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이상하지만)는 하루키의 ‘더 스크랩’에 수록된 에피다. 이 에세이는 80년대의 하루키 추억이 가득한 책이다. 한 마디로 보물이다. 80년대의 온갖 재미난 것들이 하루키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중 린다 론스테드가 나오는 챕터다. 이 챕터 속에도 하루키가 좋아하는 투성이다. 잡지 GQ, 음악 칼럼니스트, 브루스 스프링스틴, 엘비스 프레슬리, 스테픈 울프 밴드, 존 케이 그리고 린다 론스테드.


린다 론스테드는 당시 음반이 대 히트를 하고 아주 잘 나갈 때라고 나와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롱롱 타임’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린다 론스테드는 자존심도 강하고 얼굴도 예쁜 데다가 노래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런 그녀에게 듀엣곡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는 흥, 하며 퇴짜를 놨다.


그런데 그녀가 듀엣을 같이 부를 아론 네빌의 노래를 들었을 때 너무 놀라고 말았다. 아론 네빌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서는 세상에 이런 목소리가 있다니 하며 콧대 높은 린다 론스테드가 듀엣 곡을 같이 부르기로 한다. 자신이 그동안 들어본 남자 가수 목소리 중에 단연코 최고였던 것이다.


그렇게 아론 네빌과 린다 론스테드가 같이 부른 노래가 ‘돈 노 머치’였다. 두 사람은 무대를 계속 같이 하는 동안 정말 연인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론 네빌은 어디 목장에서 갓 일하다가 온 것 같은 모습이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린다 론스테드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튼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큭큭 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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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9-0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 노 머취 참 좋아하는 곡입니다 ㅎㅎ 한장짜리 베스트앨범에도 수록되어 있어요.

교관 2023-09-05 11:31   좋아요 0 | URL
요즘에 들으면 더 좋은 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