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전작들이 워낙 수작이어서 개봉 전부터 여기저기서 시끌시끌했다. 낮술은 정말 최고였고, 조난자들 역시 보다가 이렇게 무섭게 영화를 만들다니 하며 놀랐다.

노영석 감독 혼자서 쿵짝쿵짝 전부 다 해버려서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영화가 나올 수 있다며 [더 자연인]에 대해서도 씨네 필 이런 곳에서 관심이 대단했다.

노영석 감독 같은 사람이 이 바닥에 뿌리처럼 버티고 있어서 한국의 독립영화가 그나마 지탱이 가능하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코미디와 호러를 섞는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상업영화에서 그 같은 노력을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노영석 감독은 혼자서 촬영에, 각본에, 편집, 배급까지 하면서 그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그렇다고 생각이 든다. 유튜브, 몰카, 먹방, 자연인, 빙의, 귀신을 한 화면에서 잘 버무려 보여주었다. 그게 불가능할 것 같은데, 해 버린 것이다.

이 영화는 2023년 서울 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는데, 개봉은 많이 늦어졌다. 시놉을 보면 유튜브로 성공하고픈 인공과 병진이 귀신을 본다는 자연인을 찾아가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수상한 산속의 남자는 인공과 병진에게 밥과 된장만을 내는데, 병진은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천상의 소스 맛에 반하게 되어서 계속 산속에 머물면서 촬영을 하자고 한다. 병진은 애초에 빨리 돌아가자고 했던 사람인데 인공과 반대가 되었다.

인공에 눈에 비친 자연인은 너무나 기괴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 새벽에 불 꺼진 부엌에서 몰래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지 않나, 된장 소스를 땀이나 타액으로 만들지 않나, 마네킨을 사랑하는 여자처럼 대하질 않나. 이상하다. 병진은 점점 기괴한 자연인과 붙어서 시시덕 거리며 거짓말까지 한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이야기. 대사들도 종잡을 수 없다. 섬찟하면서도 느닷없이 웃기고. 노영석 감독은 [가장 자유롭게 만든 영화, 제작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서바이벌이었다. 관객도 함께 즐기고 웃고, 쫄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재미순으로 보자면 낮술, 조난자들, 더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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