마 에드 게인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살인마를 사랑한다. 너무 이상한 말이지만 살인마가 잡히면 추종하는 사람들과 팬들이 생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지금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에게도 추종하는 인간들이 있다. 트럼프가 인기를 얻은 시기도 10년 동안 이어진 방송에서 남들이 하지 못했던 독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시원하게 욕을 한다는 건 달콤한 것이다. 상대방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고통에 찬 표정을 보는 걸 사람들은 좋아한다. 폭력은 나쁜거라 하지만, 은행강도를 폭력으로 잡았더면 그 폭력은 정당화되어 추앙 받는다. 살인도 비슷하다.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살인마들을 찾아다니며 죽였다면 그 살인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다. 덱스터도 그랬고, 비질란테와 배테랑 2편도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