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짧지만 아주 강렬하다. 단편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장편으로 늘려서 잘 만든다면 굉장한 영화가 탄생할 거라는 생각이 팍 든다.

제목은 [매미], 또 다른 제목은 [씨카다] 라틴어와 영어의 매미라는 뜻으로, 이 영화에는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나온 트랜스젠더 창현을 나타낸다.

성소수자의 이야긴데, 기존의 영화가 다룬 방식에서 벗어났다. 클리셰가 완벽하게 파괴가 되었다. 창현은 아주 예쁘고 날씬하다. 창현이 하는 일은 길거리에서 매춘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 생활을 그만 둘 생각이다. 마지막 손님의 차에 올라탄 창현은 손님이 예전에 남자일 때 사랑했던 남자였다.

남자는 창현에게 이것저것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창현을 빨리 일을 끝내고 싶다. 남자는 창현에게 이렇게 여자로 변신을 해 버리면 이전에 자신이 했던 사랑이 부정당했다는 강박에 힘들어한다.

분노에 찬 남자에게 창현은 안아주며, ”내가 꺼내 줄게“라며 묘한 말과 함께 화면은 찰나로 강렬하고 강력한 공포로 보일 수 있는 영상이 된다. 창현은 남자의 등을 손으로 찢어서 갈라서 벌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외국의 단편 공포영화 모음 집 [쇼킹 오브 데스] 같은 강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쇼킹 오브 데스의 세계관이 인간이 가지는 비뚤어진 감정을 다루며, 더불어 그로테스크하며 아방가르드가 가득하다. 생각을 해체하고 사고를 분열하는 영화들이었는데,

이 영화 [매미]도 성정체성과 성을 규정짓는 특성을 벗어던지게 한다. 기존의 틀을 깨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이 나온다. 수많은 매미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더 큰 세계로 나아갈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매미가 깨어나려면 비록 7년이나 걸리고 고작 일주일 정도 살다가 죽지만, 궤도에서 벗어난 별,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별이 자유롭다는 김중식의 시처럼, 성정체성과 사랑에 있어서는 틀에 갇혀있기를 거부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영화 [메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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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이 짝의 영화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괜찮은 영화들이 많다. 이 영화도 참 별거 아는 거 같은데, 보다 보면 몰입이 되어서 끝까지 눈 한 번 떼지 않고 보게 된다.

나오는 인물이 한 명, 아니 중간에 한 명이 더 나오니 두 명 정도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래도 엑스트라가 잔뜩 나오고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터지면서 끝나는 것도 좋다.

제목이 뭐지? 하게 되는데, 보고 나면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아닐 수도 있고. 나는 후자다. 나는 제목이 뭔지 끝내 알아채지 못했다.

시작은 차량털이가 한 대의 차를 턴다.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뜯어서 가방에 넣고 뒷자리에 보란 듯이 오줌까지 갈긴다. 이제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닫힌 문은 안 열린다.

창문을 깨려고 해도 깨지지 않는다. 시트를 뜯어내고, 손잡이까지 뜯어냈지만 이 차는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차였다. 털이범은 총을 꺼내 차창에 대고 쏘지만 방탄이라 튕겨 나와 자신의 허벅지를 관통한다. 털이범은 성질나서 얼마 간은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탈출을 할 수 없다는 깨달은 털이범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보기로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다가와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차는 완벽하게 방음과 방탄이었다. 차 안은 점점 더워지고 옷을 벗은 털이범은 자포자기가 된다.

그때 차량주인에게 자동차 연결음으로 전화가 온다. 주인은 그동안 차량털이범에게 여러 번 된통 당했다는 것, 그래서 너 같은 좀도둑을 혼내기 위해 차를 특수 개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털이범이 다시는 이런 도둑질을 못 하게끔 이 안에서 극한의 무서움을 준다. 히터를 엄청 틀어서 더워 미치게 했다가, 에어컨을 과하게 틀어서 추위에 벌벌 떨게 만든다.

털이범은 아내와 아이가 있으면서도 도둑질을 하면서 과거에 사람까지 죽인 이력이 있었다. 차량 주인은 차량털이범이 많아진 이런 국가에 대해서 화가 난다.

그리고 드디어 주인이 차에 오르면서 이야기는 다른 쪽으로 전환된다. 좀도둑질로 시작된 차량털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본이 많이 들지 않음에도 영화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4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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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의 새를 오래전에 보고 요번에 다시 보니 히치콕은 정말 대단한 감독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후세에도 길이 남을 영화를 만들려면 아무래도 영화에 단단히 미쳐있거나, 집념이나 집착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새들은 실제 새와 로봇 새를 가지고 촬영을 했다. 60년대라는 걸 감안해도 아주 잘 찍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멜라니 역의 티피 헤드런은 히치콕의 집착에 얼굴도 다치고 영화를 다 끝내고도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였다고 했다.

겸공에 나온 이명세 감독이 히치콕이야 말로 독립영화의 거장이라 했다. 독립영화란 상업영화처럼 제작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히치콕은 자신의 돈으로 완전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찍어버리니 진정한 독립영화감독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한국도 언급을 한다. 멜라니가 입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한국을 언급한다.

몇 명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당시 남성우월주의에 당하는 여성들을 표현한 것이라는데, 개뿔도 난 잘 모르겠고 새가 주는 공포가 대단하다는 것과 히치콕은 안 그런 척하면서 굉장히 섹시함에 대해서도 집착을 한 것처럼 보인다.

공포와 섹시함을 이 당시부터 담으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새들이 밖에 가득 앉아서 인간들이 집 안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장면은 대단한 공포다. 벽 하나를 두고 소강상태를 맞이한다.

영화가 영리한 것은, 새들이 왜 인간을 공격하는지 영화 속에 나오지 않는다. 인간을 공격해서 눈을 파먹는 새떼가 버티고 있으니 인간들이 벌벌 떤다. 그걸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

여자 아이와 제시카 탠디가 공포에 질린 연기를 하는데 무서움이 확 와닿는다. 제시카 탠디는 후에 8번가의 기적,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너무나 오래 전인 94년에 죽어서 일찍 돌아가신 게 아닌가 싶지만 1900년대 사람이라 거의 90세까지 사셨다.

새와 인간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거기에서 오는 공포를 이 영화는 잘 표현했다. 그리고 멜라니를 비롯해서 대부분 여성 배우들의 손톱이 손질이 잘 되어 있고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뭐랄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몹시 신경을 쓴 네일이다.

새에게 쫓기고 공격을 당하면서 매니큐어가 조금씩 벗겨져 나간다. 그런 걸 잘 표현했다. 인간의 안정된 생활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은 의미를 던지는 것 같다.

멜라니나 선생님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데 절대 벗기지 않는다. 선생님이 새에게 공격당해 죽었을 때에도 설명하기 애매한 자세로 엎드려 죽어있고 한쪽 하이힐은 반쯤 벗겨져 있고, 한쪽은 신고 있다. 그 부분을 카메라는 담고 있다.

또 멜라니는 집 안에서 새 때문에 무서워 벌벌 떨면서 소파에 다리를 접어 앉을 때에도 하이힐을 벗지 않는다. 만약 이 장면에서 맨발이라면 공포가 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도 힘든 자세를 하이힐을 신은 채 공포에 떨고 있어서 섹시함 때문에 공포가 더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8, 90년대 공포 영화는 섹시함을 동반했다. 섹시한 여성이 전기톱에 썰려 죽음을 당하는 것부터, 섹시한 뱀파이어, 섹시한 인어가 죽음의 화신으로 등장해 왔다. 연약한 아이들에게 새들이 공격하는 장면은 정말! 아무튼 히치콕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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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형무소 안 미용실에서 일을 하는 기결수가 형무소 밖 일반인이 찾아오면 머리를 해주면서 일어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이야기다.

주인공 나오는 4년 만에 미용기술사가 되어서 담장 안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을 할 때에는 일반복으로 갈아입는다. 손님은 휴대폰 촬영금지, 사적인 대화는 금지다. 그 외에는 어떤 대화든 가능하다.

첫 손님으로 한 여성이 머리를 하러 오지만, 실은 취재를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여성은 머리를 하러 오기 전에 문자로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다.

사적인 대화를 하다가 계호를 하는 교도관에게 지적을 받는다. 손님으로 온 여성은 나오에게 27센티미터 정도 머리카락을 잘라 달라고 한다.

그건 아마도 애인과 만난 기간을 나타낸다. 머리가 단발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여성은 마음이 심란하고, 그 모습이 처음 애인을 만났을 때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창피해하는 손님에게 나오는 눈물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한다. 재채기나 하품 같은 것이니까. 이런 대사가 아주 좋다.

연출이 누구인지 몰라도 이 시리즈의 느낌은 2013년에 나왔던 [빵과 스프, 고양이가 함께하기 좋은 날]의 느낌이다. 화면의 색감도 그렇고, 고바야시 사토시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영화로 치면 [안경]이나, [카모메 식당]의 분위기다.

평온해 보이는 사람도 누군가 하나씩의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이상하지만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들어주면 위안을 받고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구치소의 가위는 선과 악의 상반됨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가위의 쓰임새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거지만, 마음만 다르게 먹으면 누군가를 죽이는 데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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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 세상의 비극이란 비극은 전부 여기에 갖다 붙여 놓은 것 같다. 아무리 해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비극 중 최고의 비극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여자. 그 여자가 이 비극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영화다.

주인공 문정의 비극은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비극의 총량을 넘어섰다. 아들은 소년원에 있지, 그런 아들이 출소하면 같이 살고픈 아파트 마련을 위해 똥오줌 못 가리는 치매 할머니를 돌보고, 그 할머니의 시각장애인 남편까지 돌보는데, 치매 할머니 화옥은 문정에게 욕을 퍼붓고 거칠게 대하지, 그래도 참아야만 하는 문정.

문정의 어머니 역시 치매라 돌봐야 하지, 제자는 문정과의 하룻밤을 좋아하지. 문정은 지옥 같은 생활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티고 버티는 것뿐이다.

그러다가 돌보던 치매할머니 화옥이 문정에게 침을 뱉고 평소보다 더 심하게 공격을 한다. 그걸 방어하느라 그만 화옥이 넘어져 죽고 만다.

문정은 119에 전화를 하려는데, 그때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아들은 엄마가 면회를 오면 같이 살기 싫다는 말로 문정의 마음을 후벼 팠는데 전화 통화에서 아들은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다.

아들에게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문정은 그때부터 달라진다. 여기서부터 완전한 스릴러로 영화는 탈바꿈한다. 죽은 화옥을 비닐하우스의 가구 속에 넣고 자물쇠를 잠든다.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문정의 어머니를 데리고 치매할머니 화옥을 대신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태강은 점점 아내가 아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

이들의 기막힌 동거와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타인의 비극까지 동참하면서 끝내는 참극을 맞이하며 끝을 맺는다. 영화는 당연하지만 김서형의 연기가 저세상 연기로 이끌고 간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사이코패스로 나오는 순남 역의 안소요의 연기 역시 극을 이끌어가는데 큰 몫을 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 변화를 너무 잘 표현해서 미친년을 보는 또 다른 미친년이 조금 정상처럼 보였다.

그 외에도 시각장애를 가지고 조금씩 치매를 앓아가는 태강 역시 마지막에 아내가 자신의 아내가 아닌지 알면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는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며 목을 졸라 죽이려 드는 장면에서 이들의 비극은 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잉태하여 더 큰 비극으로 다가온다는 걸 보여주었다.

연기들이 미쳤음에도 지루한 장면이 많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인데 1시간 정도로 줄여 중편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에 문정은 비닐하우스에 불을 내면서 과연 그 안에 있었다는 걸 알면서 불을 질렀을까, 아니면 모른 채 불을 질렀을까. 마지막 문정의 표정에서 보는 이들의 상상을 마음껏 부풀게 하면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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