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인데 조깅을 하러 나오자마자 뭐야? 벌써 겨울인가? 할 정도로 날이 쌀쌀해졌다. 일기예보에서는 날이 추우니, 일교차가 어떻니 하는 예보를 했다. 날이 쌀쌀해졌다. 이런 날 조깅을 하는 건 애매하다. 일단 달리면 등에서 땀이 나고 후끈하지만 반환점에서 몸이라도 풀라치면 10분 만에 땀은 식고 바람 때문에 식은땀 때문에 더 춥다.


옷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이런 날은 그저 입은 한일자로 다물고 마지막까지 달리는 것이다. 쉬지 않고 9, 10킬로미터를 달리는 건 힘들다. 무난한 평지만 달린다면 해볼 만하지만 마지막 코스에는 오르막길에 대략 2킬로미터 정도 있다. 쉬지 않고 달려오면 오르막길은 걸어야 한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강변에 나온 사람도 썩 없을 것 같은데 또 사람들은 꽤 나와서 강변을 달리고 있다.


며칠간의 사진 기록이다.

어디선가 부터 지하 주차장까지 잠자리가 들어왔다. 잠자리는 이제 지금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다. 한 계절이 죽으면서 잠자리도 같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에도 앵앵 거리는 모기처럼 잠자리 한 마리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와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여기는 지하 4층이라 어떻게든 밖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금세 포기했다. 밖은 추워졌다. 잠자리도 몸을 파고드는 추위에 깜짝 놀라서 지하주차장까지 그것도 4층까지 내려오지 않았나 싶다. 지하 4층에는 차들도 없어서 훨훨 날아다니기에도 좋다.

계절에 따라가지 못한 잠자리를 보니 안도현 시인의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스며드는 것’이 생각난다. 오늘 아침 박준 시인도 말했지만 엄마 게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인다. 내 아무리 노력으로 모든 것을 지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거운 세상의 무게를 꼭 버텨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 끄자, 잠들 시간이야.

지금 이 도시는 전국체전으로 후끈한 것 같지만 실상 일반 시민들은 체감을 잘 못한다. 도시 곳곳에서 경기가 열리고 있지만 그곳에 가지 않는 이상 후끈함은 전달받지 못한다. 전국체전이 열리기 전 날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불 때문에 불이 난 것만 같았다. 강변을 다니는 사람들 역시 이 먼 곳에서 지 곳의 불이 난 장면을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불이 났다는 뉴스는 나지 않았다. 아마도 전국체전의 일환으로 무슨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저녁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후미진 곳에 가면 늘 길고양이들을 만난다. 길고양이들 중에는 대담한 녀석들도 있지만 대체로 사람을 보면 화들짝 놀라서 숨어 버리기 일쑤다. 나는 그냥 옆으로 걸어가는데 이 녀석아, 내가 더 놀랐다.

이건 마치 영화 ‘놉’에서 처럼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구름처럼 보였다. 몹시 이질적이었다.

다른 구름보다 낮게 떠 있어서 아주 입체적이며 거대하고 또 너무나 하얗게 보였다.

영화 ‘놉’에서 촬영감독이 구름 속의 빛을 보더니 수동식 카메라를 들고 본격적으로 외계 생명체를 담으려 한다. 영화에서 처럼 밤인데 구름에서 빛이 났다. 달이 교묘하게 구름 뒤에 숨었다. 별거 아닌데 신기하게 보였다.

이렇게 야경을 담을 때면 기기에 무딘 나도 아아 아이폰 14였다면 멋지게 담았을 텐데,라고 2초 정도 생각한다. 좀 기묘 한 건 예전 아이폰4s를 들고 다닐 때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는 건 아이폰 8인데 사진을 담으면, 야간 사진을 담으면 아이폰4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폰 13으로 담은 야간 사진들을 보니 탐이 난다.

사진은 멀쩡해 보여도 아파트 쪽은 사진이 뭉개졌다. 근거리는 쨍하게 잘 담겼지만 원거리의 피사체는 흐트러진 것이다. 자연광이 없어서 그렇다. 광량이 충분하지 않기에 내가 들고 있는 폰의 카메라는 이 정도밖에 담아내지 못한다.


어쨌거나 고즈넉한 풍경이다. 낚시를 하는 모습은 멍하게 바라보기 좋다. 그들도 멍하게 낚싯대를 바라보는데 그 모습을 멍하게 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우리는 평소에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며 지낸다. 그 많은 생각 중에 생활 전반에 사용되는 건 1 정도뿐이거나 그 마저도 안 된다.

불안한 눈빛의 고양이가 불안한 모습으로 불안하게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다행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다. 나는 전봇대 마냥 가만히 서서 고양이를 지켜봤다.

잘 꺼내 먹나 싶더니 도로로 자동차가 지나가니 자동차만큼 빠른 속도로 도망가 버렸다. 쫄보 녀석.

달과 별과 플레어가 동시에 담신 사진이다. 날이 차가워지면 좋은 건 밤이 깜깜하다는 것이다. 검은색의 밤이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는 밤. 그저 검은 밤과 깜깜한 밤의 계절이라는 것. 밤 다운 밤, 밤 같은 밤의 연속이 좋다.

어떻든 조깅을 하고 나면 몸이 상쾌하다.

일상, 기록, 사진기록, 며칠간의, 사진, 잠자리, 주차장, 강변, 조깅, 하늘, 구름, 영화, 놉, 저녁, 달리기, 또달리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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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0-1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엘리베이터 컷은 교관님의 시그니처군요.ㅋㅋㅋ

교관 2022-10-13 12:21   좋아요 0 | URL
이제 엘베 공사한다고 해서 이 컷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요 ㅋㅋ