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

하루키 에세이 – 오블라디 오블라다


하루키의 이 수필집에는 펜소사이어티 챕터가 있다. 하루키는 80년대 칼럼을 일본의 한 잡지사에 주기적으로 투고를 하고 그 부분에 관한 독자들 편지를 받고 답장을 써 주기도 했다.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도 펜소사이어티 잡지사에서 독자들에게 편지 답장을 써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내용을 단편으로 써서 ‘고독한 자유’에 실려 있다. 제목은 ‘버트 바카락을 좋아하세요?’이다. 후에 이 소설은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에도 실렸다. 애초 92년에 나온 '무라카미 단편 걸작선'에 실린 수많은 단편들이 쪼개져서 이 책, 저 책으로 나왔지만. 내 기억으로 '뉴욕 탄광의 비극'만 이 책 저 책에 실리지 않고 있는데 내 기억일 뿐이니 너무 믿지 말자. 버트 바카락의 한 부분이다.


[나는 펜소사이어티 회사에서, 오는 편지에 감상적인 답장을 해주는 알바를 한다. 편지를 쓰는 일에 질려 그만두게 된 뒤 호기심을 억누를 길 없어 첫 편지의 상대 여성을 만난다. 그리고 같은 열차를 놓친 승객과 같은 느낌 속에서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강을 좋아해 작가가 되고 싶었던 여인은 이젠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말하고, 그 이유는 당신의 편지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얼굴이 빨개졌던 나는 십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아파트를 지날 때면 그때의 담백한 함박 스테이크가 생각난다. 어느 창이었는지는 잊었지만 어쩌면 창문 안쪽에서 한쪽에서 혼자서 버트 바카락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녀와 잤어야만 했을까? 나로서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일들은 너무 많다.] 라며 주인공과 여성은 그 집에서 버트 바카락의 엘피를 들으며 이야기를 한다.


'노르웨이 숲'에서 레이코와 함께 나오코를 추모하는 장면에서 레이코가 카펜터즈의 ‘클로스 투 유’를 부르는데 이 노래 역시 버트 바카락의 곡이다. 버트 바카락의 원곡 버전은 재즈 풍이다. 버트 바카락은 28년 생으로 올해 초, 2월에 세상을 떠났다.


2016년도인가 그때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받은 이메일로 답장을 해줘서 그걸 엮어서 책으로 나온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책은 언제쯤 나올까. 하루키가 편지 답장을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시기가 소설가가 되기 전이니까 꽤 오래전 일이다. 그런데 이 편지로 답장을 해주는 일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현재 편지로 받은 고민을 답장을 해주는 곳이 있다. 여름 내내 라디오 캠페인에도 나왔다. 답장을 해 줄 때에는 그 사람에게 충고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답장을 해주는 사람도 고민을 보낸 사람의 고민을 느끼고 같은 감정을 나누는 답장을 보낸다.


생각해 보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들이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다음에도 유지되고 있다. 지금도 연필이 공장에서 계속 만들어져 나오고 연필깎이 또한 계속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꾸준하고 끊임없이 연필을 연필깎이로 깎아서 사용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서 편지를 쓴다는 것, 그건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연필이 닳을 때마다 깎고 또 깎아야 한다. 하지만 뾰족한 연필심이 편지지에 닿을 때마다 조금씩 마모되는 그 희열에 빠지게 되면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렇게 편지 한 장이 완성이 되면 곱게 접어서 편지 봉투에 넣어서 우표를 붙여 우체통을 찾아서 집어넣는다. 이 모든 것이 귀찮은 일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써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게 사실 귀찮은 일들의 연속이며 귀찮은 일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관념이다.


아침에 일어나야 하고, 회사도 가야 하고, 씻어야 하고, 귀도 파야 하고, 신발도 빨아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인류가 생긴 이래 편리한 것들이 인간사회를 점령해도 이런 반복의 일들을 지치지 않고 하고 있다. 그래야 인간이라는 형태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소설도 그럴 것이다. 하루키 영감님이 앞장서서 그 길을 잘 닦아 주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버트 바카락은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중에 한 사람으로 수많은 곡을 만들었다. 그의 곡은 60년대 태양을 향해 쏴라부터, 데쓰 프루프, 최근에는 작년 조던 필 감독의 놉에도 버트 바카락의 곡이 사용되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카펜터즈의 고풍스러운 ‘클로스 투 유’가 버트 바카락의 곡인데 버트 바카락과 바바라 스트라이센드의 듀엣 곡으로 들어보면 카펜터즈보다 더 좋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얼굴이 거의 닿을 듯 붙어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정말 사랑스러운 눈빛, 오직 사랑밖에 없다는 그 눈빛으로 버트 바카락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좋다는 말로도 모자라는 곡이다.


Barbra Streisand / Burt Bacharach - Close to you https://youtu.be/7rfFoG4rxxY?si=sd4-hQBGTzMvKpZG


버트 바카락의 곡들을 들어보면 아, 이 노래야? 하며 놀라는 곡들이 천지다. 하루키의 소설 ‘버트 바카락을 좋아세요?’에서 주인공과 여성은 버트 바카락의 곡들을 엘피판으로 들으며 서로 이야기를 한다. 함박 스테이크와 조금은 독한 와인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버트 바카락의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불렀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창가에 앉아서 버트 바카락을 지치지 않고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버트 바카락의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Burt Bacharach's best songs https://youtu.be/70HkySF_4sA?si=MVrNiDlvBtYSIK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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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11-01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버트 바카락이 만든 노래들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박자가 딱딱 떨어지는 노래 들으니 새롭고 참신하기까지 하네요,

교관 2023-11-02 11:01   좋아요 0 | URL
정말 예전 노래인데 듣고 있으면 세련세련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