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치콕의 새를 오래전에 보고 요번에 다시 보니 히치콕은 정말 대단한 감독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후세에도 길이 남을 영화를 만들려면 아무래도 영화에 단단히 미쳐있거나, 집념이나 집착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새들은 실제 새와 로봇 새를 가지고 촬영을 했다. 60년대라는 걸 감안해도 아주 잘 찍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멜라니 역의 티피 헤드런은 히치콕의 집착에 얼굴도 다치고 영화를 다 끝내고도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였다고 했다.
겸공에 나온 이명세 감독이 히치콕이야 말로 독립영화의 거장이라 했다. 독립영화란 상업영화처럼 제작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히치콕은 자신의 돈으로 완전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찍어버리니 진정한 독립영화감독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한국도 언급을 한다. 멜라니가 입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한국을 언급한다.
몇 명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당시 남성우월주의에 당하는 여성들을 표현한 것이라는데, 개뿔도 난 잘 모르겠고 새가 주는 공포가 대단하다는 것과 히치콕은 안 그런 척하면서 굉장히 섹시함에 대해서도 집착을 한 것처럼 보인다.
공포와 섹시함을 이 당시부터 담으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새들이 밖에 가득 앉아서 인간들이 집 안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장면은 대단한 공포다. 벽 하나를 두고 소강상태를 맞이한다.
영화가 영리한 것은, 새들이 왜 인간을 공격하는지 영화 속에 나오지 않는다. 인간을 공격해서 눈을 파먹는 새떼가 버티고 있으니 인간들이 벌벌 떤다. 그걸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
여자 아이와 제시카 탠디가 공포에 질린 연기를 하는데 무서움이 확 와닿는다. 제시카 탠디는 후에 8번가의 기적,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너무나 오래 전인 94년에 죽어서 일찍 돌아가신 게 아닌가 싶지만 1900년대 사람이라 거의 90세까지 사셨다.
새와 인간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거기에서 오는 공포를 이 영화는 잘 표현했다. 그리고 멜라니를 비롯해서 대부분 여성 배우들의 손톱이 손질이 잘 되어 있고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뭐랄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몹시 신경을 쓴 네일이다.
새에게 쫓기고 공격을 당하면서 매니큐어가 조금씩 벗겨져 나간다. 그런 걸 잘 표현했다. 인간의 안정된 생활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은 의미를 던지는 것 같다.
멜라니나 선생님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데 절대 벗기지 않는다. 선생님이 새에게 공격당해 죽었을 때에도 설명하기 애매한 자세로 엎드려 죽어있고 한쪽 하이힐은 반쯤 벗겨져 있고, 한쪽은 신고 있다. 그 부분을 카메라는 담고 있다.
또 멜라니는 집 안에서 새 때문에 무서워 벌벌 떨면서 소파에 다리를 접어 앉을 때에도 하이힐을 벗지 않는다. 만약 이 장면에서 맨발이라면 공포가 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도 힘든 자세를 하이힐을 신은 채 공포에 떨고 있어서 섹시함 때문에 공포가 더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8, 90년대 공포 영화는 섹시함을 동반했다. 섹시한 여성이 전기톱에 썰려 죽음을 당하는 것부터, 섹시한 뱀파이어, 섹시한 인어가 죽음의 화신으로 등장해 왔다. 연약한 아이들에게 새들이 공격하는 장면은 정말! 아무튼 히치콕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